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동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까지 선고된 호주 남성이 여자 트라이애슬론에서 은메달을 따낸 스위스 선수의 개인 코치 신분으로 파리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5일 보도했다.
사진 오른쪽, 중국 선수단 단복 차림의 남성이 문제의 인물 브렛 수턴이다. 동메달을 따낸 베스 포터(영국, 왼쪽)와 은메달리스트 줄리 데론(스위스, 가운데)이 기념 촬영을 하는데 옆에서 얼굴을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경기의 금메달은 카산드레 보그랭(프랑스)였다. 수턴은 중국 대표팀 코치로 대회 등록을 마쳤는데 알고 보니 데론의 개인 코치였던 것으로 보여 역시 IOC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0년대 자신이 지도하던 13세 호주 소녀를 성추행하는 등 다섯 가지 혐의로 1999년 유죄를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선데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홀 판사는 수턴에게 "추악하고 일말의 존중도 없이" 소녀를 괴롭혔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도로 권한을 남용해 괴롭혔다"고 훈계했다.
수턴의 대변인은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이 부과한 3년 자격 정지 징계가 끝났다며 문제 없다고 주장한 반면, 호주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성범죄 유죄 확정에 따라 호주 수영에서 종신 퇴출됐다”고 밝혔다. IOC 대변인은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다. 분명 사람의 뒷배경을 조사하고 규제하며 등록하는 일은 4년의 과정 일부인데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연맹의 작업에 의지한다”고 말해 책임을 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변인은 또 10년도 훨씬 전에 일어난 범죄가 아니냐면서 카운셀링이나 재활 치료로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으며, 해당 NOC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수턴은 옵저버 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 16세 미만 아이들을 지도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동의가 필요한 나이”라며 “우리 변호사가 말하길 '그런 식이라면, 누구도 내가 아동성애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세계트라이애슬론(WT)에 따르면 그는 중국 코치 자격으로 파리에 있으며 이전 세 차례 올림픽에는 스위스 대표팀 멤버로 참여했다고 신고했다. 스위스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자국 선수들은 스스로 누구를 개인 코치로 쓸지 정한다고 해명했다.
스위스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수턴은 파리올림픽 경기 일정이 모두 끝나 파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수턴은 네덜란드 비치발리 대표 스테븐 반 데 벨데가 아동 성폭행을 저질러 5년을 복역했는데도 버젓이 대회에 출전해 빈축을 산 데 이어 대회 두 번째 아동 성범죄 전력 참가자다. 데 벨데는 대회를 앞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도 출전권을 따낸 반면, 수턴은 다른 나라 코치 자격으로 신분을 '세탁해' 대회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 다른 점이다.
열아홉 살이던 2014년 8월 영국에 여행 갔다가 만난 12세 영국 소녀를 성폭행해 2년 뒤 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번 대회 예선 세 차례 경기할 때마다 관중의 야유를 들어야 했던 데 벨데는 16강에까지 올랐으나 4일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가 대회를 떠나야 하는 순간, 만원 관중이 환호했다고 데일리 비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