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의 서울지하철은 두꺼운 마분지를 작게 잘라 승차권으로 사용했다. 이를 에드몬슨식(Edmondson式)이라고 하는데, 184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역무자동화시스템(AFC: Automatic Fare Collection) 도입에 따라 뒷면 중앙에 자성 물질이 부착되어 있는 자기띠(Magnetic Stripe) 방식 승차권이 도입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차권 실물을 사서 개찰구로 들어간 후, 나올 때 반납하는 방식이었다. 개표(改票)와 집표(集票)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열차를 탈 때 카드에 담긴 정보를 단말기와 교환하는 방식이 등장하였다. 실제로 카드를 반납하지 않기 때문에 용어도 승차태그(乘車Tag)와 하차태그(下車Tag)로 바뀌었다. 타고 내릴 때마다 카드를 단말기에 찍는다는 뜻이다.
과거에 사용하던 종이식 승차권 ©서울교통공사
이렇게 승차권이 ‘실물’에서 ‘정보’로 바뀌게 되면서 승차권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무료 환승 기능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중교통은 4회 환승(5회 탑승)까지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무료 환승이란 다음 교통수단을 탈 때 기본요금을 새로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하나 승객을 편하게 해주는 기능은 5분 내 재개표 제도(2012년 도입)이다. 5분 내 재개표 제도를 알려면 우선 지하철 승강장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지하철 승강장은 동선에 따라 크게 아래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완전 상대식 승강장 : 상하행 개집표기가 별도, 승강장도 별도
② 부분 상대식 승강장 : 상하행 개집표기는 공통, 승강장은 별도
③ 섬식 승강장 : 상하행 개집표기는 공통, 승강장도 공통
대표적인 사례라면 ① 을지로입구역, ② 송파역, ③삼성역을 들 수 있겠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① 완전 상대식 승강장이다. 실수로 가려고 했던 방향의 반대편 승강장으로 들어가 버렸다면 혼자 힘으로 원래 승강장으로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완전상대식, 부분상대식, 섬식승강장의 구조 예시 ©서울교통공사
이 경우 원칙적으로는 본인 실수를 인정하고, 상하행간 이동이 가능한 인접한 역까지 갔다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상하행간 이동이 가능한 역은 ① 환승역, ② 부분 상대식 승강장역, ③ 섬식 승강장역이 있다. 예를 들어 을지로입구역에서 동쪽으로 가려다가 실수로 서쪽 승강장으로 내려갔다면 서쪽 다음역인 시청역까지 가서, 이 역의 섬식승강장에서 반대 방향 열차를 타고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을 위해서 5분 내 재개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즉 개찰구에서 승차태그를 하고 들어갔는데 가려는 곳 반대 방향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곧바로 뒤돌아서서 개찰구에서 나온 뒤 맞은편 원래 가려던 방향 개찰구로 다시 들어가면 된다. 예전에는 이 두 번째 승차태그 때 기본요금이 추가되었으나, 2012년부터는 추가되지 않는다. 그리고 최초의 승차태그 이후 두 번째 승차태그는 5분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5분 재개표 시 승객 동선 ©서울교통공사
그런데 5분 재개표 제도가 시행된 후 이를 오해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처음 탄 역에서 개찰구를 나와서 바로 반대편 개찰구로 다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하철을 한참 타고 가다가 중간역에서 나왔다가 다시 타려는 것이다. 이것은 5분 재개표 제도가 지원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번에도 서울시는 고객 편의를 위해서, 첫 탑승역이 아닌 중간역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더라도, 재승차 기본요금이 새로 부과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한다고 한다. 시행 예정 시기는 올해 하반기다. 당장 시행하기 힘든 것은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와 철도운영사들이 매우 많아서 협의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지하철 반대방향 재탑승시 추가요금 면제…창의사례 1호
어쨌든 이렇게 반대 방향 재탑승 시 무료 환승 제도가 적용될 경우, 내릴 역을 지나쳐서 되돌아오려는 사람이나, 지하철 이용 중 잠시 내려서 개찰구 밖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금도 앞서 소개했던 반대 방향 승강장 이동이 가능한 역까지 가면 되돌아올 수 있고, 개찰구 안쪽(운임구역)에 화장실이 있는 역들도 있지만, 이들 역까지 가기 힘들 때 이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10분(미정) 재승차 시 승객동선 ©서울교통공사
다만 중간역에서 밖에 나갔다가 한없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시간 제한은 있다. 현재 10분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 경우 개찰구 밖 화장실에 가더라도 오랜 시간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화장실이 개찰구 안쪽에 있는 역까지 더 가는 게 나을 수 있다. 개찰구 안쪽에 화장실이 있는 역 목록은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앱 ‘또타지하철’에서 검색할 수 있다.
