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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바보 ★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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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
37번째 손님이 나갔다.
5시40분, 손목시계로 시선을 돌린 내가 이제 숫자를 샌다.
카운트다운, 오, 사, 삼, 이, 일. 땡.
짤랑 짤랑 -
" 누나, 안녕하세요!!!!!!! "
" 어. 또 학교에서 머리걸렸구나 ? 얼마나 자르려고? "
" 조금만요, 살며시 티가 날 정도요. 짤랐다고 우길 수 있는 길이요. 히히 "
" 매일마다 힘든 스타일을 말하네. 그럼, 저 쪽으로 가서 앉아. "
카운터를 지키는 홍언니가 반기는 아주 귀여운 고등학생 하나가 눈에 들어섰다.
한달에, 한번.
한번도 빠짐없이 내가 이곳으로 온지 4달째, 어김없이 세번째 금요일날 그 아이가
친구 서너명을 이끌고 들어선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내가 그 아이의 머리를 감겨주곤 했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빙긋 웃는 그 아이의 머리카락에선 아주 좋은 향기가 난다.
" 진소야. 몇번 커트 했었잖아. 할 수 있겠어 ? "
" 네? 홍언니. 제가 커트를요 ? "
" 뭐가 어려워. 여러번 해봤잖아. 지금은 사실 다들 식사하러 나갔잖아. 응 ? "
" 그래도.... "
" 실력도 좋으면서 뭘 망설이고 그래 ? 남학생이라서 그래 ? 그럼 어쩌지. "
사실은 늘 꿈꾸어왔었다.
머리를 감겨줄때마다 내가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가장 막내인 내가 가위를 잡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아주 가끔, 바쁜 날 이외에는.
그런데 지금 기회가 왔다. 내가 이아이의 머릿카락을 마음 껏 만질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사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망설여졌다.
" 어떻하지, 은솔아 ? 지금은 다들 식사하러 나갔고, 조금만 기다리면
실력 좋은 태혁이가 올텐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어 ? "
" 태혁이 형이요 ? 에이 - 형 실력이 영 별로에요, 요즘은. 그냥 저기 저 누나가
짤라주면 안되요 ? "
" ...... 아, 아직 들어온지 별로 안되서 커트는 조금. "
그 아이의 동그란 눈동자가 한번 나의 온 몸을 구석구석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내가 움쭐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 아이가 아주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른빛깔의 그 아이의 명찰이 반짝 빛이났다. 유은솔.
" 히히. 저기, 누나. 있잖아요, 누나의 손길을 한번 느껴보고 싶은데 짤라주시면
안되요 ? 저 엄청 엄청 기쁠 것 같은데. "
" 그래. 진소, 너 할 수 있어. 자자, 그럼 은솔이 가서 앉아. "
분홍빛의 입술처럼.
얼굴빛에 금새 분홍빛이 맴돌았다. 그 아이, 아니. 은솔이의 그 장난끼 가득한 말한마디에.
홍언니가 건내 준 미용가위를 손에 쥐었다.
까만빛깔의 머리카락과 까만 눈동자.
조금은 차가운 이미지의 은솔이, 거울 속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빙긋.
"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 "
" 누나가 원하는 스타일이요. "
" 하하. 손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
" 손님이 아니라요, 은솔이에요. 유 은 솔 ! "
" 그...그럼, 조금만 다듬어 드릴게요. "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는 은솔이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내가 이 아이를 향한 감정이 뭔지를 모르겠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넘치는 이 무엇인지 모르는 기분이
늘 나를 바보로 만든다.
" 앞머리 잘라드릴게요. "
자꾸 거울 속의 나의 눈과, 은솔이의 까만 눈과 마주친다.
앞머리를 자르기위해서 은솔이의 앞으로
내가 조금 가깝게 다가갔다. 녀석의 숨소리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아주 가깝게.
금새 닿을만큼 가깝게.
" 누나, 그런데 있잖아요. 엄청 이쁘다. "
" 네 ? "
앗 딸칵 -
가깝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그순간, 은솔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말 덕분에
그대로 들고있던 가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주르륵 -
피가 세어나왔다.
은솔의 손가락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놀란 내가 그런 은솔의 손을
움켜잡았다.
" 어떻해요. 은솔아, 괜찮아? 어떻게. 어떻게. 왜 손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
" 괜찮은데. 누나, 저 진짜 괜찮은데. "
" 무슨일이야, 진소야 ! 어머.... 피 좀 봐. 어떻게 된거야, 이게 ? "
홍언니가 놀란 듯, 빠르게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왔다.
날카롭게 날이 선 가위가 떨어지는 순간, 은솔의 손을 스치고 지나간 듯.
은솔의 손가락에 칼이 스치고 지나간 것 처럼 진하게 피가 세어나왔다.
" 지혈제, 우선 지혈부터 하고. "
" 진짜에요. 누나들. 저 괜찮아요. 이깟거 아무것도 아닌데. "
" 어떻게 했길래 손님한테 이런 짓을 한거야 ! 진소, 너 진짜...... 구제불능이구나. "
" 홍누나, 그 누나 잘못 아니에요. 저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렸다.
그때.
은솔이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을 두르고 있던 천을 풀러놓고, 피가 떨어지는 손가락을 가볍게 휴지로 막아세우고
카운터로 나갔다.
" 계산해주세요. "
" 은솔아, 그래도 지금 손에서 피가 많이 나거든. 그러니까 "
" 제 잘못이라고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오천원맞죠 ? "
무엇때문에 화가 난 건지, 은솔이 피묻은 손으로 오천원을 한장 꺼내서
홍언니에게 건냈다.
언니가 멍하니 서있자, 은솔은 탁자위에 돈을 올려놓고 친구들과 유유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 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
" 은솔이 쟤가 갑자기 왜 저럴까. 나한테 한번도 화낸적 없는 녀석인데.
아무튼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마. 저렇게 그냥 넘어갔으니까 다행이지, 정말 어떻하면
큰일 날 뻔 했어. 알았어, 정진소 ? "
" 네, 홍언니. "
" 뒷정리하고 있어. "
피가났다.
