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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열사 19명,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기억하라 | ||||||||||||||||||||||||||||||
5월 24일 천주교 열사 추모 미사 봉헌해 안승길 신부 "민중과 함께한 예수의 삶, 그것이 신앙이며 교회의 역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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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여, 이 땅을 축복하소서. 빛을 주소서." 5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권종대(이시도르), 박승희(아가다), 조성만(요셉) 등 천주교 열사 19명을 기리는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 60여 명이 모여 열사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부활의 메시지를 되새겼다. 미사 주례와 강론을 맡은 안승길 신부(원주교구)는 “신앙의 의미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물으며, 예수를 따르는 삶, 열사를 기억하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안 신부는 은퇴 사제로서 지난 40년 간을 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2년 전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와 4대강 반대를 위한 오체투지를 했을 때였다. 나 자신을 잊고 온몸으로 땅을 기어갔던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고, 또 40년 간 정의 · 평화 · 인권을 외치는 아픔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제의 기본 덕목과 예수님의 핵심 사상을 따랐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안 신부는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신앙은 예수님이 3년 공생활 중에서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만 알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시의 민중과 함께 하셨다”고 말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것이 또한 교회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 신부는 “현대 한국 천주교회 안에 신앙의 언어가 상징성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같은 위기는 교도권이 현대인들의 삶의 체험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가르침만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신앙의 언어는 생활 체험과 관계가 없으면 의미를 잃는다"며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 ‘세속에 관여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구체적인 행동을 막는 교회에서 80~90년대에 천주교를 빛이라고 여겼던 이들은 다 떠나고 있다. 교회가 계속 제도와 기득권적 교권 안보만을 위한다면 생각 있는 이들은 제도 교회를 떠나 각자 알아서 예수의 삶을 따를 것”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안 신부는 “이 열사추모 미사는 명동성당에서 주교회의 의장, 서울대교구장과 함께 장엄하게 드려야 마땅하지만, 그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모쪼록 19명의 천주교 열사들을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철저히 했던 분들로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사에 함께한 한 참석자는 “해마다 참석자가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곳곳에서 이 미사와 열사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사를 드리는 동안 이 시대에 여전히 열사들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신을 계승하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모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열사들이 바라던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온몸으로 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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