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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제 12코스(서도 1코스 주문도 길)
12코스 테마는 '주문도 길'이다. 섬 전역을 일주하여 원점회귀로 마치는 코스다. 난이도는 어렵지 않으나 교통편이 배편이라서 승선시간을 잘 지켜야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넉넉히 잡아 4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한데, 배편에 따라서 섬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조절 할 수 있다. 느리행 배편은 4시간, 살곶이행 배편은 7시간 30분을 섬에서 머물 수 있다. 막 배를 놓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섬에서 1박을 묵어야 한다.
탐방코스: [ 주문도 선착장~(1 km)~배너머고개~(0.6 km)~주문 저수지~(0.4 km)~서도 초.중.고 입구~(0.7 km)~주문진~(0.2 km)~
서도중앙교회~(0.9 km)~해당화 군락지~(2 km)~살꾸지~(1.8 km)~뒷장술~(1 km)~고마이~(1.4 km)~대빈창~(1.3 km)~주문도 선착장 ]
[11.3km / 소요시간 3시간]
교통편
★ 해상 이동은 선수↔주문도행 배를 이용할 수 있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서 배편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이점 잘 고려해야 한다.
갈 때 : 선수(8시 50분 출항)→주문도(10시 20분 도착) / 1시간 30분 소요
올 때 : 주문도(14시 30분 출항)→선수(16시) ) / 1시간 30분 소요
Tip : 주문도 가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강화도 선수에서 승선, 주문도 느리에서 하선 (볼음도와 아차도 경유) : 1시간 30분 소요
2. 강화도 선수에서 승선, 주문도 살곶이에서 하선(직항) : 40분 소요
[나홀로 걷기 : 주문도] 강화도 최남단… 8,000원짜리 백반에 바다가 한가득!
글·사진 : 김영미 여행작가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1.04.27.
봄이 시작되니 공원에도 뒷산에도 작은 천에도 소리 없이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변함없이 꽃의 계절은 왔다. 지난 몇 주 동안 꽃이 만발한 산을 걸었다. 화려하고 생명력이 가득한 길에서 꽃에 취해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한적하고 조용한 섬을 걷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고독까지는 아니어도 인적이 느껴지지 않고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
이곳저곳을 찾아봐도 ‘딱 여기다’하는 곳을 찾지 못하다가 드디어 낙점된 곳이 주문도. 강화도의 가장 남쪽에 있는 섬으로 서쪽으로 39km 거리에 있다. 볼음도, 말도, 아차도와 함께 서도면을 이루는데 4개의 섬들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마치 걸어서 갈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이웃하고 있다. 4개의 섬 중에서도 말도를 제외한 3개 섬을 연결하는 배편은 강화 선수포구에서 하루 3회 운항하지만 배 시간에 맞추어 섬들을 모두 돌아보기에는 그리 수월한 일정은 아니다. 1박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섬들을 돌아보겠지만 이번엔 당일 코스로 다녀와야 하니 주문도만 가기로 결정했다.
임경업 장군에서 섬 이름 유래
주문도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장군이 중국의 명나라 사신으로 갈 때 이 섬에서 임금에게 하직하는 글을 올렸다 하여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奏文島’로 불렀는데 그후 시간이 흐르면서 ‘주문도注文島’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는 선수포구와 주문도 살꾸지(살곶이) 항로가 새로 개통되고 시간도 단축되어서 주문도까지 35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뱃길인 주문도 느리로 가는 배는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주문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면 아무래도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이 좋을 듯해서 오전 7시 30분 첫 배로 살꾸지로 들어가기로 했다.
어둑한 서울을 벗어나서 1시간 30분가량 달려서 도착한 곳이 강화의 선수포구. 처음 들어보는 항구 이름이다. 근처엔 유명한 일몰 명소인 장하리가 있어서 낯익은 지역인데도 선수포구는 첫 방문이다. 평일이고 코로나 시국이라 배에 승선한 사람은 10여 명. 기름 값도 안 되는 금액으로 배를 운항하니 괜스레 걱정된다. 40여 분 후에 주문도에 도착했다. 주문도의 또 다른 항구인 느리는 섬의 반대편에 위치하지만 작은 섬이라 걸어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살꾸지는 컨테이너로 만든 사무실만 하나 있다. 조용한 곳을 찾아오긴 했지만 너무나 썰렁하다.
