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노랗게 잘 물든 은행잎 한 잎이 부는 바람을 못 이기고 나풀대다가 마침내 나무에서 떨어져 어느 초가집 아늑하고 깨끗한 마당에 사뿐히 내려앉은 것처럼 다른 날보다도 특히 더 예쁜 오늘이 선물로써 가을을 보낸 초겨울 하루에 아주 기꺼운 듯 가뿐히 어제라는 추억의 시간을 밀어내고 벌치 내게로 찾아왔다.
고맙고도 귀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가만히 보듬은 벌치는 추억의 그 회오리같이 험한 시간을 이기고 다시 맞닥뜨린 오늘이란 예쁜 선물 앞에서 잠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좀 빛나는 저의 눈을 눈부신 태양이 찾아오지 않은 오늘 하늘에다가 시부저기 내밀어보았다.
야간노동을 잠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마치고 퇴근한 여덟시 오십 분이란 시간의 거룩한 배 위에서 벌치는 세상 처음으로 좀 희뿌연 하늘이 난만한 아이처럼 웃고 있는 모습을 난생 처음으로 목도하게 되었다. 지금껏 그렇게 많고 많은 날들을 만나고 맞닥뜨려보았지만 오늘처럼 해도 없는 하늘이 그렇게 멋지게 웃고 있는 모습은 정말 생전 처음이었다.
웃고 있는 하늘!
간밤에 벌치가 과연 무슨 만족스럽고 뿌듯한 행동을 하였기에 뒷날 아침에 맞이하는 하늘에 그 귀한 보석보다도 더 아름다운 웃음이 서려있었을까?
노란 은행잎이 이따금 휘날리는 답십리 길을 사뿐사뿐 걸으면서 벌치는 잠깐 지난밤에 있었던 기특하고 환희에 찬 벌치 짓을 반추해보았다.
여태껏 많은 날들을 살아오면서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이제 중년이 된 흰머리가 그다지 싫지만은 않은 벌치가 진정으로 진심으로 자기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위해 벌치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선물을 마련해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메일 보내기’라는 벌치가 이십년 전부터 가입해 이따금 활동해왔던 인터넷 카페 초대였다.
벌치의 아내 아이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인터넷 까페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어떻게 행복해하는지 느끼면서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작고도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그랬다. 한 보 더 나가 벌치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세상에서 만난 아름다운 하루를 기록하고 그 기록에서 오는 행복한 감정을 맛보며 매일같이 추억하는 행복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랬다. 물론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글을 짓는 일은 어떤 선자의 표현처럼 어쩌면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안간힘을 다해 그곳을 빠져 나오려고 버둥대는 행위처럼 힘에 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벌치는 글을 짓는 그 수고로움으로부터 다가오는 희열과 벅찬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요새 글을 쓰지 않는, 일기 한 장 쓸 시간이 없다고 쓰지 않는 딸 귀염둥이한테 아빠 된 마음으로 한번 일기를 써보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당부를 드린다.
아빠가 있는 이 ‘카페’에서 아빠가 알 수 없는 너만의 이뿐 별칭을 지어 하루의 재미난 일과를 이야기해보고 고민도 적어 살그머니 내밀어보고 농담도 해보고 시도 만들어 인터넷 친구들한테 가만히 내밀어보면 감정의 공유에서 오는 그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분명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깨닫는 과정 그것이 다른 말로 행복이라고 벌치 아빠는 본다. 사람들이 사는 목적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다른 데 있지 않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가만히 있으면 행복은 내일이 그저 찾아드는 것처럼 찾아들지 않는다.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해야만 찾아드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본다. 물론 작은 행복도 있다. 잘 물든 단풍이 있는 산으로 가 그것들을 쳐다보며 느끼는 감정 그런 것들도 행복일 순 있지. 풍경이 좋은 이국거리를, 알프스의 그 하얀 눈이 쌓인 비경을 가진 산들을 쳐다보는 것도 행복일 순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나 벌치 아빠가 말하는 행복은, 바로 내가 잘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할 때 그때 찾아드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잘 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정의한다. 특별히 오늘이 나쁘지 않으면 행복한 것 아니냐고.
벌치의 소견은 다르다. 벌치가 오늘 맞은 하루, 하늘이 웃는 것처럼 기쁨과 행복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만들어야만 찾아오는 것이라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한 일을 벌이고 더 나아가 그 행복한 일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 행복은 배가 될 것이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기록한 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그 행복은 하늘 무지개처럼 예쁠 것이고 아름다울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 그것은 다른 말로 내 행복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벌치의 사랑하는 딸 아빠의 귀염둥이여. 그리고 아내 아들이여. 그리고 벌치의 최애하는 친구들이여. 여기 벌치가 보낸 인터넷 까페에다, 나 오늘 잘 살았다! 하는 말도 좋으니 나의 하루를 아름답게 기록해보자.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나 오늘 괜찮았어 하는 짧은 단말도 좋으니 그 어떤 말이라도 해보자.
나의 오늘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글을 한번 지어보자.
걸음마를 익히는 아이처럼.
아빠 앞에서 몇 번이고 수없이 넘어지길 반복하다 끝내 한 발짝 떼고 두 발짝 떼고 세 발짝 떼고 아이 벌치가 최고로 지을 수 있는 함박미소를 짓고 아빠를 쳐다볼 때의 그 만족스런 기분으로 오늘 글을 짓든 다른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고 그 결과를 여기에 기록해 보자. 과연 그것이 진정한 행복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벌치는 노력한다. 이 새벽 가만히 혼자 어린 날 마당에 키웠던 그 탐스런 꽃 달맞이꽃을 떠올려본다. 내 친구 완이에게 최초로 글로써 했던 그 짤막한 말. 단 몇 마디.
명사로 끝나는 그 말 몇 마디.
친구가 밉다고 ‘나는 네가 미움’이라고 역설적으로 다음 까페 ‘서면중학교 15회’에서 시처럼 고백한 벌치 나의 말.
이제 다시 표현한다.
난 아직도 널 사랑해! 내 사랑한 작은 누나가 세상을 떠 발 둘 곳 없을 때 너를 찾아갔지만 너는 그때 나를 반겨주지 않았지. 회사의 사장으로서 친구를 대하려고 했던 너의 마음을 보고 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후에 나를 사랑하는 너의 진실한 마음을 보고 나의 옹졸했던 마음을 바꿨다. 이제 친구 벌치는 너를 응원한다.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시’를 지으며 아름답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먹었다.
너는 내 친구다.
이제 벌치 새벽에, 기쁨에 찬 충만이 넘치는 기꺼우리만큼 고마운 이 새벽에 오늘도 나 허투루 살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우리 아들 요새 툭하면 내뱉는 말로 마무리하자.
벌치의 하루 나쁘지 않았어. 영어로. “낫 베드!”
이 글을 특히 벌치의 아들 찬이와 벌치의 딸 ‘귀염둥이’와 친구 완이가 읽어주길 바라며 벌치가 생전 처음으로 오늘 글에서 애교를 부린다.
깜찍하게 오른 손 엄지 검지로 짜잔 하트를 만든다.
첫댓글 글의 맥락은 없으나 글을 많이 쓰본 솜씨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장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어렵지요
친구에게 말을 하듯 잘 써진 글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맥락 있는 글이 되도록 더 증진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저처럼 감기 걸리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