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담당부서조사국 거시전망부 동향분석팀 과장 조주연, 오태희, 김형지등록일2023.07.31 조회수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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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미래의 주택구입, 노후대비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현재 소득 중 일부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을 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출입국 규제로 대면서비스나 해외여행 등의 소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와 함께 팬데믹 기간 중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줄어든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주면서 과거에 비해 저축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통상적으로 초과저축(excess saving)은 과거 평균적인 저축수준보다 더 많이 쌓인 저축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초과저축은 소비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물가 등 다양한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문(비영리단체 포함)의 초과저축 현황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향후 실물경제와 금융여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초과저축은 누증이 지속
미 연준 등의 방식을 원용하여 추정[1]해 보면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01~129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2년 명목 GDP의 4.7~6.0%, 명목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초과저축은 최근까지 누증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2021년 하반기부터 초과저축의 일부가 소비로 활용되면서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림 1. 우리나라 초과저축액
① 국민계정 저축액 추세치 이용1)
주: 1) 2022.12월말 기준
자료: 한국은행 국민계정, 저자 추정
② 가계동향조사 흑자율 (2019년) 이용1)2)
주: 1) 2023.3월말 기준
2) 가구당 초과저축액 × 가구수
자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저자 추정
그림 2. 미국의 초과저축액1)
주: 1) 샌프란시스코 연준(23.5월) 등을
참고하여 추정, 저축액 추세는
2015.1/4~2019.1/4분기 기준
자료: FRED, 저자 추정
2020~21년에는 소비감소가, 22년에는 소득증가가 초과저축 확대요인으로 작용
팬데믹 이후 초과저축의 증가 원인을 소득과 소비로 구분해 보면 팬데믹 직후에는 소비감소가, 지난해에는 소득증가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팬데믹 초기인 2020~21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든 것이 초과저축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22년중에는 경기회복으로 인한 고용호조,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등에 따라 소득증가가 초과저축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팬데믹 초기 소득증가와 소비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초과저축이 증가하였으나 이후에는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초과저축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저축률 추정모형을 통해 초과저축의 주요 동기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비자발적 요인(forced saving)이 팬데믹 이후 저축증가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초과저축의 요인 추정
① 소득요인과 소비요인 분해
자료: 한국은행 국민계정, 미 경제통계부
② 저축동기별 요인 분해1)
주: 1) 저축률 모형에 의한 추정결과
자료: 한국은행 국민계정, 저자 추정
가계는 초과저축을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
초과저축의 활용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가계는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재원이나 부채상환에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22년 중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은 1,006조원 늘어나 직전 3개년(2017~19년 중 591조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2]되었는데, 금융자산 형태별로는 현금·예금과 주식·펀드가 크게 늘었다. 또한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조달을 통해서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 측면에서 비교해 보더라도 팬데믹 기간중 가계의 순금융자산 취득규모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크게 확대되었다.[3]
그림 4. 가계 저축액 배분1)
주: 1) 같은 부문 내에서 거래한 부동산 취득 등은
상계처리 되어있음
자료: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금순환표, 저자 추정
그림 5. 팬데믹 이후 가계 금융자산 변동1)
주: 1) 거래요인 및 평가손익 등 비거래요인도 포함
자료: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초과저축은 민간소비의 하방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
팬데믹 이후 늘어난 가계 초과저축은 부정적 소득충격의 영향을 완충(buffer)하여 민간소비의 하방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초과저축이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되어 있어 여건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향후 초과저축의 흐름과 실물 및 금융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샌프란스코 지역연준(2023.5월) 등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팬데믹 이전 추세를 상회하는 가계 저축액을 초과저축으로 정의하였으며, 초과저축 규모 추정치는 이용자료, 추세치 설정기간 및 활용 변수(저축액 또는 저축률)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2] 경제규모 확대의 영향을 감안하기 위해 과거 추세치(2015년 1/4분기~2019년 4/4분기)와 2023년 1/4분기말 실제치도 비교해 보았는데, 총 금융자산 실제치는 추세치를 365조원만큼 상회하였다.
[3] 가계의 순금융자산 취득액은 2020~22년중 평균 194조원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2015~19년중 평균 74조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