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아는 사람만이 찾는 '강화나들길 13코스'
한국뉴스 기사 입력일 : 2022.05.30.
기자명 김호선 기자
-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섬 안의 섬 '볼음도'
눈 부시는 계절 봄이 가기 전에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강화 서도면 "볼음도"에 있는 강화나들길 13코스를 다녀왔다. 볼음도는 서도면 4개의 섬(주문도, 아차도, 말도, 볼음도) 중에 가장 큰 섬이다. 볼음도와 아차도 사이의 좁은 바다의 물길이 제법 무섭게 흐른다. 볼음도는 강화도까지 7km, 황해도 연백까지는 5.5km로 서해 최북단의 섬이다. 해안선 길이가 16km로 북쪽 해안선은 남방한계선민간인 통제선(38선) 안에 있다.
볼음도 해안선은 얕은 산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 넓은 들판이 조성되여 있다. 주민은 140여세대의 250여명이 살고 있다. 걷는 사람, 자전거 동호인,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섬이다. 한적하고 시원한 해변을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객선 선상에는 갈매기들의 천국이다. 갈매기와 새우깡의 순각 포착, 그 묘미가 행복한 뱃길이다. 볼음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붉은 명찰의 군인들이 검문검색을 하는데 민간출입통제구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천혜의 섬 볼음도는 어떤 섬인가?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가 들려주는 볼음도 이야기가 있다. 군의 통제를 받고 있는 섬이지만 평화로운 섬마을이다. 볼음도는 조선 인조 때 ‘임경업’장군이 명나라에 원병수신사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 섬에 피신하였다. 장군은 보름 동안 체류하면서 보름달을 보았다고 하여 만월도(滿月島)라 부르다가 보름달 발음에서 볼음도가 되었다 한다. 볼음도 볼거리는 신비스러운 은행나무와 전망대, 볼음저수지, 광활한 갯벌, 해변나들길 등이다. 볼음도에는 택시나 버스가 없는 한가로운 섬이다.
볼음도는 강화 ‘선수선착장’에서 여객선이 오고 간다. 선착장에서 승선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선표를 구매하여 여객선의 오른다. 신분증 지참은 필수이다. 볼음도는 당일로 또는 1박을 하면서 주변 섬들을 체험하는 것도 낭만적이다. 배 편은 1일 3회 운행하며 요금은 6,800원(편도)이다. 인천시민은 요금이 80% 할인을 받는다. 여객선은 선수선착장에서 볼음도 – 아차도 - 주문도까지 운행한다. 시원한 봄 바다 바람을 맞으며 떠나는 섬 여행길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즐겁다. 대부분 승객들은 배 안의 따뜻한 온돌방에서 휴식을 취한다.
선수선착장을 하면 석모도 앞바다를 지나가게 된다. 배 위에서 보는 석모도의 모습은 또다른 모습이다. 섬 여행을 통하여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과 배 선상에서 바다와 섬을 바라다보면 그 모습은 또다른 정경이다. 선상 위에 나와 주변의 섬들을 사진에 담고 날아드는 갈매기의 군무에 한바탕 박장대소한다. 떠남은 복잡한 도심지에서 벗어나 해방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즐겁다. 떠남은 새로운 만남이며 추억을 만드는 삶이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자연인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어떤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은 늘 신선하다.
볼음도는 한적한 섬으로 인적이 드물지만 편안한 섬이다. 민박을 하면서 갯벌체험을 하는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선착장에서부터 시작되는 나들길13코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안고 진하게 콧등을 호강하게 하는 향기가 좋다.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가 그윽하다. 특히 소나무와 수많은 풀이 전해주는 향기는 코로나로 인해 닫혀진 가슴을 열게 한다. 걷는 동안 바다와 하늘을 자주 쳐다본다. 천혜의 자연이 환경이 그저 좋다는 탄성이 흘러 나온다. 나들길에 설치된 많은 정자에서 고요한 쉼을 갖는다. 드넓게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들길이다. 조용하게 자신을 되돌아 보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섬이다.
볼음도에는 요옥산(103m)과 봉화산(83m)이 있다. 볼음도 주민들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며 영뜰해변과 조개골해수욕장이 있다. 광활한 갯벌은 저어새 등 새들의 낙원이며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보고이다. 갯벌에는 모시조개, 상합, 소라, 굴 등이 많다. 봄철 제철 생선으로는 밴댕이, 병어, 숭어 등이 감칠맛 나게 한다는 횟감이 수족관에 유영을 한다. 해변 곳곳에는 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건강망)이 쳐져 있다.