살꾸지에서 뒷장술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은 푹신한 시골길이라 바다 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외롭게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친구가 되어준다. 뒷장술해수욕장에 이르니 갯벌과 함께 펼쳐진 바닷물이 참으로 투명하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색으론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바다갈매기까지 날고 있어 더욱 평화로운 풍경이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뒷장술해수욕장에서 2km 떨어진 분지도까지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고 한다. 전남 신안의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을 하나의 섬처럼 이어 주는 노둣길이 생각났다. 그 섬들은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게 갯벌 위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 다리가 노둣길이다. 주문도에서 분지도로 가는 노둣길이 생기면 어떨까?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논과 갯벌을 이어주는 정겨운 길
갯벌을 따라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은 어느새 돌길로 바뀐다. 조심조심 터벅터벅 걷기 좋은 돌을 골라 징검다리를 건너듯 걷는다. 이 돌길은 물이 완전히 빠지면 대빈창해수욕장으로 연결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해안가를 걸어서 대빈창까지는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언덕을 지나 만난 첫 삼거리 이정표에서 ‘강화길 12코스’ 대신에 ‘대빈창해수욕장 150m’라는 표시가 가리키는 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언덕에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 있다. 바람에 살랑살랑 방긋 웃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한참을 곁에 머문다. 갈 길이 먼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으로 들어서니 대빈창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사라지고 길도 없다. 가시나무를 헤치고 꽤 가파른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계속 숲으로 나아간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미궁으로 빠진다. 그리 크지 않은 섬에 있는 산이니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다행히 동행이 있는 오늘은 긴장도 나누어지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든든하다. 앞에서 나무를 헤치고 나아가니 더욱 더 편하게 길을 갈 수 있다. 길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다행히 저 아래 길이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임도길은 작은 차량도 운행이 가능하다. 아까 돌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대빈창해수욕장 150m’라는 말은 단지 직선거리를 표시한 것뿐이었다. 뒤돌아 걸었던 길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오래 전 같다.
대빈창은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중국 사신들을 비롯해 외국 사신들과 상인들이 드나들며 쉬었던 곳이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지만 해송과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대빈창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 주며 위로의 몸짓을 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가져온 삶의 피로는 모두 벗어 던지고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과 함께 대빈창해수욕장을 걷는다. 대빈창해수욕장의 끝에는 잔디축구장과 캠핑장, 그리고 산책하기 좋은 해송 오솔길이 있다. 가족단위로 쉬어가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숲에서 나오니 바다가 다시 펼쳐진다. 모래사막처럼 구릉의 모습을 한 갯벌이다.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져서 참으로 아름답다. 갯벌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구멍들이 작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다. 작은 생명체의 자유로운 몸짓에 눈을 떼기 어렵다. 주문도에 온 까닭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평화로운 삶의 몸짓과 작은 생명체들을 부드럽게 안아 주는 엄마의 품 같은 갯벌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나에게 커다란 평온을 준다.
갯벌의 반대편에는 논이 있다. 그 사이에는 주문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진촌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 갯벌과 논,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물의 사이에 있는 길은 완전 히 이질적인 두 곳을 참 멋지게 이어 준다.
‘벼가 익어서 출렁거릴 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섬에 웬 논이 이렇게 많지? 주문도는 섬 중앙의 남서쪽으로 구릉성 산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 양쪽에 발달된 넓은 평지가 모두 논이다. 이 섬 주민 대부분이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이것 또한 새롭다. ‘섬=어업’이라는 나의 잘못된 식견을 탓한다. 삶은 끝없이 배워야 하는 학교이구나.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주문도에는 주문진이란 관청이 있어서 주문첨사가 주재하면서 국영목장도 관리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주문도의 본섬인 강화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말 목장지대였다. 1800년대에 만들어진 ‘강화부 목장지도’에 따르면 주문도, 볼음도, 신도, 장봉도 등 9곳에 목장이 있었다.
