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종이든 저임금으로 승부를 내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조선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2021년 이후 후발주자인 중국으로부터 수주 금액 면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아 온 후 줄곧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로 보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천868만CGT를 기록해 3년 이상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손 부족 때문이다. 국내 조업업계의 수주 내용을 살펴보면 2021년 이후 LNG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점유율이 2021년 32.2%에 불과하던 것이 2022년 두 배인 62.0%로 올라서더니, 올해는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고급 부가가치 선박과 달리 일반선박 분에서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이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중국과 같이 저임금산업 구조로 회귀하거나 전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쪽으로 올 일 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이 모두 전제조건은 숙련된 우수 생산인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숙련되고 우수한 인력 확보가 현재 조선업계에 닥친 최대 난제가 됐다. 2015년 조선업 불황기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모든 조선사가 한 치 앞을 읽지 못하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를 핑계로 고급기술자들을 내보냈던 일은 이제 후회막급이 됐다.
정부는 지난 2018년 4월 처음으로 울산 동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2016년부터 현대중공업이 경영위기를 이유로 대량 해고에 나서면서 지역 경제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동구는 이로 인해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2018년 처음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4차례나 연장하며 고용유지지원금, 노동자직업훈련, 생활안정자금융자 등의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기록적인 성과를 올리면서 이마저도 중단됐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지역 중소협력업체들은 그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 또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낮은 임금수준과 위험한 작업환경, 그리고 높은 노동강도 등으로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저임금으로 고강도 근로를 통해 우리의 조선업이 성장해 왔다면 이제 더 이상 이 방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나 울산시가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혈세를 부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청인 조선업계가 솔선수범해 협력업체와 함께 불합리한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임금과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그다음이 정부와 울산시의 역할이다. 무작정 퍼 줄 것이 아니라 임금 정상화나 복지향상 등을 기업이 먼저 해결에 나설 때 그에 걸맞는 지원을 하는 선해결후지원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최근 울산상공회의소의 `조선업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들이 조선업을 떠나는 주된 이유가 `낮은 임금`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를 조선업계는 눈여겨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