또타지하철 앱에서 검색한 화장실이 개찰구(게이트) 안쪽에 있는 역 목록 ©서울교통공사
이 제도는 편리할 수 있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목적지역에 가서 10분 만에 용건을 보고 곧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존에는 왕복 요금을 내야 했는데, 새 제도가 시행되면 편도 요금만(실제로는 거리비례제 때문에 편도보다 약간 더 낼 수는 있음) 내면 된다. 지하철 회사 입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므로 간과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조(兆) 단위의 적자를 내고 노인무임수송에 대해 정부 지원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운임누수가 생길 수 있는 제도를 새로 시행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에 일을 보고 돌아오는 방식은 지하철 사이에 버스를 끼워 이용하면 지금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선릉역에 가서 짧게 일을 보고, 버스를 타고 선릉역에서 역삼역까지 온 후, 다시 지하철로 역삼역에서 사당역으로 되돌아오면, 실제로 왕복을 했지만 편도 요금만 내면 된다. 게다가 이 방식은 선릉역에서 여유 시간이 10분이 아닌 30분이나 확보된다. 교통수단 간 환승은 30분 이내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하철에서 10분만 여유를 주어 제도를 시행해도 딱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역 간 왕복 이동 시 요금 상황 ©한우진 제작
또 하나 기대되는 점은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현재 반대 방향 이동 시 새로 발생하는 기본요금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 514건(22년 기준)을 없앨 수 있고, 반대 방향 이동이나 화장실 이용을 요청하면서 비상게이트를 열어 달라고 인터폰으로 역무실을 호출하는 일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감되는 업무시간을 안전 업무에 사용하면 지하철의 안전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면 부정승차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비상게이트 인터폰으로 화장실에 가겠다면서 문을 열어 달라고 하면 역무원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준다. 그 사람이 정말 화장실을 가는지, 개찰구로 되돌아오기는 하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현재 지나치게 관대한 개찰구 인터폰 호출에 따른 문 개방이 부정승차에 기여하고 있다.
지하철역 개찰구의 비상게이트 ©서울교통공사
하지만 중간역 10분 재승차 제도가 시행될 경우, 화장실을 가겠다면서 인터폰으로 역무원을 호출해도 역무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냥 카드 찍고 나가셔서 10분 내로 돌아오세요"라고 안내할 것이다. 그러면 부정승차를 하려는 사람들은 더 이상 그전처럼 쉽게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승차태그를 한 승차권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로 화장실을 가려는 사람만 당당하게 카드를 찍고 나가서 되돌아 올 것이다. 결국 중간역 10분 재승차 제도는 기존에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부정승차를 일삼던 사람들을 제지하는 효과도 있다.
승차권이 교통카드로 바뀌고 기술이 좋아지면서 더욱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다. 출발역에서 반대방향으로 들어갔을 때 원래 승강장으로 건너갈 수 있는 ‘5분 재개표’ 제도나 중간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10분 재승차’ 제도 등이 이런 것들이다. 소프트웨어만 개선하면 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제도 시행이 쉬워진 덕분이다. 앞으로도 교통카드의 진화와 함께 서울지하철의 편리한 서비스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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