섬에 목장이 많았던 이유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서 울타리 없이도 방목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주문도는 물이 풍부하고 말들의 먹이인 풀이 많이 자랄 뿐 아니라 한양이 가까워서 상당히 좋은 목장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섬이었다.
100년 된 정갈한 한옥 예배당
진촌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의 언덕에 주문저수지가 보인다. 계단을 올라와서 보니 저수지의 물이 너무나 깨끗하다. 그 깊이도 상당할 것 같다. 섬 안의 저수지라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저수지의 언덕을 넘어 서니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교회가 언덕에 우뚝 서 있다.
강화 서도중앙교회. 1923년에 건설된 한옥 예배당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긴다. 이 한옥 예배당은 주문도 교인들이 1원씩 헌금해서 건축했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서니 방금 예배를 마친 것처럼 교인들의 따스한 숨결이 가득 차있다. 마치 여느 양반집 안방처럼 방석이 깔려 있는 좌식 예배당이라 더 정겹고 반갑다. 한국 전통 목조건물의 양식을 바탕으로 건축된 서양교회이니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이 교회는 1997년 인천시 문화재자료 제14호로 지정되었다. 강화도는 19세기 말 우리나라가 서양에 문호를 개방할 때 전진기지였고 서양인들의 선교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작은 섬에서도 그 역사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섬에 왔으니 섬의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해야지. 나에게 있어 여행의 또 다른 이유는 그 여행지에서 생산한 특산물로 만든 신선한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다. 서도중앙교회에 근무하시는 분께서 추천해 주신 식당은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가 어렵단다. 작은 섬이라 밥과 반찬을 많이 해놓고 손님이 없으면 만들어 놓은 음식을 모두 버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예약 손님 위주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오늘 배에서 내린 몇 안 되는 사람들도 모두 여행객들이 아니었다. 여름 휴가철이 아니면 찾는 여행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식당 앞에는 손님으로 보이는 몇 분이 계셨다. 다행히 인원이 적어서 점심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메뉴는 백반. 그리고 특별메뉴로 백합탕을 주문했다. 그런데 백반 메뉴가 예사롭지 않다. 새우장, 게장, 물김치, 오이피클, 어묵볶음 그리고 갈치감자조림, 소고기 무국까지 한상 가득! 이 백반이 8,000원이라니? 작은 섬에서 놀라움의 연속이다. 특히 갈치감자조림은 도시에서는 가격도 무척 비싸지만 이 맛은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렵겠다. 살이 통통한 백합탕도 시원하고 맛있는데 백반의 빛에 가렸다. 이 밥을 먹기 위해서 다시 주문도에 와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정성이 가득한 한 끼 밥상을 만난 길손의 행복은 무엇으로 표현할까? “맛있게 먹고 갑니다”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며 식당을 나섰다.
행복한 식사 시간이 끝나고 주문도의 유일한 산인 봉구산으로 향한다. 마을의 언덕을 오르니 정자가 홀로 햇살을 맞고 있다. 정자에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한쪽은 봉구산을 넘어서 느리로, 다른 한쪽은 살꾸지로 가는 길이다. 두 길이 모두 궁금하다. 두 곳 모두 푹신한 육산에 소나무가 무성해서 그늘까지 드리워지니 봄날의 오후 산책으론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길이다. 이 멋진 길을 어떻게 한쪽만 걸을 수 있을까? 느리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살꾸지로 향한다.
백반 맛보러 다시 오고 싶다!
앞장술해변으로 가는 길은 해당화가 가득하다. 아직 해당화가 나오기엔 이른 계절이라 바닷바람에 출렁이는 해당화 물결 가까이로 다가서 꽃내음을 맡는 상상을 한다. 꽃들이 출렁거리는 들판은 바다를 닮았다.
