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9. 불날(화요일) 날씨: 비가 내린다. 처서가 지난 뒤로 아침 저녁을 서늘한 기운이 돈다.
[개학 아침열기와 일상의 시작]
8시 30분 교사 아침열기 마치고 오랜만에 커피를 내렸다. 개학날 풍경은 늘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비가 오는지라 <비 오는 날>을 부르며 아침열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어린이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아주 피곤해 보이는 어린이들이 있다. 방학 끝 개학을 맞이하는 몸의 적응이 이번 주 줄곧 되겠다. 안타깝게도 한비와 소율이가 발에 부목을 대고 왔다. 하진은 아파서 오지 못했다. 날마다 보지 못했던 여름방학이라 아이들이 쑥 자라있다. 아침열기 때 저마다 많이 자랐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다들 아니란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가 둘러앉아 가을학기 아침열기를 하며 여름방학 때 부모님과 사이는 좋았는지, 놀러는 갔는지, 맛있는 음식은 먹었는지, 숙제는 다 했는지, 몸이 아프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숙제를 다 한 어린이가 둘이나 있다. 50프로 이상 했다는 어린이가 삼분의 이쯤 되어보였다. 방학 이야기에 이어 지난 주말 시설의 날 때 학부모님둘과 교사들이 땀흘려 일했음을 알렸다. 어린이들도 한눈에 학교 부엌이 바뀌고 새로운 명화가 걸려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오늘부터 맑은샘학교 학생으로 함께 살아갈 소윤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일이다. 새로 온 어린이를 위해 모두가 나서서 친절하게 돕는 건 맑은샘 어린이 문화다. 또 이번 주 쇠날부터 오실 밥 선생님 이야기도 했다. 어린이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길어지면 1학년은 힘들다. 우리 윤우가 언제 끝나냐는 신호를 주었다. 방학 뒤 다 함께 모이는 날이라 길 수도 있다고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얼른 마치려는 마음으로 교사들이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를 한마디씩만 하셨다. 덕분에 30분쯤 만에 중용 글을 암송하는 걸로 다 함께 아침열기를 마쳤다.
아이들이 오니 역시 학교는 살아난다. 방학 때 어린이들이 없는 학교 교사실에서 일을 하다보니 개학 날이 더 반갑고 떠들썩함과 왁자지껄이 신이 난다. 모둠마다 공부하러 교실로 모두 들어가고 쉬는 시간마다 어린이들이 교사실에 오는 어린이들이 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아 좋다. 2학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데 소윤이는 맑은샘을 오래 다닌 어린이처럼 익숙하게 동무들과 어울리며 교사실에 들어왔다.
낮에는 과천문화원에서 열린 과천시청소년지원단 회의에 다녀왔다. 4시 10분부터 시작한 교사 회의는 6시에 끝났다. 교사들이 퇴근하고 한 시간쯤 일을 더 하고 퇴근했다. 서류와 회의, 과목 선생으로 살아가는 교장의 일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