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추석 갈비찜 >
- 정영인 -
이번 추석은 우리 두 늙은이만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리 두 늙은이만 지낸다 해도 명색이 명절인데 냄새는 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전 하나 부치고 조촐한 갈비찜을 해먹기로 했다. 이번에는 매양 해먹던 수입 갈비가 아니라 한우 갈비로 낙착을 보았다.
농협 한우고기 전문점에 갔다. 둘이 먹을 양인 1등급 두 근반이 7만원이 넘는다. 갈비 두 근반이라야 뼈다귀 빼면 별개 아니다. 그 가격을 보자 집사람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아마 아이들도 못 먹이면서 우리 끼리 그렇게 먹는 게 걸리나 보다. 이번에는 옆의 수입고기 파는 마트에 갔다. 호주산 수입 갈비를 찾으니 며칠 전에 동이 났다고 한다. 명절에는 수입 갈비도 일찍 사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 물론 미국산 갈비도 품절이다. 겨우 골라잡은 것이 그 유명한 LA갈비다.
엊그제 백화점 광고에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170만원짜리 한우 갈비 세트가 일찌감치 동에 났다고…. 170만원짜리 한우 갈비는 누가 그리 먹을 수 있을까? 그저 부질없는 생각만 해본다.
어느 국회의원 나리 한 달 생활비가 60만원이라고 한다. 고기 같은 것은 선물로 들어온 것을 먹었다고 한다. 아마 그런 사람이 선물로 받은 것이 170만원짜라 한우 갈비 세트가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얼마나 많이 고기가 들어왔길래 1년 동안 먹었을까? 이런 건 김영란 법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이 태반인 사회에, 다 그놈이 그놈일 뿐이다.
170만원짜리 갈비와 몇 만원하는 LA갈비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 차이일까? 맛 차이일까? 당연히 한우가 맛있을 것이다. 누가 그랬다. 맛을 느끼는 입 안에서의 길이는 6cm 정도뿐이라고. 혀에서 목구멍까지 거리는 6cm 정도한다. 170만원짜리건 몇 만원짜리 건 맛을 느끼는 길이는 6cm이다. 목구멍만 넘어갔다 하면 다 똑같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똥으로 나놀 때는 메양 마찬가지다. ‘똥’이란 ‘쌀’의 다른 이름이란다. ‘똥분자 糞(米+異)’이기에….
화투장에 보면 11월은 ‘똥’이고, 12월은 ‘비’이다.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으려면 비와 똥이 있어야 한다. 물과 거름이 있어야 한다. 솔부터 단풍까지 자랄려면 비와 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투에서 제일 끗발이 큰 것이 똥비다. 170만원짜리 한우 갈비를 먹어 못하는 넋두리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170만원 짜라 한우 갈비를 먹어 볼 것인가? 그 갈비가 내 입 안에서 6cm 지나가며 사르르 녹는 육즙의 맛을 말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갈비 찜이 과연 맛이 있는 것이군요.
@@@ 어수선한 추석이 @@@
어수선한 추석이 다가옵니다. 좋은 명절 되세요.
제 생각에...
무엇을 먹느냐보단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ㅎㅎㅎㅎ
@@@ 행복하려면 @@@
맞습니다.
행복의 전도사라는 김은국 교수는 "행복하려면 식사를 같이 하라"
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