갯벌에는 주문도 주민들이 조개작업을 하고 있다. 둘러메기 어려울 만큼 망에는 조개가 가득하다. 가득한 조개만큼이나 행복한 웃음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운다. 그 곁에는 말끔하게 바닷물로 샤워까지 마친 모시조개들이 봄 햇살에 반짝거린다. 따스한 봄볕 속 갯벌에 들어가 숭숭 뚫린 저 구멍에 손을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침에 배에서 내렸던 살꾸지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떠나오는 길은 못내 아쉬움이 가득하다. 갯벌이 벌써 보고 싶고,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갈치감자조림도 또 먹고 싶고, 어릴 적 살았던 내 방처럼 앉아서 예배드리는 서도중앙교회에서 일요일 예배 모습을 상상하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먹고 자란 벼가 넘실대는 황금 들판을 상상한다.
주문도에서 선수선착장으로 돌아오니 마침 일몰시간. 일몰로 유명한 장하리를 지나칠 수는 없지. 서해 바다 너머 수평선 끝에는 회색빛 구름이 쌓여 있어서 멋진 해넘이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하리 바다가 끝나는 제방으로 향한다.
일몰의 명소답게 삼각대를 펼치고 해넘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들 곁에 자리를 잡고 태양만을 응시한다. 바닷물이 흔적도 없이 빠져나간 자리엔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다. 시간이 흐르고 태양이 바다에 가까워지면서 온 세상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간다. 잠시 즐긴 석양이었지만 주문도 여행을 갈무리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풍광이었다.
강화 나들길 제 12코스 (서도 1코스 주문도 길)
주문도선착장(느리)-배너머고개-주문저수지-서도초·중·고입구-주문진-서도중앙교회-해당화군락지-살꾸지-뒷장술-고마이-대빈창-주문도선착장(느리)
주문도 배편
강화도 외포리 선수~주문도 살꾸지(살곶이)
- 선수 출항: 07:30, 12:00, 16:30
- 살꾸지 출항: 8:25, 12:55, 17:25
- 운행시간: 35분
강화도 외포리 선수 ~ 주문도 느리
- 선수 출항(선수-볼음-아차-느리): 08:50, 12:50, 16:20
- 느리 출항(느리-아차-볼음-선수): 07:00, 11:00, 14:30
- 운행시간: 1시간 40분
문의 032-932-6007,
삼보해운 홈페이지 http://www.kangwha-sambo.co.kr/
[인천 썸&산] 상처를 받아 삼키는 마법 같은 섬을 주문하셨나요?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3.01.20.
글 : 신준범 기자
사진(제공) : 주민욱 기자
강화군 서도면의 본섬, 나들길 걷기와 대빈창해변 캠핑
썰물이 되고 싶었다. 모두가 밀물이 되고자 하는 세상, 슬그머니 그들 사이를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어딘가로 흘러가고 싶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출근 차량을 거슬러 강화도로 갔다. 강화읍내로 가는 차들과 작별하고, 석모도로 가는 차들과 헤어지고, 마니산으로 가는 차까지 떠나보내고서야 선수포구에 닿았다.
빈 선착장엔 공사 차량 몇 대뿐, 차가운 아침 바람만 부산을 떨고 있었다. 빈 철부선이 어색했다. 덕적도나 굴업도 가는 철부선에 비하면 빈 배나 마찬가지였다. 주문도 여행의 주인공은 비범한 두 여인, 히말라야 트레킹을 두 번 다녀온 정신과전문의 나해란 박사와 국악인 박자희 명창이다.
부드러운 첫 인상이다. 낮은 능선이 구름처럼 굴곡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마중 나온 이는 없었다. 공사 차량과 트럭 몇 대가 30초도 되지 않아 사라지고, 살곶이(살꾸지)는 여백으로 가득했다.
‘곶’은 바다로 튀어나온 돌출된 곳을 뜻한다. ‘살’은 사이를 뜻하는 삳間이 변한 것으로 강화도 사이의 돌출된 곳임을 감안하면, 예부터 바깥세상과 이 섬을 연결한 통로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주문도는 ‘블랙야크 섬&산 100’에 속하지 않는다. 인증을 위해 찾는 여행객이 없는, 관광명소로는 무명에 가까운 섬인 것. 그래서인지 정적이 짙게 드리워 있어 사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우리의 입도는 밀물에 실려 온 듯 자연스러웠다.
