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목욕탕과 사우나에 가기 힘든 시기인데도 간혹 목욕법에 대해 묻는 분들이 있다. 사람이 모이는 시설을 기피하는 요즘인데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집에서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가벼운 병이 아니라 암이나 만성 피부병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이다. 병의원에서도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난치병에서 벗어나고자 무엇이라도 더 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목욕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속되어 온 건강법이다. 로마시대에도 아주 많은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위생적인 측면으로 보면 목욕만큼 좋은 것이 없다. 피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균들을 씻어낼 수 있고, 체온을 올려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피로회복이나 숙취해소를 위해 목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점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우나나 찜질방 등의 목욕시설이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가서 사람들을 살펴보면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고온사우나와 냉탕을 오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신욕을 즐기기도 한다. 족욕을 즐기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러면 어떤 형태가 건강에 이로울까. 정답은 체질과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땀을 빼면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지는 분들은 사우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분들은 대개 기육이 탄탄한 편인데 사상체질로 보면 태음인들이 대부분이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오면 나른해지고 졸린 분들은 사우나가 좋지 않다고 봐야 한다.
특히 체력이 약한 소음인들이 사우나를 이용해 땀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심하게 땀을 흘리는 것은 피를 흘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하는 한의사들도 있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가슴이 갑갑해지는 분들도 사우나에 오래 있지 말아야 한다. 가슴에 열이 뭉쳐 있을 수 있는데, 흉부에 열이 울체된 사람이 사우나에 들어가면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보기 드물게 냉온욕을 하는 분들도 있다. 냉온욕을 하는 분들은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온욕도 어느 정도 체력이 받쳐 주어야 한다.
먼저 노인들에겐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젊은 분들도 체력이 약하다면 무리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피부의 모공이 위축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의외로 몸이 느끼는 피로도는 크다. 환절기엔 일교차가 크므로 건강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15도 정도의 일교차도 아주 온도차가 크다고 하는데 20도 이상의 온도차를 1분 단위로 몸이 겪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냉온욕의 원칙은 20도 정도의 찬 물에서 시작해서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로 1분 간격으로 오가는 것이다. 끝날 때도 찬물에서 끝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몸이 튼튼한 분들도 찬물 4회 따뜻한 물 3회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우나의 냉탕 온도가 10도 전후 정도로 찬 경우라면 냉온욕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온탕의 온도가 40도 정도 이므로 냉온탕의 온도차이가 30도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한 분들은 몸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반신욕도 개인차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땀을 흘리면 기운이 떨어지는 분들은 땀이 나기 전에 그치는 것이 좋고, 발한 후 몸이 상쾌한 분이라면 땀이 나기 시작한 후 5분 정도 있다가 나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반신욕은 열탕보다는 온탕에서 천천히 몸을 덥히는 것이 좋다.
위에서 설명한 전신욕이나 반신욕, 사우나, 냉온욕 등은 건강이 정상적인 분들에게 좋은 목욕법이다. 암 등의 난치병 환자들에게 좋은 목욕법은 따로 있다.
암환자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방법은 족욕이다. 특히 연로하거나 체력이 약하고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도 사우나나 반신욕보다 족욕이 더 좋은 방법이다. 족욕은 발목의 정맥혈을 따뜻하게 만들어 몸속부터 덥히기 시작한다. 사우나가 표피를 덥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표피가 뜨거워지면 표피를 식히기 위해 혈액이 피부로 몰리고 오장육부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든다. 피부가 뜨거워지는 반면 뱃속은 차가워지는 셈이다.
반면에 족욕은 정맥을 덥혀 뱃속으로 보낸다. 몸속부터 천천히 따뜻하게 만든다. 몸 전체가 따뜻해진 뒤에야 땀이 나오게 되므로 뱃속이 차거나 수족냉증이 있는 분들에겐 아주 좋다. 암세포도 고온에 약하므로 천천히 뱃속부터 40도 이상으로 체온을 올리는 족욕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발목 위 10CM 정도까지 담그고 20분 이상 있는 것이 좋다.
건강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말은 안다. 머리는 차고 하복이나 다리는 따뜻한 게 좋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이상적인, 기혈의 순환이 잘 이뤄지는 건강상태이다. 반대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한다.
머리 쪽은 뜨겁고 다리 쪽은 찬 상태다. 기운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게 자연스런 찬 기운이 인체 하부에 몰리고, 상승하는 게 자연스런 열기가 상체에 집중되어서 기가 몸의 양끝으로 몰려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병적인 상태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상열하한을 만든다. 자가용, 거미줄처럼 잘 짜인 대중교통은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줄였다. 하체의 근육을 쓸 기회가 줄고 이에 따라 다리 쪽의 혈액순환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두뇌 사용은 늘어만 간다. 기운을 머리 쪽으로 집중시키는 스트레스도 상체를 달아오르게 한다. 음식물도 마찬가지다. 맵고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성에 인스턴트 음식까지 기운을 머리부위로 몰리게 한다.
이런 상열하한을 치료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족욕이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족욕기를 10만원 전후면 살 수 있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손쉽게 족욕을 할 수 있다. 물을 덥혀주는 습식 족욕기도 있고, 공기를 덥히는 건식 족욕기도 있다.
일본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소식과 목욕문화라는 의견도 있다. 목욕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건강이 좋아졌고, 장수와 연관된다는 것이다. 목욕은 건강관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자기 몸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면, 덜 아프고 장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자기에게 맞는 목욕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