그 아이, 아니. 은솔에 손가락에서 진한 피가 세어나왔다.
은솔이 건내고 간 오천원짜리 지폐에서, 진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젠 확실하다.
내가 녀석을 향한 마음을.
녀석에 손에서 흘러나왔던 저 붉은 피처럼, 아주 진한 색이라는 것을.
*
part1. 세가지 소원
부스스 -
맑은 하늘, 그리고 밝은 햇님이 인사를 건내며 창문을 두드렸다.
하늘빛깔의 커텐을 치자, 햇살이 더욱더 따듯하다.
22살.
어릴적부터 미용사인 엄마를 따라서 이것 저것, 배우고 짜르고.
그래서 나도 엄마처럼 멋진 미용사가 되리라, 굳게 마음을 먹은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비록 엄마는 이 곳에 없지만.
" 언니, 오늘은 쉬는날이야 ? "
" 응. 학교 잘 다녀오고, 수업 농땡이 피지말고 잘 다녀와. "
" 알았어. "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진아를 보내고 나홀로 TV를 켰다.
한가하고 햇님이 방긋 웃는 토요일, 나는 할짓없이 이렇게 앉아있다.
혼자서.
" 아, 배고픈데. "
텅빈 냉장고, 텅빈 집안.
대충 씻고, 캡모자를 하나 눌러쓰고 잠바를 하나 걸쳤다.
집안에서 해결하기엔 뭔가 부족해서, 밖에 나가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갑을 하나 챙겨들고 막 집 밖으로 나왔다.
" 아.... 쓸쓸하다, 진짜. "
고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생. 더 어리면 유치원생들까지.
토요일이라 그런지 시내가 북적북적거렸다.
그날이후, 3주가 지나지 않았지만, 가끔 친구들과 같이 미용실을 찾아오던
은솔이는 보이지 않았다.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요즘에 내심 한숨이 깊어져버렸다.
" 뭘먹지 ? 간단하게, 햄버거나먹을까. "
패스트푸드점 앞에 멈춰섰다.
그래도 밥을 먹는게 좋겠지, 막 발걸음을 돌렸는데.
빙긋, 웃으면서 내 눈앞에서 서 있는 이 아이, 설마 유은솔 너 맞는거니.
" 누나, 안녕하세요 ? "
" ....... 아, 누구였지 ? "
" 저 잊으신거에요 ? 누나때문에 여기 여기, 이렇게 손에 맨날 이상한 대일밴드 붙여요. "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가끔 밤 잠을 설치는 이유가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데 말이다.
웬일인지 혼자있는 녀석을 내가 바라봤다.
유난히 녀석의 명찰이 더욱 더 반짝거렸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고 말았다.
" 나 배고픈데....... "
" 배고파요 ? "
" 존댓말 쓰지말아요. 지금은 손님도 아닌데. 누나, 나 햄버거 먹고싶은데 사주시면 안되요 ? "
" 햄버거 ? "
" 응응. "
어느새 꽤 비싼 햄버거 세트 메뉴 두개가 나와 은솔의 앞에 나란히 놓여졌다.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고는 녀석이 콜라를 먹는다.
나는 한입도 대지 않고 그런 은솔의 얼굴을, 흘깃 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 안먹어요 ? "
" 아니. 먹어야지.... 손 많이 아프니 ? 괜찮아 ? "
" 괜찮아요. 사실은 언제 누나 만날지 몰라서 계속 이렇게 대일밴드 하고 다닌거에요 "
캐릭터가 그려진 대일밴드를 떼어내자 정말 말끔하게
상처하나 없는 녀석의 검지 손가락이 눈에 들어섰다. 안도의 한숨이 세어나왔다.
그런데 뭐라고 한거지 ?
" 뭐라고 ? 나 만날지도 모른다니 ? "
" 에이, 몰랐어요 ? 나 누나 엄~~~청 좋아하잖아요. "
" 하하. 너 되게 장난꾸러기다. "
" 진짠데 ? 믿기 싫으면 말고요. "
은솔이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란 것 같았다.
늘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을 찾아오는 이유도, 빨리 자라는 머리카락 덕분이었다.
학교에서 검사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빨리 자라는 은솔의 머리를
학교에서 가만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그날 일은 정말 미안했어. 내가 서툴러서, 그런 실수를 했는데.
이렇게 햄버거 하나 사주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이해해줘, 은솔아. "
" 싫은데요. "
" 응 ? "
" 미안하면 딱, 세가지만 내 소원 들어주세요 ? 어때요 ? "
" 소원 ? "
" 응응. 소원. "
세가지의 소원이 다 끝난다면 우리의 만남도 끝나는거겠지.
녀석이 볼펜을 하나 꺼내서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더니 나에게 건냈다.
11자리의 숫자가 적힌 쪽지였다. 핸드폰번호였다.
유은솔, 그 아이의 핸드폰 번호였다.
" 저장해놔요. 소원 세가지 들어주면 그땐 진짜 다 용서해줄게요.
지금 제 검지손가락이 그렇게 말했어요. 히히 ! 누나 오늘 햄버거 고마워요.
금요일날은 머리 잘 짤라주셔야되요 ! "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은솔이 먼서 인사를 건냈다.
손을 흔들면서 멀어져가는 녀석의 뒷모습은, 꼭 밤톨같았다. 아주 귀여운 밤톨.
저런 어린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는 정말, 어른이긴 한걸까 ?
" 어! 그런데 이번에도 나한테 머리 맞길꺼니 ? ..... 벌써 갔네, 빠르다. "
멀어질대로 멀어진 아이에게 질문을 건냈지만 녀석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내가 또 은솔이의 머리카락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또 다시 한번 내가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은솔이가 먼저 건내줬다.
그 아이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은솔이가 먼저였다.
*
part2. 첫번째 소원
카운트다운, 오.사.삼.이.일,땡.
짤랑 짤랑 -
경쾌한 종소리가 울리면서 오늘은 40번째 손님으로 은솔이가 들어섰다.
서너명의 친구들도 여전했다.
웃는 그 아이의 모습도 여전했다. 여전히 맑았고, 여전히 파란빛의 명찰이 빛났다.