강화 나들길 12코스인 주문도는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11km의 걷기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섬에 스며들었다. 앞장술해변이 말수 적은 시골 여인처럼 다가와 있었다. 동쪽 해변은 앞장술, 서쪽 해변은 뒷장술인데, ‘장술’은 백사장이 워낙 길어 파도를 막아 주는 언덕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넓디넓은 갯벌에 아침 햇살이 감겨들고 있었다. 훅 풍겨 오는 평화로운 바다 비린내. 지평선 끝까지 드러나는 압도적인 쓸쓸함에, 여행자의 고독은 감히 견줄 수 없었다. 주문도 여인 앞장술이 문득 술상을 내어와 말 한마디 없이 낮술을 권할 것 같았다. 모래사장이 넓어 파도도 다가오지 못하는 해변을, 오전의 햇살이 끊임없이 쓸어 만지고 있었다.
삼별초 때 봉화 올린 봉구산
마을로 들어서도 한적하긴 마찬가지였다. 1905년에 지었다는 서도중앙교회. 조선시대 전통과 일본 방식이 섞인 건물에서 120여 년 전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룻바닥에 방석이 깔린 예배 공간이 있었다. 먼 섬에 뿌리내린 그 옛날 신앙의 깊이가 남아 있었다.
주문도의 유일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주인 부부가 정성껏 키운 온실에는 바나나 나무며 열대 지방에서나 자랄 법한 식물이 가득해 작은 정글 같았다. 잔디밭을 뛰노는 고양이 가족의 애교도 새벽부터 집을 나서 달려온 여행자의 빠른 속도를 내려놓기에 나쁘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지금 경운기 타고 갯벌에 나가야 조개를 캘 수 있는데”라며 물때를 일러주었으나, 지금은 커피 향과 배 드러내고 누운 고양이 위에 떨어지는 햇살로 만족스러웠다.
섬치곤 논이 넓었다. 겨울 잠 자는 평범한 휴식기의 논 같은데 다가가면 철새들이 “푸드득”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날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논 곳곳에 앉아 있는 철새 떼가 보였다. 갈색 깃털이 논바닥과 흡사해 날아오르는 걸 보고서야 구분이 되었다. 능선을 가로지르는 고개를 넘어서자 북쪽 마을 느리였다. 능선을 넘어서며 여행 후반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봉구산은 147m로 낮지만 섬 최고봉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봉화를 올려 소식을 전하던 군사적 요충지로, 서도면의 여러 섬 중 최고봉이다. 고려 삼별초 항쟁 당시 봉화를 올려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섬 이름은 임진왜란 때 임경업 장군이 명나라에 원병을 청하고자 배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폭풍으로 이 섬에 발이 묶여 인조에게 이 사실을 문서로 전했다고 해서 ‘아뢸 주奏’자를 써서 주문도奏文島로 쓰였다가, 세월이 흘러 지금의 주문도注文島가 됐다는 설이 있다.
느리는 북쪽 끝 선착장이다. 주차장엔 트럭 한 대만 있을 뿐 팔각정과 민박 간판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2년 전 강화까지 30분 만에 닿는 배편이 남쪽 살곶이에 생기면서, 여러 섬을 둘렀다가 마지막에 닿는 1시간 20분 소요의 느리항은 뭔가 느긋해진 듯 고요하다.
대빈창의 대단한 노을
나들길 12코스는 곧장 뒷장술해수욕장으로 가라 권하지만, 대빈창으로 갔다. 섬 내 유일한 캠핑장이 있는 노을 명소를 지나칠 순 없었다. 어느 해변이든 텐트를 치더라도 잔소리 할 성품의 주민들은 아닌 듯했으나, 캠핑장으로 정해진 곳에 텐트 치는 것이 예의일 터. 대빈창은 옛날 중국 사신이나 어부들이 뱃길을 오가며 쉬었다 가는 숙박촌이 있었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찻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어, 수확이 끝난 빈 논두렁을 지나자 소나무숲이 나왔다. 정갈한 소나무 숲을 지나자 곧장 모래해변이었다. 해수욕장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해변이었다.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바다에 조명이 켜졌다. 말수 없는 시골 여인이 붉은 얼굴을 하고선 천천히 다가왔다.
