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 이후 요양기간 길어지자 해고통보?
울산산추련 현대중 원·하청 고발
어고은 기자
매일노동뉴스 입력 2021.04.21 07:30
▲ 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난해 2월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ㄷ사에서 일한 김지혜(66·가명)씨는 지난 1월 중순부터 퇴사 압박에 시달렸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6일 작업 도중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다른 업체 소속 지게차 운전자가 김씨를 보지 못하고 운전을 하다 지게차가 김씨 발등 위로 지나간 것이다. 김씨는 이 사고로 타박상 진단을 받고 올해 1월 초까지 출근하지 않고 통원치료를 받았다.
업무 도중 발생한 사고였지만 당시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않았다. 통상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공상처리 제안을 하고 재해자도 이를 따랐던 탓이다. 김씨는 회사에 복귀한 뒤 통증이 심해져 요양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1월 중순부터 다시 일을 쉬었다. 그런데 회사는 퇴사 압박을 본격화하더니 2월1일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 김씨는 같은달 5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김씨는 2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서 그만두라고 하더니 그 다음에는 일감이 없다, 능률이 떨어진다고 하는 등 말이 바뀌었다”며 “아픈 것도 서러운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다니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17일 산재 승인을 받고 현재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산재사고 이후 계약만료를 이유로 사실상 해고되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다 일터에서 쫓겨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울산산재추방연합은 김씨 사건과 관련해 이날 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고발했다. 하청업체 ㄷ사가 김씨 사고 이후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회사 차량에 김씨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동한 점, 산재신청을 안내하지 않고 공상으로 처리할 것을 강요한 점이 산재발생 은폐 금지와 보고 의무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원청인 현대중공업과 지게차 담당 하청업체도 지게차 작업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현대중공업에는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위반 혐의를 물었다.
울산산추련은 “최근 현대중공업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했을 때 하청업체들이 공상처리를 유도해 놓고 요양기간이 길어지면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의 조직적인 산재은폐와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고통까지 가중시키는 사태에 대한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미향 울산산추련 사무국장은 “김씨 외에 손을 다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도 지난달 말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났다”며 “해당 업체 폐업으로 동료들은 다른 기업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재해자는 승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 사무국장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탄압수법’으로 보이는 만큼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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