" 은솔아. 누나 이제 너 여기 안오는 줄 알았는데 왔네 ? 괜찮니, 손가락은 ? "
" 네. 홍누나. 저 머리자르려고요. 진소..인가 ? 그 누나한테요. "
" 그날 그렇게 손가락 다쳤는데, 괜찮겠어 ? "
" 제 잘못이라고 했잖아요 누나. "
" 아, 왜 정색을 하고 그래 ! 자식이 ~~ 그래 알았어, 가서 앉아. 진소야, 커트 준비해. "
녀석이 목소리가 또랑또랑 내 귓가에 맴돌았다.
빗자루를 들고 정리를 하고 있던 내가 은솔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실은 온 몸의 신경세포들은 녀석에서 벌써 향해있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이 싱긋 하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 누나, 잘지냈어요 ? "
" 네. 손님. "
" 또또 ~~ 손님이래 ㅠ_- 은솔이 삐질꺼에요 ~~ "
수줍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또다시 분홍빛의 입술처럼,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가위로 자연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는 내가 보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늘 꿈꾸어오던 일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 오늘 바빠요 ? "
" 지금이 6시가 다 되니까, 오늘은 7시에 퇴근하는대요. 왜요 ? "
" 첫번째 소원이요. 들어주셔야죠. "
" 장난아니었어요 ? "
" 에이 ~~~ 나 그렇게 장난꾸러기아니에요. 나 학교에선 얼마나 멋진데요. "
" 풋..... 정말요 ? "
" 그럼요. 은솔이가 인상한번 빡 쓰면 애들이 다들 깨갱깨갱 해요 ~ "
녀석의 장난섞인 말에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실수없이, 커트를 다 마치고 녀석의 샴푸를 하기 위해서 나를 따라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고 뒤로 눕는 녀석의 눈가에 수건을 물이 들어가지 않게 올려놨다.
" 누나 안보인다. "
" 눈에 물 들어가면 아프니까요. "
" 누나있잖아요, 누나 너무 이뻐요. "
" 진짜 장난꾸러기에요. "
" 아닌데... 진짠데........ "
녀석의 향긋한 머리카락 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은솔의 머리카락 사이 사이, 나의 손길이 향하고.
샴푸를 마치고 수건으로 은솔의 머리카락을 털어주고 녀석은 꼭 비에 젖은 생쥐처럼
나를 올려다보았다.
" 기다릴테니까, 빨리 나와요 누나. "
" 풋. 진짜지? 알았어요. "
" 오케이. "
은솔이 홍언니에게 오천원을 건내고 나를 보면서 빙긋 웃으며 미용실을 나갔다.
분주히 내가 움직이자 홍언니가
조금은 이상한 눈초리를 나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자꾸 손목시계로 시선이 간다.
7시. 7시, 10분남았다. 10분.
" 진소야 ? 오늘 수고했어. 먼저 퇴근해. "
" 네 ? 10분 남았는데 "
" 약속있어 보이는데, 가봐. 내일 늦지않게 오고. "
" 네. 홍언니, 감사합니다. 하하. 언니, 오빠. 안녕히 계세요. "
가방을 챙겨들고 인사를 건내자 언니와 오빠들이 잘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고
빠르게 미용실을 나왔다. 그런데 은솔이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농담이었던걸까.
" 누나 !!! "
" 어, 장난이 아니었구나. 유은솔. "
" 친구들 버려놓고 오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가요. "
은솔이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남자이기때문인걸까.
작은 키가 아닌 나인데, 나보다 키가 큰 은솔이가 내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과, 딱 봐도 대학생처럼 보이는 내가.
" 손까지 잡아 ? 풋. 선수구나, 선수. "
" 내가 이선수에요 ~~ 히히 ! "
" 어디가는건데 ? "
" 그런게 있어요. 누나, 말 엄청 많다. 안그렇게 생겨서 ~~~ 따라오면 알아요. "
" 그래, 조용히 있을게. "
은솔의 한마디에 내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은, 민망하기도 하고
은솔의 따듯한 손길이 느껴져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숨막히게 떨린데, 태연한 척 웃음 짖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어 ? 은근히 소심하네, 히히. "
" 그만하지 ? "
" 누나 이름이 진소에요 ? 정진소 ? "
" 으음.... 응. "
" 이름도 이쁘다. "
습관인걸까.
녀석의 입에서는 이쁘다, 이쁘다 라는 말이 연신 터져나왔다.
처음에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던 내가
조금은 적응이 되어버린건지, 그냥 웃음을 지어버렸다.
몇분을 걸어간건지.
은솔이 멈춰선 곳은 다름 아닌 아주큰 쇼핑몰이었다. M 백화점이었다.
" 뭐 살거있니 ? "
" 웅. 엄청 많이 많이. "
" 어, 이젠 막 반말쓰네 ? "
" 나이먹은게 자랑도 아닌데, 존댓말 듣고 싶어요 ? "
또 한번 할말을 잃고 내가 웃어보였다.
녀석은 뭐가 그렇게 신이 난 건지, 나를 이끌고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 어 ? 멋지다,이거 이거. "
" 손님, 어떤 스타일을 찾으세요 ? "
" 음... 이 누나 스타일이요 ! "
남성 캐쥬얼 매장 앞에 멈춰서서 옷을 보고 있던 은솔에게 직원이 물었다.
그런데 은솔은 나를 가르켰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라고 ?
" 은솔아. 무슨소리야 ? "
" 첫번째 소원이에요 ? 뭐하세요. 빨리 옷 골라주세요, 나 바빠요. 살게 얼마나 많은데 "
" 그게 소원이야 ? "
" 웅웅. 나한텐 엄청 중요한 소원 ! "
조금은 깔끔하면서 세련된 디자인 앞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그런 나를 눈치 챈 듯, 은솔이 직원에서 그 옷을 가르켰다.
재빠르게 녀석이 탈의실로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진아가 올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 어머. 손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 "
호들갑을 떠는 직원 때문에 나도 시선을 옮겼다.
은솔이었다.