아름답다고 얘기하면 평범해질 것 같아 노을을 진득하게 음미하기로 했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를 바다 앞에 놓고, 자연이 들려주는 드라마를 보았다. 대사가 없어도 지루할 사이 없이 대빈창 노을은 금방 끝을 맺었다.
매점이나 식당 하나 없는 해변의 야영장에 텐트를 쳤다. 모처럼 맛보는 짙은 어둠이었다. 원초적인 밤바다 곁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가 왠지 푸근했다. 바람은 차가웠으나 날은 뭉툭했고, 파도는 쉼 없으나 거칠지 않았다. 소나무 숲은 거대하지 않지만 푹신했다. 포장해 온 도시락과 과일은 푸짐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았다.
새 소리가 햇살을 불러왔을까 착각이 들만큼 동시에 다가왔다. 신선한 햇살이 텐트를 관통했다. 침낭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파도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깔렸다. 대빈창의 화장기 없는 아침, 바다는 어제보다 더 평온하고 아늑했다. 관광객 한 명 오지 않는 이 바다 앞에 멍하니 앉아 있으면, 외로움, 상처, 굴욕 같은 그림자들이 저절로 빠져나와 바다로 흘러갈 것 같았다.
텐트를 정리하고 어제의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자, 여행의 만족도가 차올랐다. 허기는 면해야 몸도 마음도 풍경을 받아들인다.
여정의 마지막 뒷장술해변이다. 이름처럼 뒤에 숨겨둔 갯벌이었다. 갈치 비늘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는 막막하도록 넓은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를 향해 걷는 두 사람이 햇살 속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뒷장술의 마술이었다.
주문도 가이드
섬 내에는 버스나 택시가 없다. 다만 숙소를 예약했다면 선착장에 태우러 나온다. 강화 나들길 12코스는 살곶이 선착장에서 시작하는 총 11km의 원점회귀 코스이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앞장술~서도중앙교회~느리항~뒷장술~살곶이를 경유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3~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안내 이정표나 표지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지도 앱을 사용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
하이라이트만 즐긴다면, 뒷장술해변과 대빈창해변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두 해변은 주문도에서 서쪽 해안선으로 썰물 때는 걸어서 넘어갈 수 있다. 살곶이선착장에 도착해 곧장 뒷장술을 거쳐 대빈창으로 넘어가서 1박 야영 후, 다음날 섬 내 식당에서 백반을 먹고 나오는 1박2일 코스가 알차다.
대빈창해변 소나무숲에 야영데크가 있으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야영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겨울철 개수대와 화장실은 운영하지 않는다.
교통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주문도 살곶이로 가는 배편이 하루 3회(07:50, 10:30, 15:20) 운항한다. 30~40분 걸린다. 살곶이에서 선수항으로 가는 배편이 하루 3회(08:45, 13:00, 16:15) 운항한다. 편도 요금은 5,750원. 차량은 편도 요금 3만6,000~4만3,000원.
주문도,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
트래비 기사 입력일 : 2022.10.24.
글·사진 이성균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3시간 또는 1박으로
주문도 여행법
당일 트레킹 여행을 위해 드넓은 농경지와 강화갯벌, 해당화 그리고 가을 철새가 찾는 천혜의 섬 ‘주문도(注文島)’로 향한다. 바다와 맞닿은 출발점, 선수선착장부터 이미 설렌다. 이곳에서 주문도로 들어갈 수 있는 항로는 2개다. 선수선착장에서 출발해 볼음도와 아차도를 거쳐 마지막으로 주문도(느리)에 도착하는 항로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조금 길다 느껴진다면 다음 항로를 이용하는 건 어떨까. 작년 3월에 생긴, 선수선착장과 주문도(살곶이)를 잇는 직항 노선으로 35~45분이면 섬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주변 풍경을 즐기다 보면 금세 섬에 닿는다. 두 항로 모두 첫 배 시간은 오전 7시대(2022년 11월 기준)이며, 2번째 출항은 점심시간 이후다. 주문도에서 하루를 넉넉하게 보내고 싶다면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 1박 2일 일정으로 강화도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첫날은 강화도에서 보내고, 다음날 서둘러 오전 7시 배를 타고 주문도를 들어가는 일정이다.
