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에서
상강 절기가 지나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간다. 이제 머지않아 남녘 도시 가로수나 산자락도 단풍이 물들어 갈 것이다. 시월 넷째 토요일을 맞았다. 지인 자제 혼사와 자생연구단체 모임이 있긴 했으나 그곳으로 가질 않고 이른 새벽 도시락을 챙겨 홀가분히 길을 나섰다. 창원실내수영장 앞에서 진해 용원으로 가는 757번 직행버스를 탔다. 남산동터미널과 안민터널을 지나 동진해로 갔다.
용원 종점에서 부산 지하철 하단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녹산공단에서 명지시장을 돌아 낙동강을 가로지른 을숙도 하구둑을 건너 하단에 닿았다. 근래 연장 개통된 부산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갔다. 출구로 나가니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분수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저만치 몇 차례 걸었던 몰운대와 화손대가 보였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노을정으로 갔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저녁놀과 낙조분수와 유명하다. 을숙도에서 다대포까지 여러 번 걸었지만 나는 한 번도 저녁놀과 분수를 구경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다대포를 찾은 시간대는 매번 아침나절이었다. 어떤 때는 겨울비가 내리던 날 우산을 받쳐 쓰고 걷기도 했다. 이번엔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날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은 낙조분수 광장을 지나 노을정에 올랐다.
하구둑을 빠져나온 강물은 다대포에서 바닷물의 마중을 받아 너울너울 물결이 일렁거렸다. 검푸른 동해바다에 견줄 수는 없어도 탁 트인 해수면을 보니 내 마음도 후련해졌다. 부산의 바다로는 해운대가 알려졌지만 다대포도 꿩 대신 닭은 되었다.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해 천삼백 리 물길이 흘러온 낙동강이다. 그 강물이 종착지에 닿아 바닷물에 몸을 섞는 지점이 여기 다대포였다.
수심이 얕은 바다에는 어종을 알 수 없는 고기를 잡는 배들이 몇 척 떠 있었다. 아직 겨울 철새가 날아오기는 때가 일렀고 고기잡이 주변에 재갈매기가 몇 마리 끼룩끼룩 날았다. 낙동강 하구둑이 건설되기 전부터 있었을 모래톱들이 점점이 떠 있었다. 저 멀리 가덕도가 보였다. 봉화를 올린 봉수대가 있는 연대봉이 우뚝했다. 명지 택지지구엔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었다.
새로 확장하는 강변로를 따라 걸었다. 포장공사가 끝난 차도엔 아직 차선이 그어지질 않았다. 가로수가 심겨진 보도는 마감공사가 한창이었다. 군데군데 철새를 비롯한 강변 풍경을 조망하도록 쉼터를 만들고 있었다. 한두 달 뒤 다시 들리면 잘 정비된 강변 산책로를 걸을 수 있을 듯했다. 먼저 조성된 고니나루 쉼터에서 모래톱과 강물을 응시하면서 배낭에 넣어간 곡차를 몇 잔 비웠다.
장림에서 을숙도를 거쳐 명지택지로 연견된 을숙도대교가 걸쳐져 있었다. 낙동강에서 가장 남쪽에 놓인 다리였다. 을숙도대교부터 낙동강 하구둑까지는 자전거 길을 겸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차량들이 씽씽 덜리는 낙동강 하구둑을 걸어 을숙도로 건너갔다. 주말을 맞아 탐방객들이 더러 보였다. 산책로를 따라 남단으로 가니 작은 도서관이 있어 실내로 들어 서책을 살펴봤다.
작은 도서관을 나와 을숙도대교 교각이 지나는 근처에서 가져간 도시락과 곡차를 마저 비웠다. 습지에 무성한 갈대는 바람에 일렁거렸다. 을숙도를 찾은 탐방객들인 내가 들린 산책로까지는 오질 않아 인적이 끊겼다. 물억새가 군락을 이룬 산책길을 빠져나가니 야생동물 치료센터였다. 육교를 건너 용원 가는 버스를 탔더니 번호를 잘못 선택해 지사공단을 둘러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용원에서 곧바로 창원으로 복귀하질 않고 어시장으로 갔다. 각종 어패류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용원에는 대구나 청어가 많이 나오는데 철이 아닌 듯했다. 대합조개를 몇 개 사고 살아 꿈틀대는 문어도 한 마리 샀다. 그 곁에 전갱잇과에 속하는 갈고등어를 다듬어 말려 팔았다. 만원어치 샀더니 여러 마리였는데 아주머니가 덤으로 몇 마리 더 담아주었다. 해는 중천에서 기울어갔다. 1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