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밤만 되면 추적거리던 날들..
귀농이웃께서 이쁜 때깔의 프라이팬을 하나 보내 오셨다..
프라이팬이 낡아서 빈대떡이 잘 안부쳐진다고 툴툴거리던 남편이 물 만난 듯 부쳐주던 감자전~
그날 밤 결국 막걸리 두 됫박을 푸지게 마시고 헬렐레~
한여농 도대회가 1박2일로 있던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밑반찬이나 좀 챙겨놓고 나서려고 했던 걸음이었건만..
그 전날밤 너무 달려서 몽땅 생략하고 아내의 빈자리나 느껴 보라고 꽁지가 빠지게 관광버스에 올랐다..
군대회 이후 오랜만에 만난 한여농 식구들..
여름내 일구덕에 시달린 여성농업인들은 뭐처럼 이쁜 옷 차려 입고..
얼굴에는 밑거름 윗거름 치고 나섰지만 대번 티가 나는 구릿빛 모습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경포대앞에 새로 오픈한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였다..
통창으로 넘실넘실거리는 바다가 통째로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달포전에 오픈했다는 신축 리조트에서 현관문 못 열어서 헤매~인덕션 사용할 줄 몰라서 헤매~
인터폰 사용할 줄 몰라서 헤매~비데 사용할 줄 몰라 헤매~(비데가 좀 이상하게 생긴..^^)
전기 나가면 끝장인 첨단의 문물들앞에서 헤맬때마다 나를 찾던 총무 경숙이..
야~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푸세식에 똥누고 나사는 내가 뭐 할 줄 알간디~~?
걍~패면 말 들거여~ㅋㅋ
"일이 너무 지겨워서 도망가는 심정"으로 이 대회에 참석했다던 모언니..
저녁 밥숟갈 놓으면 골아떨어지는데~
한낮에 편한 자세로 TV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이제 곧 수출 할 포도 따는 일이 줄창 남았다고~
"아~난 밥도 싫어~행사 참석도 싫어~걍 이대로 누워 있을래~"
군 본부에서 마련해 준 김밥 한 줄과 컵라면으로 간단한 점심을 때우고~
저녁은 면단위별로 준비한 음식으로 또 걸판진 한 상..
남편과 자식들 밥 수발 들다가 '우리끼리' 대충 차려 먹어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같다..
객고를 보낼 밤에~
여농 행사라고 멀리서 이 대회에 참석해 준..
군수님 내외, 한농연 남친(?)들, 군의원, 조합장, 기술센터와 군청의 관계공무원들..
기가 센 북면 여인네들의 숙소는 기타등등의 외간남자들로 인해 본부 귀빈석보다 더 와글와글 했다..ㅋ
체육대회와 시상식 그리고 장기자랑으로 진행되는 각종 행사가 있던 모양인데..
나는 걍 체육대회만 잠시 귀경하고 달려 달려~ㅋ
원래 경포호의 달빛이 유명한데 비록 망월은 찌그러져 가고 있었지만..
달빛 좋은 리조트에서의 고즈넉한 기분이라니..
휴가철이 끝난 탓인지 투숙객들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한여농 식구들이 거지반 진을 치고 있었지만 대부분 행사장에 모여 있던 시간..
어딜 가나 나와 같은 안티들이 있어 주최측의 원활한 행사를 방해하는 무리들이 있게 마련인 법~
몇몇은 술상을 아얘 베란다에 차려 놓고 달려달려~ㅋㅋ
다음날 아침 모든 행사가 전날 모두 끝났으니 아침식사 후 제각각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인데..
영월군은 5천원짜리 보트타러 경포대로~~~ㅎㅎ
일찌감치 접영까지 모두 배운터라 물에 빠져도 허우적거리지는 않을텐데..
나는 아직까지도 퍼런 바닷물을 보면 무서운 사람이다..ㅠ.ㅠ
그래도 공짜니까 타야제~~~ㅋ
우쨌기나 해변에서 멀어진 배안에서..
골탕을 먹일듯 뒤뚱거리며 운전을 하는 아저씨 옆에 앉아 찍은..
기념비적인 경포대 사진이다..
하늘빛인가~물 빛인가~완전 사이다 광고네~^^
보트안에서 어찌나 악악거렸던지 목이 가라앉아 하차했다..
아무리 공짜래도 다시는 보트 안 타~~ㅎㅎ
여인네들 아니랄까봐~~
경포대를 출발해 인근 주문진 시장에 들렀다..
참고 삼아 보시고~ㅎ
1박2일 집을 비운 아지매들~
남편 술안주~아이들 주전부리~추석 반찬거리~
여행끝에는 그래도 가족들 먹일 때꺼리 챙긴다고 북새통인 모습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추석이 코앞이라고~한 사람이 이거 사면 우르르~와르르~ㅎ
너도나도 짐보퉁이가 자꾸 커져가고 있었다..
나 역시 남편 좋아하는 고등어랑, 다시용 북어대가리, 잔멸치, 황태채,멍게젓 따위를..
구렁이 알같은 쌈짓돈을 헐어 주섬주섬 샀고~
봉지 주댕이를 단단하게 여며서 물건이 바뀌지 않도록 싸인까지~ㅎㅎ
그리고 영월로 돌아오는 차 안~
택시나 대중버스에서도 안전벨트 의무화를 외치는 전날밤의 뉴스가 있거나 말거나~
관광버스안 뜀박질은 벌금으로도 못 말리제~~
게다가 영월군 장기자랑은 싸이의 말춤을 단체로 배워서리~ㅋㅋ
하루 비운 집이라고 부녀회장님네 고추밭깨에 접어드니..
"마님 어셔옵셔~즐거운 시간 되셧습니까~"
개울가의 진분홍 물봉선들이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마눌없는 사이~
드디어 사고 치고(?) 있는 남편님~
그날 저녁, 싱싱한 고등어 한토막 그릴에 굽고~
약이 오른 꽈리 고추랑 잔멸치 달달 볶고~
북어채 가시 발라 무치고, 멍게젓 슴슴하게 콜라비 채 썰어 버무려서..
바닷내음 그득한 한 상을 진상했나니..
남편님 왈~ 그 모임 간혹 좀 댕겨오면 좋겠다나 뭐라나~
모름지기 영월군 전역에서 1박2일 바람난 아지매들 남편들의..
비슷한 칭찬이 있었겠지 싶더라~ㅎ
신나게~ ~ ~ 달리다가 멋진 저녁상 받고~ ~ ~아니 아니 제가 달리고 저녁상받은게 아닌데... 너무 푹빠졌나봅니다 경포대에,,,,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