다음은 3시간 속성 코스다.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선수선착장-주문도(느리) 항로로 주문도에 들어와 오후 5시25분 주문도(살곶이)에서 선수선착장으로 나가는 배를 조합한 일정이다. 취향에 따라 방문 일정은 달리할 수 있지만, 오후 2시20분경 주문도선착장(느리)에 도착해 대빈창해변-주문저수지-서도중앙교회-뒷장술해변-앞장술해변-주문도선착장(살곶이) 순으로 걸으면 3시간 만에 주문도를 골고루 살필 수 있다.
1~2곳을 포기하고 한곳에만 지긋이 머물며 주문도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여행법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신발은 필수, 무리 지어 다니는 철새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챙기는 것도 추천한다. 배편은 시간대와 운항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참, 강화군청 피셜, 주문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0월과 5월이다. 가을에는 들녘에 가득한 철새를 구경하고, 5월에는 내륙에서 보기 힘든 해당화를 만날 수 있다고. 물론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주문도의 풍경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트레킹 초보 주목!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에서 빠트리지 말아야 할 건 해변과 더불어 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평범한 길이다. 이 길과 명소들을 엮어 강화나들길 12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20코스까지 마련된 강화나들길은 강화도 선비 화남 고재형 선생이 걸었던 강화의 길을 엮어 만든 도보여행 코스다. 고재형 선생은 강화도의 거의 모든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기행시문집 <심도기행(1906년)>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각 마을을 주제로 한 256수의 한시와 함께, 각 마을의 유래와 풍광, 생활상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강화나들길을 걸으면 주문도의 모습이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총 11.3km의 12코스는 전체적으로 평지로 구성돼 누구나 걸을 수 있고,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면 주문저수지, 서도초·중·고등학교 입구를 거쳐 해당화군락지, 살꾸지, 뒷장술해변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차로 몇몇 포인트만 빠르게 들르는 것보다 여유로운 마음과 적당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걸으면서 주문도에 흠뻑 빠져 보는 걸 추천한다.
시작점인 주문도(느리) 선착장에서 몇 발 걷지 않아도 섬마을의 포근함과 주변 바다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청명한 바다와 건너편 아차도의 이름 없는 둔덕, 알록달록한 마을 지붕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푸근한 느낌이 든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도망가지 않고 반겨 주는 상냥한 고양이, 하늘을 뒤덮는 수많은 철새가 길동무가 돼 주니 말이다.
서도파출소를 지나 평범한 거리를 걷다 보면 동화처럼 반짝이는 호수도 만나게 된다. 실제로 호수는 아니고 주문저수지인데, 철새와 오리가 물놀이하고,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또 바다를 옆에 둔 서도초·중·고등학교는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섬마을 학교이고 대빈창해변부터 3km 정도 걸으면, 한옥 예배당인 서도중앙교회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거나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 주문도의 유일무이한 카페 ‘바다카페’에서 음료와 샌드위치를 맛보면서 다음 여행을 준비해도 괜찮다.
●고요한 바다의 소리
대빈창해변
볼음도와 아차도를 지나면서 실컷 바다를 보고 주문도(느리) 선착장을 통해 주문도에 첫발을 디딘다. 선착장 바로 앞 향토수호전적비(1950년 9월24일 북괴 체포를 기념)의 이야기를 읽고, 15~20분을 걸어 주문도에서 가장 큰 해변인 대빈창해변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대빈창해변에서 한껏 사색을 즐기다 보면 이따금 들리는 작은 파도 소리에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또한 넓디넓은 바다 앞에서 그저 잡념에 불과하다. 인적은 드물지만, 약 1.5km의 해변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들과 차박, 캠핑하는 이들이 친구가 돼 준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괜스레 글자를 끄적이고, 바다와 숲을 눈에 간직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참고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또 다른 풍경은 해변 너머로 보이는 지평선. 간조시 뒷장술해변 방면으로 걸으면 데크 계단이 나오고, 그곳에 서면 대빈창해변과 서해가 한눈에 보인다.