볼음도에는 거목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 높이 20m, 둘레9m)가 있으며 마르지 않는다는 볼음저수지가 있다. 볼음도 최고의 보물이다. 볼음저수지와 은행나무 전망대에 올라서면 방파제 바다 너머로 북한이 지척이다. 은행나무는 800년전 홍수 때 북한에서 떠 내려온 것을 심었다는 수컷 은행나무다. 바다 건너 북한 연백 호남리에 암 은행나무(조선 천연기념물 제165호)가 있다는 설명이다. 말없는 은행나무도 분단의 설움을 간직하고 서 있는 모습이 굳건하게 보인다. 은행나무에서는 매년 풍어제가 열렸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 한다
조개골해변에는 해수욕장(길이 1.5km, 폭 70m)이 있다. 조개골 유래는 조개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그렇게 부르고 있는 해변이다. 해변에는 해안방제림으로 조성된 해송이 많다. 기이한 바위도 있다. 여름을 물론 사시사철 조용한 쉼을 휴식을 위해서 즐겨 찾은 수도권의 숨어 있는 휴양지다. 서해안의 고유한 해수욕장의 모습으로 수심이 얕고 갯벌이 넓다. 밀물과 썰물 때의 바다 모습은 정 반대의 모습이다. 썰물 때에는 해수욕장의 역할은 어렵지만 조개 줍기 등 갯벌체험이 좋다. 해변에는 스치로폼 등 많은 쓰레기가 밀려와 있다. 아쉬움이 있다.
볼음도를 대표하는 해변은 영뜰해변이다. 잘 발달된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이라 한다. 바다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전개되는데 직선거리로 7km는 된다는 것이다. 쭉 펼쳐진 갯벌이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이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경운기가 다닌다. 해변에는 아담한 정자 등 쉼터가 있다. 바다 건너 북한땅을 조망할 수 있는 고성능 만원경도 있다. 영뜰해변의 해송 송림에는 백패킹하기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환경이다. 5월의 영뜰해변에는 백합과 칠게, 각 종 고동과 농게 등이 많다 한다.
볼음도 은행나무와 연꽃이 만개한다는 볼음저수지를 뒤로 하고 봉화산으로 향한다. 차량이 보기 힘든 조용한 볼음도, 폐교 등 마을 꽃길을 따라 선착장에 도착한다. 볼음도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교감의 섬이다. 볼음도에서 머무는 4시간 동안 행복했다. 해변을 따라 걸었던 나들길은 지루하지도 않는 쉼이요 치유며 힐링이다. 볼음도 보름달 어떤 모습일까? 달 밝은 보름날 꼭 다시 와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섬이다. 되돌아오는 길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한적하고 조용한 볼음도 즐거운 추억이다.
[인천 섬 기행] 보름달처럼 포근한 섬, 볼음도(乶音島)
기자명 : 천영기 시민기자
인천투데이 기사 입력일 : 2020.05.25.
[인천투데이 천영기 시민기자] 볼음도는 ‘고려사’에 파음도(巴音島)로 기록돼 있으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보음도(甫音島), 폴음도, 팔음도 등으로 기록돼있다. 조선 인조 때엔 임경업 장군이 명나라로 가던 중 풍랑으로 이 섬에 기착해 15일간 체류하다 둥근 달을 봤다고 해서 만월도(滿月島)로 불렸다. 그후 언제부터인가 임경업 장군의 보름간 체류와 보름달을 보았다는 이미지가 합해져 발음대로 볼음도로 불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한자에는 ‘볼’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甫)자에 ‘ㄹ’에 해당하는 을(乙)자를 붙여 중국에 없는 한자 볼(乶)자를 만들었다.
볼음도로 가는 길
강화도 외포리선착장에서 볼음도에 가는 배가 뜬다. 단, 수심이 낮을 때는 선수포구에서 선박을 운항하기 때문에 미리 알아봐야한다. 인터넷에서 ‘삼보해운’을 치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볼음도까지 대략 1시간 10분 걸린다.
볼음도선착장엔 대합실 하나만 달랑 있는데 평상시에 여행객이 많지 않아 배에서 내리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래서 썰렁할 것 같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는 섬이다. 마치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같다.
민박집에서 휴식
너무 이른 새벽에 외포리까지 운전하고 왔더니 섬에 들어와 민박집에 도착하자 나른하다. 우선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잠시 수면을 취하고 점심을 해서 먹었다.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조개잡이 체험을 말하는데 적어도 3시간 이상은 해야 한단다. 섬을 답사해야하기에 조개잡이는 포기하고 사먹기로 했다.
저녁에 상합탕을 끓였는데 이런 맛 처음이다. 청정해역이기에 싱싱한 데다 달달한 살이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국물도 얼마나 진한지 애호박과 양파를 썰어 넣고 죽을 만들었다. 조개잡이 체험을 다녀온 사람들을 보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잡아와 찜이나 구이로 먹고 있다.
조갯골 해수욕장
강화나들길 13코스인 볼음도길이 있지만 당아래마을에 위치한 민박집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걷기로 했다.
