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5.5m로 제일 큰 기린… 털색은 다른 기린보다 어두워요
마사이기린
▲ 마사이기린은 털 색깔이 다른 기린보다 어두워요. /기린보전협회(GCF)
미국 오하이오주와 버지니아주 동물원에서 최근 2년 새 마사이기린 새끼가 잇따라 태어났어요. 마사이기린은 아프리카 야생에서 최근 30년간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 만큼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출산 소식이 더욱 반가웠죠. 기린은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육상 동물이에요. 케냐와 탄자니아 일대에 주로 사는 마사이기린은 기린 중에서도 제일 키가 크답니다. 다 자란 수컷의 키는 5.5m에 달합니다. 덩치가 작은 그물무늬기린보다는 1m가량 더 커요.
마사이기린은 무늬도 다른 기린과 확연히 구분돼요. 흰 바탕에 갈색 무늬가 있는 것은 다른 기린과 같지만, 훨씬 불규칙하고 거칠어요. 다른 기린들의 갈색 무늬는 보통 사각형이나 오각형 등 도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사이기린은 참나무 잎사귀와 비슷한 모양이에요. 털 색깔도 다른 기린보다 어두운 편이죠. 특히 우두머리 수컷은 잎사귀 모양 갈색 무늬가 더욱 짙대요. 기린의 털 무늬는 마치 사람 지문처럼 각기 다르답니다.
기린의 조상은 아주 오랜 옛날 숲속에서 살았는데, 기후 환경이 변하면서 숲이 줄어들자 초원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도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지금 같은 꺽다리가 됐어요. 기다란 목 때문에 뼈가 많을 것 같지만, 사람 등 포유동물과 같은 7개랍니다. 그 대신 뼈 하나의 길이가 25㎝나 되죠. 목뿐 아니라 혀도 아주 길어서 최장 50㎝나 되는데, 혀 근육이 아주 튼튼해 나뭇잎을 잡고 우두둑 딸 수 있을 정도라고 해요. 암컷과 수컷 모두 뿔이 돋아요. 보통 눈에 들어오는 건 한 쌍의 뿔인데, 그 앞쪽 두 눈 사이에도 볼록 튀어나온 작은 뿔이 있어요. 그래서 뿔이 총 세 개 있답니다.
기린은 다른 동물에 비해 키가 월등히 커서 사자 등 천적이 다가오는 걸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어요. 그래서 기린이 있는 곳으로 얼룩말과 영양 등이 몰려들곤 해요. 기린을 일종의 '경보기'로 삼는 거죠. 기다란 목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우선 다른 초식동물보다 상대적으로 물을 덜 마십니다. 필요한 수분은 대부분 나뭇잎을 따먹으면서 섭취해요. 며칠에 한 번 물가로 향할 때도 여럿이 교대로 망을 보며 물을 마셔요. 기린은 물 마실 때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앞다리를 양옆으로 쫙 벌린 다음 목을 숙이고 물을 들이켜는데, 이때 동작이 다른 때보다 굼뜨고 어설퍼요. 포식자들이 공격하기 아주 좋죠.
잠을 자는 시간도 짧답니다. 하루 필요한 수면 시간이 고작 한 시간 남짓이에요. 이마저도 몇 분 단위로 쪼개서 잠깐 눈을 붙여요. 기린은 보통 네 다리를 접고 엎드린 다음 기다란 목을 구부리고 잠을 잡니다. 수면 시간을 최소화하면 포식자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죠.
기린의 목은 무기처럼 쓰일 때도 있어요. 통상 수컷들은 무리 내에서 서열을 정할 때 서로 목을 감아서 치고받는 식으로 힘을 겨룬답니다. 그런데 서로 친근감을 표시할 때도 이렇게 목으로 싸우는 듯한 동작을 한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