●노란빛 머금은 오후
서도중앙교회
섬 최고봉이자 중심인 봉구산(146.9m) 아래 자리한 한옥 예배당, 서도중앙교회는 여러모로 존재감이 확실한 곳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1902년 감리교 윤정일 전도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문도에 기독교가 전파됐으며, 1905년 서도중앙교회가 문을 열었다. 이후 1923년 주민들의 헌금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됐다. 주문도의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진 셈이다.
교회는 정면 4칸, 측면 7칸으로 구성된 팔작지붕(옆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건물로, 우리 전통 목조건물의 형식 위에 서양교회가 지어졌다. 외관부터 제법 독특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내부에 들어서서 둘러보니 여전히 예배당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면 중앙에 강단이 있고, 그 앞으로 의자들이 놓여 있다. 내부는 단순하게 꾸며져 있으나 중세 전기의 서양교회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교회에 왔다면 위쪽 전망지도 빠트리지 말고 방문해 보자. 하늘을 향해 솟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주문도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앞장술과 뒷장술 해변을 동시에 볼 수 있고, 화창한 날에는 마니산도 선명하게 보인다. 특히 햇볕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오후 4시, 주문도가 살짝 노란 빛을 머금은 때를 놓치지 마시길.
●다시 올 날을 기대하며
뒷장술해변 & 앞장술해변
짧은 트레킹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섬 풍경을 다채롭게 만드는 광활한 농지의 노란빛을 받으며 서도중앙교회에서 1.5km, 적당한 속도로 걸어도 20분 남짓이면 뒷장술해변에 도착한다. 주문도 남서쪽에 자리하고, 천혜의 백사장이 펼쳐지는 뒷장술해변은 대빈창해변처럼 소나무 숲이 바다의 배경을 자처하고 있다.
또 앞에는 무인도인 분지도가 보인다.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섬 덕분에 왠지 모르게 바다가 덜 허전해 보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주문도와 뭍으로 연결된다. 간조시 드러나는 넓은 갯벌에는 상합(백합) 등 해산물이 서식하고 있어 아이들과 갯벌 탐험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문도에 있는 세 해변 중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갯벌 체험이 가능하다. 야영을 위해 텐트를 펼 수 있는 공간과 샤워 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니 하루 머무는 것도 근사한 여행법 중 하나다. 게다가 물이 나가면 대빈창해변과 연결돼 4km 정도를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10월이면 해변 옆 들녘에 기러기와 야생오리 무리가 내려앉는다. 새들의 군무를 보면 일단 탄성이 나온다. 사진과 영상으로 온전히 담기 어려우니 꼭 두 눈으로 확인하시길. 매년 5월이 되면 앞장술해변길을 따라 해당화도 가득 핀단다. 내년 달력에 미리미리 동그라미를 쳐 놔야 할 것만 같다.
●미리 계획한 다음 여행
캠핑 & 갯벌 체험
3시간 트레킹을 즐기면서 주문도 1박 2일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민박 또는 캠핑을 즐기면 주문도를 더 깊게, 더 가까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대빈창해변의 환상적인 일몰과 뒷장술해변의 특별한 갯벌 체험은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주문도의 선물과도 같다. 갯벌에서는 상합(백합)을 직접 채취해 회와 조개탕 등을 맛볼 수 있단다. 단맛 나는 상합회, 갓 잡은 상합을 넣고 끓인 조개탕의 시원한 국물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갯벌 체험의 경우 30~40분 동안 먼 갯벌로 나가야 해 개인적으로 체험하기는 힘들고, 숙박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사전 문의 필수)을 이용해야 한다.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주문도의 밤하늘도 그렇게 예쁘다고들 하니, 주문도를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강화나들길 제 12코스(서도 1코스 주문도 길) 지도
주문도 8경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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