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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산물 ‘유네스코’ 등재 방해될까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답사단 기 쓰고 막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 미쓰비시광업 하시마(군함도) 탄광, 미쓰비시광업 다카시마 탄광 등….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을 포함한 시설을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면서 한일 간 역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광주지역 관련 인사들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70년 전 고통의 현장인 나가사키 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탐방단에 동행했던 본보는 현장답사를 통해 일본이 이같은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속내와, 현재 이 지역의 보존 실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이국언 대표를 뵙고 싶습니다.” 지난 3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답사단이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직원이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를 급히 호출했다. 그리고선
“군함도(하시마 섬) 및 여타 유적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반대 시위를 하러온 것이라면 입국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관련기사 6월
3일자)
일본 측은 이 대표 등이 지난 2009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이 지급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을
비판하며 삼보일배 등 시위한 전력(?)을 문제삼았다. 공항 직원은 “이번에는 하시마 탄광에서 반일시위를 할 것이냐”며 입국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4시간 동안 이어진 실랑이 끝에 답사단은 어렵게 일본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화려한(?) 입국심사가 이어지면서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 지역 언론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돼 전화위복으로 삼을만했다.
서일본신문·나가사키신문 등은 탐사단의 나가사키 평화공원·군함도 방문 등 일정을 뒤따르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대표는 “과거 일제
강제동원지역 탐방 당시엔 입국 거부 등 이렇게 요란을 떤 적 없었는데, 이번 소동을 보니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 경계 분위기는 입국 다음날인 4일 시민모임 측이
강제징용 원혼을 달래기 위해 마련한 추모행사 도중에 극에 달했다. 일본 우익 인사가 갑자가 나타나 추모식을 방해한 것. 이날 답사단은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 중인 유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군함도를 방문하기 위해 나가사키항에서 유람선 블랙다이아몬드호에 올랐다. 그런데 중간
기착지인 이오시마항에 도착한 뒤 갑작스럽게 유람선 엔진이 고장나면서 운행을 멈췄다. 이후 유람선은 ‘배의 엔진이 고장나서 잠시 쉬어가겠다’는
선내 방송을 했고, 답사단은 기약없이 수리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다가 결국 배가 출항하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고, 답사단은 결국
이오시마 항에서 일제 강제징용을 당한 이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준비해간 약간의 음식과 향을 피워 약식으로 제사를 드리는 순간
한 일본인이 나타나 “일본의 허가를 받지 않고 뭐하는 짓이냐”며 소란을 피웠다. 그는 “(추모행위를) 그만둬라”, “일본의 룰을 지켜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답사단은 전날 공항 억류 사건을 상기하며 대응하지 않았고, 되레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일본인들이 소란꾼을 데리고 나가면서
소동이 마무리 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언론도 “정말 반일시위를 하지 않을 것이냐?”, “이번 여행에 경비 지원을 다른 곳에게 받은 것
아니냐”는 등 정치적 의도를 담은 질문을 쏟아냈다. 보수성향인 산케이 신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한일 기본 조약으로 해결됐으므로, 임금
체불은 한국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는데, 이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 대법원이 내린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 동원한
피해자들에게 강제청구권과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겨우 몇십 명에 불과한 한국 시민단체 방문에
일본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뭘까?
일본이 군함도 및 강제징용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역사를 은폐하면서
벌어지는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그들이 명명한 ‘큐슈-야마구치 산업유산’에서 야마구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메이지 유신의 이론을 만든
요시다 쇼인의 고향이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을 통해 조선 침략 정당성을 주장했으며, 일본 제국주의 사상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는 은폐하고, 자신들의 제국주의 역사만 강조하다보니 한국에서의 관심과 사실 폭로가 껄끄러운 지경에 직면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추후 여타 다른 유산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이어서, 첫단추인 군함도 문제를 어떻게든 돌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답사단에 동행한 정혜경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조사1과장은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잠정 목록 11곳을 설정했고, 이번 군함도를 포함해 등재하는 곳은 ‘큐슈-야마구치
산업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헌데 이곳은 아베 정권 전에는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올리려던 순번 중 10번째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본래 일본은 각 세계문화유산 등재순서를 정하고 있었고 훗카이도 구석기 문화·나가사키 교회군 등이 먼저 추진됐으나 아베 총리 취임후
이같은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베 취임 후 강제징용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세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일본은
미쓰비시가 운영했던 미와타 사도광산·자살특공대를 운영했던 아마미 류쿠 지역들도 군함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어 그는 “나치시절
강제동원한 독일의 촐페어라인 탄광 산업단지도 자신들이 잘못한 점을 명시하고 앞으로 인권과 평화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혀 올라간 것이지, 근대문화
유산이라는 이유로 등재된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일본은 등재 시기를 1910년까지로 제한하면서 이후 벌어진 강제동원 역사를 숨기려 하는 만큼
등재를 용인해선 안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글·사진=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나가사키에 위치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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