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블록버스터들의 시절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이하 '다크')가 연일 화제다.
예약만 역대 최다인 25만여 장을 기록하고, 개봉 당일 관람한 사람이 44만 명에 달한다.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 시리즈부터 놀란이 만든 배트맨까지 제대로 챙겨 본 게 없으므로
이 열광에 동참하기 쉽지 않다.
놀란이야 '인셉션'이나 '프레스티지', '메멘토'를 봤으니 그가 배트맨을 어떻게 나타냈을지 짐작만 조금.
여름에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끌고 놀라운 관객수를 기록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현상이 유독 달갑지 않다. 불편하다.
바로 '두 개의 문'(이하 '두 개') 때문이다.
지난 6월 21일에 개봉하여 현재 5만 명 정도 관객이 찾았다.
느끼는 그대로 얘기하겠다.
'다크'를 하루에 44만 명이 보고, '두 개'를 한 달 동안 5만 명이 본 이 현실이
부당하고 이상하고 정의롭지 못하다.
'다크'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다크'를 보는 이들에게 '두 개'도 봐야 한다고 의무,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다크'를 보는 이들을 모조리 나쁘게 매도할 마음도 없다.
다만 억울하달까, 박탈이랄까, 꼭 알아야(봐야) 할 영화를 보지 못하고(않고) 지나치는 것이 안타깝다.
'다크'를 본 44만 가운데 5만에 속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속할 사람도 있겠지.
'두 개' 자체가 상영관이 적고 가기 불편한 탓도 있고.
많은 사람이 찾을 영화는 아니고...
그러나
그런 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두 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룬 영화이다.
정권 혹은 경찰, 검찰에서 여러 의혹을 만든 일이고 이에 관련한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다들 한번씩 봐야 할 영화이다.
그에 비하면 '다크'는 꼭 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겠지.. -_-ㅋㅋㅋㅋ
더 솔직히, 느끼는 것을 말할까-
하필 '다크' 때문에 '두 개'를 상영하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걱정스럽다.
언감생심 서로 적수가 되지 않는 처지인데, '다크'가 아니더라도 블록버스터는 여름 내내 끊이지 않을 텐데
애먼 '다크'에게 너무 억울한 하소연이고 책임 지우기일까?
'5만'이란 숫자-저예산 영화에는 굉장한 관객 수이다. 적은 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불편하고 괜히 어딘가에 화풀이하고 싶고..
내가 뭐 약자들을 전부터 잘 챙기고 관심 가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에잇.
왜 사람들은 '다크'같은 영화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두 개'는 보지 않는 것이지.
'다크'는 저렇게 쉽고 빠르게 44만이나 얻고
'두 개'는 5만을 얻기 위해 한 달을 노심초사 보내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면 정식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달려가고..
('다크'를 쉽게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크'에 관람료를 지불한 사람들이 모두 펑펑족이란 뜻도 아니고.)
'두 개의 문'을 몰라서 못 보신 분도 있을 것이다.
부탁 드린다.
여러분의 관심이 2009년 1월에 어이없이 죽은 용산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고,
유족과 이웃들에게 힘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누군가의 현실을 외면하면 우리도 언젠가는 외면 당한다.
아,
이렇게 치열하게 영화를 알리고 봐야 하는 이 시대-
참으로 유감이고 창피하다.
첫댓글 지금 상황에서 5만은 엄청난 겁니다..매스컴이 정상 작동되었다면 훨씬 더 파급력이 컸겠지만..
타니야님..너무 실망마세요..^______^..
네, 저도 알아여. '3만'도 대단한 거라는 거.
근데 아쉬워서 -.- 엉엉..
생각해 보니, 매스컴 문제도 있네요.
이렇게 호응을 얻었으면 지금쯤 사회 프로그램에서 영화를 조명하고 그랬을 텐데. 뉴스에 나오든지.
제가 몰라서 그렇지 나온 적이 있을 수도 있을지?
위로 감사합니다. ^^
토닥토닥..
우리학교..워낭소리..등의 흐름을 충분히 탈 수 있는 작품인데..악랄한 맹바기 아시잖아요..뒤에서 어떤 짓거리 했을지 안봐도 눈에 선하네요..
타니야님 같은 분의 힘을 모아 뚫고 나가면 아마 더 큰 결과 나올거예요..TV는 조용하지만 시사 라디오 프로에선 요즘 자주 소개되고 있더라구요..^_____^..
타니야님^^화이팅!!!입니다..^_______^..
저도 보고 왔습니다..
예전에 박독재, 전대갈 시절엔 이런 다큐영화도 없었을 것이며.. 소리소문없이 묻혔을 거라 생각해요.
현재엔 5만이고.. 미래엔 500만이 되길 기원합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쵸, 그때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목숨 내놓을 각오하고..
제주에 사시는 걸로 아는데 혹 제주에서 상영했나요?
상영관을 빌려서 하루에 두번 총 3일 개봉하였어요
매진 연속 ^^
아 그랬군요. ^^
영화관도 좋지만 탑동 쪽 영화예술센터나 문예회관 등 공공 시설에서도 자주 상영하고 그러면 좋을 텐데..
상영관 문제만 해결되도 한결 수월할수도.. 저도 보고는 싶은데..
에구.. 조만간 푸른v님 댁과 가까운 곳에서도 상영하기를 ..
두개의문 저도 못봐서 보고싶어요
어디 사시는지 모르나 보실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