조갯골 해수욕장은 길이가 1.5km 정도로 수심이 깊지 않아 해수욕하기 좋다. 모래사장 뒤로는 길게 둑이 쌓여있고 그 위에 텐트를 칠 수 있는 소나무 숲이 해수욕장을 따라 까마득히 펼쳐져있다. 모래도 매우 곱다. 조갯골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곳에는 물이 빠지면 조개가 많이 나온다. 펄에서 조개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둑 위에는 벤치가 줄지어 놓여있어 너른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벤치에 앉아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을 망연히 바라본다. 멍 때린다는 것이 실감난다. 텐트를 치고 일주일 정도 쉬며 자유인이 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폐교가 된 서도초ㆍ중학교 볼음분교
1942년에 볼음초등학교, 1976년에는 중학교 볼음분교가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볼음초교엔 학생이 한때 200여 명 있었다는데, 점차 줄고 결국 한 명도 입학하지 않아 2018년 12월에 폐교했다. 현재 서도초ㆍ중학교 볼음분교에 주민들이 특산물 전시장 설치를 원하고 있어 강화군과 협의 중이다.
젊은이들이 다 떠난 노년의 섬, 서해의 모든 섬이 같은 실정이다. 다만 중년ㆍ노년이 돼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으며, 도시에서 섬을 찾아드는 사람도 있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변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800년 수령의 볼음도 은행나무
볼음저수지 옆에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높이 24.5m, 밑동 둘레 9.7m로 천연기념물 304호로 지정됐다. 마을 보호수 역할을 하고 있는데, 800여 년 전 황해남도 연안군에 있는 부부나무 중 홍수로 떠내려 온 수나무를 건져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부부나무로 알려진 ‘북한 연안 은행나무’는 북한에서도 조선 천연기념물 165호로 지정됐으며, 연안군 호남리 호남중학교 뒷마당에서 자라고 있단다.
매해 1월 30일이면 이곳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를 지냈다는데, 한국전쟁 이후 출어 금지와 기독교 전파로 이런 풍속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도 이 은행나무의 가지를 훼손하거나 떨어진 가지를 가져가 불을 때면 급살을 맞는다고 한다. 시공을 넘어 상상하는 게 좋다. 모진 풍상을 말없이 견디며 거대한 줄기를 만든 인고의 세월, 우리 삶도 이렇게 견디고 이겨나가야 하는 과정이 아닌지.
볼음저수지의 저어새 무리
은행나무 옆 볼음저수지에서 낚시하는 사람의 탄성에 놀라 가보니 가물치를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1m는 넘는 것 같다. 가물치는 피로 해소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을 가져 몸보신에 좋다고 하는데, 입맛만 다실 뿐 그림의 떡이다.
볼음저수지 제방 길을 한참 걸어가니 저수지 건너편에 저어새 50여 마리가 무리지어 있다. 줌을 당겨보지만 렌즈의 한계로 더 이상 당길 수가 없다.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거의 멸종 단계여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 목록에 위기종(EN)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됐다. 지구상 생존 개체수가 2014년 동시센서스에서 2726개라는데, 한꺼번에 50여 마리를 봤으니 행운이다.
농로를 따라 봉화산 너머 방파제로
볼음도는 물이 많은 섬이다. 곳곳에 논이 펼쳐져 있고 수로도 제대로 갖춰져 있다. 섬답지 않게 논이 많아 포근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마을을 둘러싼 벼들을 보며 걷다보면 마음도 몸도 시원해진다. 이 섬의 많은 논에선 유기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얼마 전까지 탈곡장이 있었는데, 운영수지가 맞지 않아 지금은 섬 밖에 나가 탈곡한단다.
농로를 따라 봉화산 너머 바다로 향하다 보니 멀리 방파제 위에 있는 시멘트 블록이 앞을 가린다. 넘어가지 말라는 군의 경계표지로 알았는데, 태풍 때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논농사에 피해를 주는 걸 줄이기 위해 블록을 더 올린 것이라 한다.
방파제 위에 오른 순간 앞에 펼쳐진 광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 교동도ㆍ서검도ㆍ석모도ㆍ강화도 등 섬들이 둘러싼 바다와 끊임없이 바람이 몰고 오는 자잘한 물결들, 각양각색의 구름들과 터진 틈으로 보이는 일출의 여린 빛이 어울려 환상을 빚어낸다.
섬이 포근하다는 느낌, 한적한 나들길을 걸어보면 섬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걷고 싶은 섬이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섬인 것 같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천영기 시민기자는 2016년 2월에 30여 년 교사생활을 마치고 향토사 공부를 계속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월 1회 ‘인천 달빛기행’과 때때로 ‘인천 섬 기행’을 하고 있습니다.
강화나들길 제 13코스(서도 2코스 볼음도 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