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
지하선
‘밥 먹고 커피 마셔도 절대 안 지워짐’*
고혹적인 입술이 물고 있는 새빨간 립스틱과
새하얀 피부의 배경이 함께 버무려진
눈부신 그 언저리 서성대다가
스물에서 서른으로 미끄러지듯이 향기 만발한
그 길로 들어섰지요
투명한 여백으로 날고 있는 온갖 채색의 벌 나비들처럼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는 그녀가 궁금했지요
커피 한 잔에 가라앉은 새빨간 소문을 홀짝거리면서도
처음처럼 내미는 미소, 길게 늘어선 기다림은
꽃잎의 언어로 흩어지고 있었지요
입술의 안쪽에서 달싹이는 어둠의 묵언이
얼어붙은 사랑을 녹일
빛 한줄기를 우물거리고 있는 저녁
시간을 뒤로 돌려 감는 외로움은
심장깊이 화석처럼 굳어버린 상처
가슴 저린 슬픔이었어요
이미, 설익은 초승달빛이 하루를 닫고 있었거든요
* 립스틱 광고 문구
사무치게 그리운, 불편한 동거
치과에서 어금니 2개 크라운치료를 받았다
식사 때마다 볼이 자꾸 물린다
다시 교정을 했더니, 이번에는 혀끝이 자주 씹힌다
‘불편함도 익숙해지면 습관이 된다’는 의사의 말이
오도독거리는 입안에서
불구의 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때로는 검붉게 또는 멍 빛으로
어긋난 기회와 시기가 딱 맞는 그 순간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 상처 입는 별들의 아픔은 계속 자랐다
서로 사각지대에서 헤매는 날들이
사계절을 우물우물 씹고 있는 동안
백년을 훌떡 훌떡 먹어버리는 세월
그 뒤편으로 상처의 흔적들은 우주 멀리 번져 나가가고
엇박자로 흔들리면서 어둠으로 가라앉는 순치馴致의 슬픔
잘게 씹히던 그리움도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별들의 울음으로 가득한 폐허
낯선 프레임에 갇힌 채
쓸쓸한 사막처럼 황량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