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112〉
■ 삼각산 밑에서 (신석초, 1909~1975)
이 산 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 곳에 있네.
꽃이나 술에
묻히어 살던
도연명(陶淵明)이 아니어라.
눈 깨면 환히 열리는 산
눈 어리는 삼각산 기슭
너의 자락에 내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으리.
소스라쳐 깬 하늘 같은 것
출렁이는 바닷물결 같은 것
깊고 또 높은 것이여.
이 산 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곳에 있네.
- 1963.10 <현대문학> 발표, 1970년 시집 <폭풍의 노래> (문원사)
*삼각산(三角山)은 서울 북쪽에 위치한 북한산의 별칭으로, 최고 높이 837m의 백운대와 인수봉(811m), 만경봉 또는 국망봉(800m)이라는 세 봉우리가 솟아있어 불리게 된 이름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삼각산’으로 통용되었다 하는데, 우리에게는 1636년 발발한 병자호란(丙子胡亂) 때의 3학사로 알려진 김상헌(1570~1652)이 볼모로 잡혀가며 눈물로 노래한 ‘가노라 삼각산아’라는 시조를 통해 친숙한 명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 한강 이북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북한산(北漢山)이라는 명칭이 자주 쓰이면서, 지금 일반인들에게는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거의 잊혀져 버린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이 詩는 삼각산 밑에서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며, 고달픈 현실을 위안하고 평화를 주는 자연 속에서 묻혀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삼각산을 제재로 하여, 자연 속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바라보면서 자연과 동화되려는 객관적인 자세가 나타납니다. 특히 혼란기 중국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인용하며,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은 속세의 번뇌를 잊고자 현실도피하려는 자세가 아님을 명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망하는 삶의 자세는 따라서, 자연의 넓은 품속에 자신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모두 담아두고 각박한 현대사회에 순응하며 살겠다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습하고 무더운 날에는 우리도 잠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듯하군요.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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