갈색빛깔의 자켓과, 캐쥬얼한 청바지. 깔끔하지만 워낙 잘생긴 얼굴 덕분인지
너무나도 옷이 잘 어울린다. 빙긋 웃음을 짖고는 녀석이 지갑을 꺼내 들더니 바로 계산을 했다.
" 마음에 들어 ? 한번 입어보고 사는 거, 안 좋은 습관인데. "
" 누나가 마음에 들잖아요. 그럼 된거죠. "
" 내가 언제 마음에 든다고 했어 ? "
" 눈이 말하고 있잖아요. 은솔이, 엄청 멋지다. 이렇게 써있는데 뭘 히히 ! "
시계, 가방, 신발.
나의 손에는 벌써 몇개의 종이가방이 들려있다.
돈이 어디서 생긴건지, 녀석은 정말 이것 저것 많이도 사고 있었다.
쇼핑을 마칠무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남성복 매장을 벗어났다.
자연스럽게 여성복 매장이 내 눈에 들어섰다. 예쁘다, 전부 예쁜 옷들 뿐이다.
" 아. 엄청 중요한 걸 깜빡 할 뻔 했다 ! 여기, 여기서 스톱 ! "
막 내려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던 나를 은솔이가 잡아 세웠다.
여성복 매장에서 뭘 하려는 건지, 녀석이 바쁜걸음으로 앞서갔다.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 빨리요. 골라봐요. "
" 웅 ? "
" 난 여자옷모르니까, 누나가 골라줘요. 이쁜걸로, 아주 이쁜 옷으로 하나 ! "
" 누구......여자친구 사주려고.. ? "
조금은 작아진 목소리로 내가 은솔에게 말을 건냈다.
녀석은 그냥 피식 웃음을 터트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간, 가슴에 멍이 든 것 처럼 아파왔다. 저려왔다.
그렇지. 저렇게 잘난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없는게 사실 말이 안되잖아.
" 이거. 이거 이쁜데 ? "
깔끔한 원피스를 가르켰다. 자켓까지.
베이지색과 검은색. 은솔은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직원에게 뭐라고 말하자 잠시후
종이가방에 옷을 넣어서 은솔에게 건냈다.
은솔은 또 나에게 종이가방을 건냈다.
" 수고했어요, 누나. 배고프죠 ? 뭐 먹을래요 ? "
" 아니야. 집에 동생이 있거든. 어서 가봐야되. "
" 아 ! 나 때문에 동생 기다리겠네 ? 알았어요. 데려다줄게요. "
" 괜찮아, 여기서 버스타고 가면 금방인데. "
" 쉿 !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여자를 어떻게 혼자 보냅니까 ! 나 그런 나쁜 놈 아니야. "
내 옆자리에 앉아서 새로 산 옷을 입고 있는 은솔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뭐가 신이 난 건지, 연신 나를 보면서 웃곤한다.
한 정거장만 지나면 집이다.
그러면, 다시 올지 모르는 이녀석과의 시간이 사라진다.
" 소원 두개 남았어요 ! 아직 끝 아니에요 ~~~ 잊지마요 . "
" 알았어, 아. 나 집에 다왔다. 그럼 집에 잘 들어가. "
막 일어서서 벨을 누르는 나를 따라서 갑자기 은솔도 따라서 일어났다.
의아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이 갑자기 종이가방을 하나 건냈다.
자동문이 열렸다.
" 은솔아, 뭐야 ? "
" 누나꺼에요. 누나가 고른거니까 잘 어울릴꺼에요. "
" 나 이런거 필요없는데..... "
" 그냥 누나 사주고 싶었어요. 빨리 내려요. 운전기사 아저씨 세균맨처럼 화내요 ! 어서 ! "
" 진짜 괜찮은데, 아무튼 고마워. "
빠르게 버스에서 내리고 자동문이 닫혔다.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은솔이 지나쳐갔다. 녀석이 웃는다.
나를 향해서 아주 환하게.
하얀 이가 너무나도 예쁜 그아이가, 나에게 선물을 했다.
소원이라고,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해놓고, 녀석은 내가 꿈꾸어 오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꼭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천사처럼.
종이가방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저 녀석, 아니. 유은솔.
놓치고 싶지도, 놓고 싶지도 않아졌다. 녀석이 너무 좋아져버렸다. 먼저 다가온 녀석이었으니까.
*
part3. 두번째 소원
녀석은 늘 하루에 세번씩 문자를 건낸다.
문자와 친하게 지내지 않는 나로썬, 그저 답장하나만 건내줄뿐이다.
' 일어났어요 ? 전 지금 학교가요 '
' 나 지금 점심먹었어요. 누나는 먹었죠 ? '
' 저 지금 집에 들어가요. 누난 집이에요 ? '
누가 보면 꼭 어린아이를 둔 오빠 같이, 녀석은 나에게 꼬박꼬박 하루일과를 보고 했고
나른 그런 은솔이에게 그저 간단 간단한 문자를 건내고는 했다.
은솔은 그 후, 두번째 소원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퇴근하고, 수고했어 진소씨. 요즘 실력이 부쩍 많이 늘었어 ? "
" 감사해요, 태혁오빠. "
" 하하 ! 다음에 오빠 머리도 한번 만져줘. 그럼 잘가.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도 퇴근을 하기 위해서 뒷정리를 마쳤다.
홍언니의 친구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뒷정리가 더 많이 늘어나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까.
" 아, 다 됐다. "
막 뒷정리를 마추고 불을 끄기 위해서 스위치에 손을 뻗었다.
짤랑 짤랑 -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이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내 시선이 출입문으로 향했다.
금새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누나, 역시 누나였구나. "
" 아직도 집에 안가고 뭐하는거야 ? "
" 에이 ~ 내가 좀 날라다닌다니까 누나 ? "
" 술마셨어 ? "
" 아니에요, 은솔이는 술 못마셔요 ! "
그날 내가 골라 준 옷, 그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은솔이의 말투가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기 보다는 상당히 우스꽝스러웠다. (사실 혀가 많이 꼬여있었다.)
잘생긴 얼굴을 가린 캡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얼굴이 보고 싶은데.
