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실종됐던 어린이집 여교사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도로변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
제주시에서 실종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27·여)씨가 8일 실종된 지 1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오후 1시 50분 경 김모(67)씨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동쪽 자락의 농로 배수로에서 이 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는 실종 당시의 무스탕 점퍼와 회색 치마를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엎드린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큰 길에서 200m 가량 떨어진 외진 곳이다.
3일 공개수사에 나섰던 제주 서부경찰서는 이르면 9일 이 씨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초 현장 검안 결과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특이한 외상도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일 오전 3시경 남자 친구 A씨(28·제주 용담2동)의 집으로 찾아가 신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뒤 곧바로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의 휴대전화가 1일 오전 4시 5분경 애월읍 광령리 광령초등학교 인근 무선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힌 뒤 꺼진 것으로 미루어, 남자 친구 A 씨와 헤어진 뒤 1시간 사이에 이 씨가 납치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시간대를 전후해 제주시에서 이 씨의 집이 있는 애월읍에 이르는 도로상의 폐쇄회로(CC)TV 촬영기록을 분석했지만 아직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차량에 의해 납치돼 시신 발견 장소 인근에서 살해됐거나, 제3의 장소에서 살해된 뒤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용의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이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광령초교 인근 무선기지국과는 직선거리로 12㎞ 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또 이 씨의 전화 통화내역과 주변 인물들의 휴대전화 착발신 내용과 신용카드 사용명세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지만 실종 이후 금융거래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인조가죽 가방은 6일 오후 3시 20분경 제주시 아라동 축협사거리 인근 밭에서 밭주인 소모(60) 씨가 발견했다. 가방에는 지갑과 휴대전화, 운전면허증이 들어있었다. 또 이 씨가 타고 나간 승용차는 제주시 이도동 제주시 자치경찰대 뒤 주택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의 시신과 물건들이 발견된 장소와 휴대전화가 끊긴 곳 등을 중심으로 이 씨가 숨지기 이전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