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살 빠진다는 '제로슈가' 배신…WHO "먹지말라" 충격 경고
‘Okcal(0칼로리)’
서울 강동구에 사는 60대 주부 차모씨는 최근 대형 마트에 갔다가 이런 광고 문구를 보고 혹했다. 해당 상품은 설탕 대체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비아’였다. 판매원은 “이 제품은 설탕을 대신한 0칼로리 천연 감미료로, 원래 사용하는 설탕량의 절반만 사용해도 단맛은 두 배나 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차씨는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설탕이 비만 등 각종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자, 최근에는 단맛은 나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는 스테비아, 알룰로스 등 설탕 대체 감미료(대체당)가 관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비아와 같은 ‘설탕 대체 감미료(대체당)’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을 줄이고 싶지만, 단맛을 포기하긴 어려운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체당은 단맛이 있지만, 열량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어 저칼로리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대체당이 체중 조절엔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고, 장기간 섭취하면 되레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가 나왔다.
CNN에 따르면 WHO는 총 283개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체중 감량이나 비전염성 질병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는 대체당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 대상엔 설탕으로 분류되지 않는 모든 인공·자연 감미료를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아세설팜 K, 아스파탐, 어드밴타임, 사이클라메이크, 네오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스테비아와 스테비아 파생물 등을 언급했다.
특히 WHO는 대체당을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는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비아. 브라질과 파라과이가 원산지인 스티비아레바우디아나의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 및 설탕 대용품이다. 중앙포토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 안전국장은 “대체당은 영양적 가치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과일과 같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당분이 함유된 음식이나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과 음료를 섭취하는 것과 같은 다른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근본적으로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식단의 단맛을 완전히 줄여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식품공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최근 대체당 열풍이 불면서 소주에도 대체당을 넣어 마시는 등 단맛에 심하게 빠진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트에선 대체당 매출이 설탕을 추월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당과 설탕의 매출 비중은 54대 46으로 집계됐다.
“대체당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단맛 이외에 다른 맛에 익숙해져야 먹는 양을 줄일 수 있고 체중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니타 퍼로히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대체당이 단기적으로 열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며 “따라서 대체당을 사용하는 것은 단기간에 체중조절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리사 드레이어 영양사는 설탕과 대체당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섭취하기 ▶무설탕 식품 선택하기 ▶설탕이 없거나 적은 커피와 차 마시기 ▶디저트로 과일 먹기 ▶모든 음식과 음료의 영양성분 표시 확인 등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