" 가자. 우선 나가서 얘기하자. "
" 아니요. 난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데. 밖이 조금 춥거든요. "
" 벌써 10시야. 지나가다가, 사장님이라도 불 켜져있는 거 보면 나 혼날텐데. "
" 내가 이겨요. 은솔이 엄청 싸움도 잘하는데 ? "
조금은 투덜대면서 은솔이 나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
문을 잠구고, 쌀쌀해진 날씨 덕에 손이 시려운 내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은솔이가 말이 없었다. 수다맨처럼 시끄럽던 녀석이 조용하다. 슬프게.
" 무슨일인데 벌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 "
" 그냥요. 애들이 한 잔 하자고 해서요. "
" 아..... 뭐 먹을래 ? "
" 누나, 뭐 먹고 싶어요 ? "
" 추워서. 어디 들어가고 싶은데. 커피한잔 마실래 ? "
" 나는 코코아요. "
" 그래. "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분위기에, 째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진한 블랙커피와, 코코아를 한잔 주문했다.
은솔이는 말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게.
" 마셔. "
" .......누나, 있잖아. "
" ...... 응 ? "
" 눈이 안와요. "
" 풋. 갑자기 뜬금없이 왠 눈타령이야 ? "
" 그냥. 이 더러운 세상, 온통 하얗게 이쁘게 만들어주는 눈이 보고싶은데. 눈 덮인 세상,
보고싶다. 깨끗해지게. "
" 어리긴 어리다. 그것도 잠시뿐이잖아. 하얗게 덮여도 곧 다시 돌아오잖아, 더럽게. "
" 그냥. 잠깐이나마 깨끗해진 눈길을 걸으면, 내가 꼭 천사가 될 것 같아. "
넌 천사인걸.
슬픈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은솔에게 불쑥 말이 튀어 나갈 뻔 했다.
나는 입을 막기 위해서 블랙커피를 입안 가득 털어넣었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던 은솔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은솔아. "
말도없이 먼저 커피숍 문을 박차고 은솔이가 나가버렸다.
나는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넣고 녀석을 따라서 커피숍을 나왔다. 밤공기가 매우 차갑다.
슬프고 엉망이 된 은솔의 마음처럼.
" 무슨일이야, 도대체 왜그래. "
" 아니야, 아무것도. "
" 유은솔..... "
" 그냥, 그냥요. 슬퍼서. 은솔이가 조금 슬퍼서. "
껄렁껄렁 -
이마에 나 양아치 입니다 하고 자랑을 하 듯, 이상하게 옷을 차려입고 담배를 입에 하나
물고있는 여러명이 갑자기 은솔에게 다가왔다.
고등학생이지만, 꼭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 처럼.
" 어이, 유은솔이 ? "
" 뭐냐. 오늘은 그냥 꺼져라. "
" 풋...... 요즘 아주 얼굴이 환 하게 피었다 ? 응 ? "
" 차운석. 꺼지라고. "
" 이 미친새끼가....... 풋. 뭐냐 ? 이번엔 연상이냐 ? 능력도 좋다, 미친새끼 ?
연상이면, 나이 많으면 달라고 하면 막 주냐 ? 나도 좀 소개시켜줄래 ? "
퍽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솔의 주먹이 차운석이라는 아이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
입가에 살짝 피 맛이 맴도는 듯, 그 아이의 미간이 움쭐했다.
곁에 서있던 녀석들이 더 가깝게 은솔과 나에게 다가왔다.
" 미친새끼가, 씨발. 죽고싶지 ? 너 지금 혼자야 ? 잊었어 ? "
" 누나.....가세요. "
" 은솔아..... 왜그래, 이러지말고 우리 그냥 가자. 응 ? "
" 어이쿠 ? 이쁜 누나, 어딜 가시려고 ? 녀석이 내 얼굴에 벌써 주먹질했거든 ? 나 못보내거든요?"
" 차운석, 주둥아리 닥쳐라. "
처음보는 은솔이의 차가운 목소리에 내가 얼어버렸다.
녀석들은 다섯, 은솔이는 하나. 아니 나까지 둘.
유리하다 못해, 아주 불리한 숫자였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땀이 베어나왔다.
머리를 굴려봐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었다. 늦은시간이니까.
" 니가 먼저 주먹질했다. "
" 유은솔, 눈이 삐었냐 ? 내가 언제 주먹질했다고 지랄옆차기야 ? "
" 니 주둥이에서 나왔던 그말, 그게 나한텐 주먹질이었다, 씹새끼야. "
" 무슨말 ? 아..... 니 옆에 그년 한테 하는 말 ? '
퍽 -
두번째다. 두번째로 은솔의 주먹이 녀석의 얼굴에 꽂혔다.
녀석이 은솔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은솔이 늘 장난처럼 했던 말이 현실 인 듯, 은솔은 그런 녀석을 단숨에 떼어냈다.
" 누나, 제발 가요 어서 ! "
" 내가 널 두고 어떻게 가 ! "
" 나 누나 있으면 못싸우거든요 ? 나 질 것 같아. 누나가 보고 있으면 은솔이 죽어요 그러니까 "
" 야, 저년 잡아 ! "
그녀석의 외쳤다.
차운석이라는 아이 곁을 지치고 있던 네명의 아이들이 나를 바라봤다.
귀찮다는 듯,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 두번째 소원, 이게 내 두번째 소원이야. 가라고 !!!!!! 제발 가라고 정진소 !!!!!!!! "
" ...........소원 ? "
" 응. 소원이야. 가. 제발 가. 나 괜찮으니까, 뒤도 돌아 보지 말고 그대로 !! 소원이라고 !!!!! "
" ....... 은솔아, 누나 진짜.... 흐흑....... "
" 제발 !! "
한걸음, 두걸음, 뒷걸음질을 치던 내가 은솔의 마지막 한마디에
그대로 뒤돌아서 뛰었다.
은솔의 입에서 나온 그 소원이라는 말 때문이냐고 ?
아니었다. 녀석의 잔뜩 슬픔에 잠긴, 꾹꾹 눌러담은 그 슬픔때문이었다.
강하니까.
유은솔은 누구보다 강하니까, 꼭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난 믿는다.
