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두꺼운 외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몰려온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따스함이 점점 짙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츠리며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다.
이제 학교만이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되어 버렸다. 가정에서도 돌봐 줄 여력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만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학교만 나와주면 그나마 안심이다. 책상에 엎어 하루 종일 자더라도 괜찮다. 학교 울타리 안에만 있어도 최소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뜻한 끼니를 먹일 수 있다. 적어도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눈길과 말 한마디라도 받을 수 있다. 학교는 이 시대 아이들을 키우는 최후의 보루다.
교육이 있기 전에 돌봄이 전제 조건이 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집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보금자리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사랑으로 먼저 채워져야 한다. 따돌림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학습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교육하기 전에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이유다.
2026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이 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교육이 이루어지기 전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학력의 부진은 개인 탓이 아닌 학생 주변의 환경 탓이 크다. 든든한 어른이 곁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구호가 거창하게 외칠 게 아니다. 우리의 아이가 모두의 아이가 되도록 제도적 정비와 함께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놓여 있는 참담한 현실을 김태호 작가의 『아이가 여행가』에서 읽을 수 있었다.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을 위해 아이들의 현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