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매화
이화영
그림 속 매화에 눈이 내리네
탁자 위 나물 몇 점
익어가는 봄 가득하네
춘설 내리고 마음 소란스러웠네
멀리 눈발을 뚫고 벗이 오기를
가고 오는 이 없어
마음속으로 지는 부드러운 말
더러는 그림 속 매화가 지고
눈이 지기를 기다렸네
작은 꽃 아래
고목 사이에서 익어가던
봄은 짧았네
늙은 몸
한 철 나들이
마음 다 내어주고
눈을 잃고 매화를 얻을까
눈 위에 발자국 지우고
스스로 기다림을 보네
눈발을 뚫고 오는 벗이
있기를 바라네
낭만적 편두통
생각해보니 머리가 아픈 날은 포도를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생각의 비만은
산란기의 알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와
멋대로 내 몸을 포진하고 결속한다
점점 연대하며 부피를 늘여가는 공포의 검은 방울들
여름밤은
초록을 품은 검은 기도
고해성사로 인하여
바깥은 연일 하얀 비밀이 폭설이다
이 우울한 악기의 사용법은
외면하기
서랍 안에 감춰두고
한때 우리가 오마주했던
편두통의 계절에 포도가 익어간다
검은빛들이 무참히 짓이긴 이마는 포도가 쓸쓸하다
핏빛의 역설이 싱싱해서 문득 서글퍼지는
포도의 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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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그림 속 매화 / 이화영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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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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