왜냐고, 그아이는 유은솔이니까.
*
part13. 세번째, 혹은 마지막 소원.
벌써 열번째다.
새벽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이 밝자마자 걱정스러운 마음을 보여주 듯
나는 은솔이에게 전화를 건냈다.
그런데 녀석은, 내가 열번째로 핸드폰 폴더를 닫을 때 까지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진짜. 유은솔....... "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찌되었던 나는 사회인 이었고, 이런 일로 미용실에 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몇칠동안 은솔은 연락도, 문자도,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 어 ? 진소 일찍 왔네. "
" 아... 네 홍언니. "
" 얼굴 빛이 안좋네 ? 무슨일 었었어 ? "
" 아니에요. 조금, 잠을 못잤거든요. "
" 잠 못자고 그러면 손님한테 실수 할수도 있어. 눈 붙이고 와. 요즘 힘들었지 ? "
" 괜찮은데. "
10월19일, 새쨋주 금요일이 였다.
어쩌면 은솔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미용실로 들어서서
아무런 일 없듯이 나에게 말을 건낼 수 있는 날,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 아, 비오네. "
" 손님, 비와요 ? "
" 네. 갑자기 쏟아지네요. 오늘 매직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
창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온다. 무엇이 그리 슬픈건지,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오고 있었다.
그 비를 잠시나마 막아 줄 우산조차, 내 손엔 없었다.
" 휴.... 비가 그치진 않겠는데. 어쩌면 안올지도...모르겠네. "
벌써 7시가 넘었지만 은솔의 그림자 조차, 발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짤랑 짤랑 -
50번째 손님이었다. 역시 은솔이는 아니었다. 파마를 원하는 손님 덕분에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9시, 문을 닫을 시간이 찾아왔다.
은솔이를 맞이 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자자. 다들 퇴근 하고, 오늘도 진소 수고해줘. "
" 네, 사장님. "
언니와 오빠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눈인사를 건내고 다들 하나 둘 건물을 빠져나갔다.
무수히 짤려버린 수많은 시간과 세월을 먹고 자란 머리카락들이 보였다.
버려진 것 처럼, 어쩌면 머리카락은 참 슬픈 것 같다. 언젠간 꼭 버려져야 하니까.
" 아, 힘들다. 비가....여전히 오는구나. "
그때였다.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헥헥 되면서 우산을 들고, 그렇지만 잔뜩 젖은 모습으로
내 눈에 보이는 아이는, 유은솔. 은솔이었다.
" 유은솔. "
" 누나, 비가와요. 우산없죠 ? "
" 너 어떻게 된거야 ! 연락도 없고 ? 괜찮은거야 ? 다친데는 없어 ? "
차갑게 식어버린 은솔에 얼굴에 내가 손을 가져갔다.
따듯한 내 손과, 차갑게 식은 은솔의 얼굴.
마음이 시렵다. 내 손에 느껴지는 이 차가움 처럼.
" 히히, 괜찮아. 은솔이 강하잖아. "
" 그런데... 너 왜이렇게 젖었어 ? 우산도 들고 있으면서 "
" 응 ? 어쩌다 보니까. 나 추운데 코코아 한잔 안줘 ? "
" 그럼 잠깐만 기다려. "
달그락 -
따듯하게 물을 데우고, 머그잔에 코코아를.
쇼파에서 곤히 잠이 든, 은솔이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히 탁자위에 머그잔을 내려놓고
나는 조용히 녀석의 곁에 앉았다. 살며시.
" 속상하게 비 맞고 다니고, 이것 봐. 얼굴 좀 봐. 유은솔, 너 자꾸 이럴꺼야? "
혼잣말을 하면서 내가 녀석을 바라봤다.
조금의 멍이 남아 있는 은솔의 뺨에 내가 손을 가져갔다.
순간, 녀석이 움쭐 하며 눈을 떴다.
나의 따듯한 손이 금새 느껴진 듯, 빙긋 살며시 나를 보면서 웃어 보았다.
" 누나 비 맞고 다니니까. "
" 무슨소리야 ? "
" 비 오는 날, 비 맞고 다니니지마요. 감기걸리니까.
쉬는 날, 혼자 햄버거 먹지 말아요. 속상하니까.
힘든 날, 혼자 술 잔 비우지 말아요. 외로워보이니까. "
" 은솔아..... 그걸 어떻게. "
" 내가 말했잖아요. 은솔이는, 누나를 많이 좋아한다고. "
깔끔한 우산 하나가 눈에 들어섰다.
낯이 익은 우산인데.
그런 은솔이가 가깝게 내 곁에 다가왔다. 차갑게 식어 있는 녀석이 머그잔을 집어들었다.
한모금 마시는 녀석이 오늘 참 아름답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아름답기는 처음이었다.
" 마지막소원. "
" 응 ? "
" 그러지마요. 그렇게 하지마요. 절대로. 혼자 그러지 말아요.
세번째 소원, 이젠 내가 정진소 곁에 있어줄테니까 그러지 않기. 어때요 ? "
" 은솔아. 그게 무슨 소리... "
" 정진소. 나만의, 아니. 유은솔 만의 램프의 요정이 되어줘. 그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
금새 따듯해진 은솔이의 손이 나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천천히.
녀석이 따듯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잠깐의 꿈같은 입맞춤이였다.
금새 은솔이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서 떼어졌다.
"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 "
" 아주, 세상에서 아주 달콤한 스타일이요. "
" 네. 손님, 알겠습니다. "
은솔이가 빙긋, 아주 예쁘게 웃으면서 다시 나에 입술에게 다가왔다.
이세상 그 어떤 달콤함 보다 달콤한 키스였다.
녀석의 키스는 달콤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 파마라고 ? "
" 응 ! 나 파마하고 싶어 ! "
램프의 요정이 되어준다면, 파마부터 해달라고 생 뗴를 쓰는 녀석이 앞에 서있다.
여자친구가 아닌 무슨.
내가 작게 궁시렁 되면서 그런 은솔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녀석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걸리면 엄청 혼나겠지만 파마약을 꺼내왔다.
