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부터 도피》 ~에리히 프롬(1)
"인간엔 절대권력에 굴종하는 본능 있다"
"우리는 독일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싸운 그들의 선조와 같은 열성으로 자유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 밖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1900-1980)은 독일 출신 미국 심리학자다. 유대인인 그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간 뒤 1941년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를 썼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인간 심리를 분석한 것이다. '이성적이고 지성적이라고 자부하는 독일에서 어떻게 나치가 등장할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왜 사람들은 수많은 투쟁을 통해 가까스로 얻은 자유를 포기하고 전체주의에 열광하는 걸까. 인간은 자유를 쟁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불안과 고독을 느끼는 걸까. 프롬은 근대 민주주의 체제가 사회의 여러 제약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켰다고 여기지만, 개인은 또 다른 권위에 예속됐다고 봤다.
*"자유 얻었지만, 고독과 불안 뒤따라"
프롬은 20세기 이전의 인류사를 자유 쟁취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종교개혁으로 개인의 해방이 가속화했다는 데 주목했다. 프롬은 "중세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적 고민뿐 아니라 탄생, 결혼, 죽음 등 인생 중대사를 교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해결했다"며 "하지만 종교개혁은 우리가 혼자 신 앞에 서게 했다"고 했다. 종교개혁과 봉건 체제 해체로 사람들은 종교, 정치, 사회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됐다. 프롬은 이를 '~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라고 했다.
자본주의 발달도 '~로부터의 자유'를 촉진했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속박으로부터 해방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증대해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 공헌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자유를 포기하고 도망하려는 걸까. 억압적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의 권리와 개성을 발휘할 조건이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고독과 불안이라는 짐도 함께 지워졌기 때문이다. 프롬은 "개인은 교회 등 조직에서 느끼던 안정감을 잃으면서 고립됐고 무기력해졌다"라며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예전에는 왕이나 교회가 어떤 문제든 해석과 결정을 내려줬다.
이에 따라 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책임지는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자유와 함께 찾아온 부담감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다.
~ ♤ 홍영식, 김태철, 김태완, 백광엽, 양준영, 《다시 읽는 명저》, p.14~16
첫댓글 "인간엔 절대권력에 굴종하는 본능 있다"
그렇군요..감사합니다.
제시카 님,
다녀가신 발걸음 감사합니다.
Be peac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