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말로 국수를 국시라고 한다.
내 할머니는 경상도 사람이 아닌데, 국시라고 했다.
아마 내가 ‘울진 장’가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할머니는 김씨인데, 아! 할머니 성이 안동김씨여 그런가 보다.
하여간 울진 장, 안동 김 전부 경상도가 맞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뜨거운 여름을 나기 위한 지혜가 이 음식에는 배어들어 있다.
더운 국물보다 서늘한 육수가 그리울 때 그만이다. 건진 국수는 칼국수를 만드는 방법과 똑같은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멸치국물을 미리 끓여 차가워질 때까지 식혀 놓는 일이 중요하다.
애호박도 볶아 놓고 달걀 지단도 부쳐 둔다. 양념간장을 최대한 뻑뻑하게 만들어 준비한다. 그리고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를 만들 때 반드시 콩가루를 듬뿍 넣어야 한다.
그래야 면발이 진득거리지 않게 되고 콩가루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건진 국수를 먹을 때 면발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날 정도로 콩가루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끓는 물에 칼국수를 넣고 익으면 건져서 찬물에 몇 차례 헹구는 것, 이게 건진 국수와 일반 칼국수의 차이다.
옛날에는 금방 펌프질해서 길어 올린 물에다 헹궜지만 요즘은 정수기에서 받은 물이면 충분하겠다.
물기를 뺀 국수 가락을 그릇에 담고 준비해 둔 찬 육수를 부어 먹으면 입에서 시원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더위가 한 십리는 물러간다.
이 건진 국수를 먹을 때는 조밥이 애인처럼 옆에 따라붙어야 한다. 조밥은 식은 밥일수록 좋고, 먹다 남은 국물에 말아서 먹으면 된다.
별다른 반찬 없이 열무와 풋고추와 가는 파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안성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