" 히히. "
" 손님. 어떤스타일을 원하세요 ? "
" 사랑이요. 사랑스타일이요. "
" 야 ! 유은솔 ! "
" 난 누나가 해주는 것만 할꺼야. 그러니까 누나의 사랑이 가득 담긴 스타일로 해줘. "
" 말이라도 못하면. 이게 진짜. "
한참을 웃었다.
울상을 짖고 있는 녀석과, 웃음이 터진 내가 있었다 .
뽀글뽀글.
양처럼, 순한 양처럼. 머리에 양이 생긴 듯, 녀석이 머리는 그렇게 우스꽝스러웠다.
은솔이가 나를 핏 노려봤다.
" 이게뭐야 !!!! "
"손님. 뭐가 문제인가요? 사랑스타일을 원한다면서요. 제 사랑 스타일은 이건대요. "
" 정진소 !!!!! "
" 어쭈, 누나한테 까분다. 풋. "
" 이씨...... 그래도 봐준다. 램프의 요정이니까. 히히. "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녀석의 여자친, 아니.
녀석이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램프의 요정이랍니다.
*
part4. 첫 만남, 그녀도 모르는 첫 만남.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 아. 오늘 부터 새로 왔다고 ? "
" 네 . 사장님. "
" 그래. 오늘 부터 아주 열심히 해 보도록 합시다. "
갓 22살.
대학교에 들어온 새내기 처럼, 미용실에 가장 막내로 들어 선 한 여자가 눈에 들어섰다.
이런 저런 잡일 부터, 청소.
창문 닦기. 미용사로 취직하기 보다는 청소부 처럼 그 여자는 하루 종일이 바빴다.
그런 첫 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어머. 비가 오네. "
" 손님. 밖에 비와요 ? "
" 네. 안 그칠 것 같은데. "
" 우산도 없는데..... "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막 들어선 남학생에게 전해들은 비가 온다는 소식에 그 여자의 얼굴이 금새 울상으로 변해버렸다.
그럼 그 남학생 곁에 서있는, 미쳐 그 여자가 발견하지 못한 파란빛의 명찰이 빛난다.
반짝, 아주 반짝.
그 남학생이 커트를 하기 위해서 의자에 앉았다.
그 여자는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마지막 손님이었다, 그 남학생이.
" 자. 이건 열쇠야. 문 단속 잘하고, 불 꼭 끄고 . 알았지? 할 수 있지 ? 막내니까...
언니도 너 들어오기 전엔 맨날 했었어. "
" 그럼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걸요. 걱정 마시고 퇴근하세요. "
" 응. 그럼 수고해줘 진소씨. "
" 네. 수아언니. "
남학생들은 어느새 다 빠져나가고, 그 여자가 홀로 남아있다. 그 여자의 유니폼 가슴 위에
빛나는 은색빛의 명찰에 눈에 들어섰다. 진소, 정진소. 그녀였다.
" 자. 이제 다 정리됐고. "
가방을 챙겨들고 그녀가 스위치를 껏다.
깜깜한 어둠이 내려 왔다. 막 출입문을 나서서, 그녀가 수아언니에게 건내 받은 열쇠를 꺼냈다.
막 열쇠로 문을 잠구려는 순간, 출입문 문에 걸려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섰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오는 듯 보였다.
주적 주적, 빗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가득했다.
" 뭐지. 우산... 우산이네 ? 누가 두고 간거지 ? "
파란빛깔의 우산이었다.
아주 낯이 익은, 잠깐 본 듯한 아주 예쁜 파란 빛깔의 우산이 걸려있었다.
비가 와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지 모르는 아주 천사같은 사람인것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우산을 집어들었다.
" 다행이다. 비 안 맞고 갈 수 있겠네. "
그녀가 우산을 펼쳐들었다.
한걸음, 두걸음. 멀어져 가는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고 서있는 남학생의 무리가 눈에 들어섰다.
파란 우산, 파란 명찰.
아주 닮은 색깔, 빛나는 그 명찰에 눈에 들어왔다. 은솔, 유은솔. 그녀석이었다.
" 유은솔. 이 또라이야 ! 저 여자가 아무리 좋다고해도 ! 우리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버리냐 ㅠ_-
개자식아 ! "
" 태원이 너 , 쉿 ! 조용해. "
" 우리보다 몇살은 많은 것 같은데, 어쩌려고 ? 너 차운아는 어쩌고 저녀석이랑 사귀려고 ?
운석이가 너, 운아 잘 부탁한다고 했다면서. "
" 아 시끄러워 ! 무튼 가자. 가자 ! "
" 아.... 내 우산, 우산. "
" 하나 사주면 되잖아. 짜식, 치사하게. "
" 몰라. 개새끼야 ! "
그녀가 멀어진 길을 몇번이고 뒤돌아 보면서 한 남자가 웃음 지었다.
그게, 그녀가 모르는 그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파란 빛깔의 명찰, 파란 우산, 모두 유은솔 그녀석이었다. 그녀는 미쳐 몰랐다. 몰랐다.
그 우산의 주인이 그녀석, 유은솔 이라는 것을.
" 손님.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 "
" 사랑스타일이요. "
첫만남이었다.
그녀가 모르는 그와 숨겨진 첫만남은 그렇게 달콤했었다.
그들이 달콤하고 영원하게 사랑 할 수 있도록 기도를.
사랑하는 바보 ★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 THE END -
PS.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바보입니다.
이번소설은 빨리 찾아 온 것 같은데, 너무 늦었습니다.
이번엔 달콤한 사랑 스타일로 찾아왔는데.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달콤한 소설을 잘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새드를 더 ㅠ_- 흑흑......
그래도 저 힘낼 수 있게 다들 한마디씩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히 ! 사랑하는 바보 여러분 많이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제 소설 많이 사랑해 주시고요
늘 좋은하루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히히
ㅠㅠ왜 매번 내스타일의 남자들만 나오는거지? 그것도 만나지도 못할만한...ㅠㅠ 어쨌든 작가님 소설 잘읽고 갑니다! 매번 작가님소설읽고 행복하게 가요^^
★☆ⓛⓞⓥⓔⓛⓨ...님.안녕하셨어요 ! 저도요 ! 제가 원하는 스타일과 비슷한것같네요. 제가 꿈꾸는 스타일을 자주 쓰거든요 . 히히 ! 제소설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 행복하게 가셨다니 좋은하루 되시겠군요 ! 그럼 늘 좋은하루되세요 !!!!!
