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통제"의 욕구가 있다고 하죠.
주위 사람과 사물, 상황 등을 자기의 통제 하에 두고 싶어하는 욕망.
통제의 영역 역시 <정보전>의 범주에 속하는데,
당연하게도, 더 많이 알 수록 통제는 용이해집니다.
이를테면,
제갈량이 전장을 컨트롤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지형, 기후, 풍토 등등)이라 설명되는 것처럼 말이죠.
근데 여기엔 한 가지 '전제조건'이 달라 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게 반드시 고정적이어야 한다는 거죠.
제갈량의 일화 중 하나로,
적벽대전에서 주유한테 공짜 화살을 진상한 사건,
그 마술같은 컨트롤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시간, 그 장소에는, "항상" 안개가 낀다란 명제가 성립하기 때문이었어요.
어떨 땐 끼고 어떨 땐 안 끼더라, 근데 그게 랜덤이라 확신을 못 해 이런 경우라면?
우리가 아는 화살 에피소드는 만들어지지 못했겠죠.
통제와 앎의 관계
이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해 뵈는 이슈가 심리학의 테러토리로 넘어오게 되면,
행동의 예측
바로 위와 같은 주제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됩니다.
그럴만한 일이죠.
인간을 연구(앎)하는 게 주된 일이니까,
그걸 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통제)한다라.
이를테면,
합리적 행위 이론 이란 게 있는데,
요 이론의 골자가 대충 이런 겁니다.
- 어떤 행동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일 때(그리고, 그 행동의 바람직성이 높을 때)
행동 의도는 높아지게 된다. -
그러니까, 그 사람의 뭔가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으면, 그 사람이 뭔가를 어떻게 대할 지 예상 가능해진단 거죠.
이건 마케팅 쪽의 매우 고전적인 이론이기도 합니다.
김연아가 에어컨 광고를 찍었어.
퀸의 좋은 이미지가 에어컨에 전이되었어.
오 저 에어컨 왠지 좋아보여. (긍정적 태도 형성)
올 여름에 에어컨을 살 땐, 김연아 에어컨!@!!! (행동)
태도로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런 것도 될까???!??
(성격을 통한) 행동의 예측
성격 또한 태도처럼, 행동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지 않겠음????!?
그럴 수 있겠죠 당연히.
성격 역시 행동이란 결과의 원인변수들 중 하나이니까 말예요.
근데, 앞서 얘기했듯 이 관계엔 전제조건이 하나 달라붙어있죠, 바로
"고정성"
광고모델이 이미지가 나빠지면 퇴출당하게 됩니다. 왜?
제품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할 수 있으니까.
그렇담, 성격 쪽은 더 단순한 거 아냐?
성격은 비교적 고정적인 거잖아! 잘 변하지 않잖아!!
그럼 성격 쪽이야말로 꽤 정확한 예측 변수네 이거!!!!!!
성격으로 행동을 예측한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듣기도 전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면적으로 위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에선, 성격과 행동 간 인과관계 인지를 "기본귀인"이라 라벨링하죠.
(Cf. 귀인 : 결과의 원인을 찾음 정도로 해석)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성격을 통한) 행동의 예측 !?!?!?!?!!!???
『기본귀인오류』라 부릅니다.
기본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al Error)
; The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is people's tendency to place an undue emphasis on internal characteristics
to explain someone else's behavior in a given situation, rather than considering external factors. _Wekipedia..
일종의 함정이죠.
성격은 고정적이다.
그러므로 행동을 잘 반영해낸다.
성격은 행동의 강력한 예측변수로서, 그 역도 성립된다, 즉,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런 성격이기 때문일 것이다와 같은 명제 역시 성립된다.
이게 오류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행동의 원인변수로는 성격 뿐만이 아니라 다른 변수들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죠.
태도
상황
목표
etc.
근데, 다른 것들은 제대로 알기 힘든 상황,
그런 것들까지 스캔하려는 노력은 일절 하지 않고(Cf. 인지적 구두쇠 이론),
비교적 고정적이고 캐치하기 쉬운 성격 쪽으로만 주의를 집중시켜버리는 겁니다.
게다가 성격으로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쪽이 좀 더 쎅씨하고 판타지스럽기도 하죠.
이것저것 감안하고 생각할 필요 없이, 하나의 단서로 명탐정처럼 딱 하고 추리를 해 낸다.
상황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싶어 죽겠는데, 성격으로 아귀를 맞쳐보면 딱 들어맞아!
일견 아귀가 들어맞으니까 더 생각지 않고 그대로 스탑.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격과 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과대평가하게 돼 버린 거죠.
일군의 심리학자들이 인간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적이 있습니다.
(Cf. Carol S. Dweck, Chi-yue Chiu, & Ying-yi Hong' Lay Dispositionism and Implicit Theories of Personality)
Entity theorist vs. Incremental theorist
전자는 성격이나 기질은 고정적이다 라고 믿는 사람들을 일컫고,
후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라고 믿는 사람들을 의미해요.
이렇게 구분지어 놓고 실험을 돌려봤더니
전자 쪽의 사람들이 보다더 기본귀인을 많이 하더라는 겁니다.
후자 쪽의 사람들은 성격은 고정적이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성격에만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기타 여러변인들(상황 등)까지 탐색할 수 있었던 반면,
전자 쪽의 사람들은 성격은 고정적이다란 생각에 그것의 영향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결과였죠.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명제 역시 사실은 고정적인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Incremental theorist 역시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성격? 그거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짜로 얼마든지 성격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든지, 환경에 의해서든지 말예요.
근데, 성격? 그거 변하는 거 아냐, 고정불변인 거여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짜로 성격을 바꾸지 못 합니다.
나부터가 성격은 고정불변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전 제 성격을 바꾸고 싶은 맘도 있고,
기본귀인오류에 시달리고 싶지도 않으니,
일단은 Incremental theorist 가 되는 걸로.. ㅋㅋ (그리고, 이게 왠지모르게 더 멋져 보영♥)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이번에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좋은 교양잡지글 같습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드려요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20대까지는 정말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이먹으니까 점점 편견이란게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