오랜만에 해피엔딩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너무귀여워요ㅜ.ㅜ!역시멋있습니다~
★류은입니다♬ 님.안녕하셨어요 ! 오랜만이죠 ? 히히 ! 제가 해피엔딩을 잘 안쓰잖아요 아시죠 ? 그래도 재밌고 귀엽게 봐주셨다니 다행스럽습니다. 많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해피엔딩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럼 늘 좋은하루되시고 제 소설 많이 사랑해주세요 !
해피라 다행이에요 > < ㅋㅋㅋ ㅋ 새드면 어쩌지 혼자 이러구 ㅋㅋㅋ 사랑하는바보님은 너무 소설 잘쓰세요 < ㅢㅏ ㅓ러!!!
★華愛、님. 안녕하셨어요 ! 정말요 ? ㅠ_- 제가 새드로 할까, 해피로 할까 되게 많이 고민했답니다. 히히 ! 제 늘 걱정거리가 그부분이에요 ~~ 그래도 밝게 시작한 만큼 밝게 끝나는게 좋을 것 같아서 ~~ 해피엔딩으로 찾아왔어요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 좋은하루되세요 !
꺄아꺄아, 오랜만이에요 사랑하는바보님!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ㅠㅠㅠ 3달가까이 컴퓨터도 못하고 ㅠㅠㅠ 으엉엉 정말그리웠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사랑합니다! ㅋㅋ
★뽀뽀뽀오 님.안녕하셨어요 ! 오랜만이네요 ~~ ㅠ_-3 달 ? 와우.....저에겐 끔찍한 시간일 것 같아요 ~~ 전 여러분들이 기다리셔서 3일도 되게 길게 느껴진답니다. 히히 ! 기대하셨어요 ? 기대한만큼의 소설을 들고 온 것 같아서 기분 좋은걸요 ! 여러분, 저도 사랑합니다 ! 히히
악!진짜 잘 봤습니다!역시 새드보단 해피가 더 좋아요
★풀잎한조각님.안녕하세요 그렇죠. 해피엔딩이 좋지만 전 영원한 해피엔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사실 새드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 이렇게 해피엔딩을 사랑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 그럼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 아짜 !
와 재밋서요^ㅡ^ 잘봣습니당!
★적형광염료님.안녕하세요.재밌게 봐주셨다니 다행인걸요 ~~ ㅠ_- ! 다음소설도 기대해주시고요 ~~~ 늘 좋은하루 보내세요 ! 요즘 날씨가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어러분 사랑합니다 ~~
진짜 짱 재밋다 >_<
★소설♡알럽님.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 히히 ! ㅠ_- 부족한 제 소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고요 늘 좋은하루 보내세요 ! 아차차 ! 감기 절대 조심하세요 ~~~
와~사랑하는바보님이다ㅋㅋㅋ기다렸어요ㅠㅠ 잘읽고가요~^.^
★애룡님.안녕하세요.이렇게 기다려주셨다니 영광인걸요 ? 히히 !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 ! 아시죠 ? 여러분 없으면 저도 없어요 ㅠ_- 늘 제소설 사랑해주시고요 좋은하루되세요 !
우와~~ 소설이 너무 달콤해요~~ 보고있는 사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 좋네요 ^ㅡ^ 너무 귀여운 커플이에요 >_<
★비행소녀날다님.안녕하세요.히히! 소설이 꼭 사탕같죠 ? 이런 소설을 쓰는 제가, 참 기분이 좋답니다. 여러분에게 맛있는 사탕을 선물해드리는 기분이죠 ! 히히 ~ 늘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 여러분, 사랑합니다 !
긴거잘못읽는데읽다보니까다읽었어요ㅋ진짜좋든데요ㅋ
★양배츄님.안녕하세요. 정말요 ? 저도 긴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 제가 긴 소설을 쓴답니다 히히 ! 진짜 감사하고요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_-!다음소설도 사랑해주시고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
와 너무 이뻐요 소설이 ㅠㅠ...잘읽고가요~~ 해피가 좋답니다..ㅎㅎ
★AbraCadabra님. 안녕하세요. 소설이 이쁘다면 참 좋은거겠죠 ? 여러분 하하 ! 사랑합니다 ~~ ㅠ_-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소설을 못 쓰고 있답니다. 다음소설 올라왔으니까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늘 좋은하루되세요 !!!!!!!!
안녕하세요~~~ㅠㅠ;;제가너무늦어버린건가요;죄송해요 ㅠㅠ한동안컴퓨터를못해서인소닷들어오자마자 사랑하는바보님소설찾아왔어요ㅠㅠ죄송해요~~!앞으로는최대한일찍보도록할게요;ㅠㅠ 이번에해피라서너무좋아요~~ 정말달콤한소설이네요~~새드이면어쩌나했는데~~ 하하 ; 잘읽고가요~~ 참. 이거새드였으면사랑하는바보님 미워할뻔했어요~~ <죄송해요^.^;하하무튼잘읽고갑니다~~
★SP:) 초롱님. 안녕하세요. 하하 ! ㅠ_- 죄송해하지마세요 ! 이렇게 늦게라도 절 찾아주신 점 너무 감사한걸요 ? 히히 ! ㅠ_- 앞으로도 꼭 찾아주시고 저 잊지 말아주세요 ! 그러면 충분하답니다 ~ 히히 ! 해피엔딩을 자주 못쓰는 저지만 ! 그래도 새드도 사랑해주실꺼죠 ? 그럼 늘 좋은하루되세요 !
너무 너무 재밋어용~~~오늘 계속 사랑하는바보님 소설읽고잇는데. 전편에 봣던 소설이 쎄드라서 슬펏는데,. 이번엔 해피엔딩이라서 너무 조앗아요^^더 재밋는 소설 마니마니 써주세용 수고하셧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