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와의 대담형식으로 낸 책입니다.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내기 위해 제정임 교수는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안철수 원장과 아홉 차례에 걸쳐 2-3시간씩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발간하자마자 그날 오후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4대 서점에서 이미 1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분당 11권씩 판매되는 꼴이기도 합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나오자마자 많은 정치,언론,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의미와 과연 그가 무슨 생각으로 책을 냈는지를 분석해봤습니다.
' 안철수의 생각이 나온 배경'
'안철수의 생각'을 분석하기 전에 우선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과연 이 책에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라는 의미를 담고 있느냐와 없느냐입니다. 오늘 제 글은 대선출마를 앞둔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대선 출마가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안 원장이 책을 '안철수의 생각'이라고 짓고, 부제를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고 한 것과, 뒤에서 말하겠지만, 책의 일부 내용을 분석한다면 대선 출마를 전제로 글을 써도 크게 오류는 없다고 봅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안철수의 생각'을 냈다고 본다면, 왜 지금 이 시점인가를 따져 봐야 합니다.
▲ 다른 신문들이 안철수의 생각을 1면에 크게 내는 것과 다르게 조선일보는 북한 소식을 상단에 배치했다.
이번 '안철수의 생각'은 원고가 들어온 뒤 3일 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저도 책을 내봤지만, 거의 3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3일 만에 책을 낸다는 것은 엄청나게 빠르고 기습적으로 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17일 원고 입고부터 서점 배포 19일이라면 통상 빠르다고 하는 1-2주의 편집,디자인,교정을 순식간에 끝낸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 측이 이렇게 책을 초단기간에 기습적으로 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 원장이 책을 낸다는 소문이 돌면 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것이고, 사전에 누출되어 제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못할 바에는 아예 빠르게 책을 출판하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 안철수 원장 관련 지지율, 출처:리얼미터
두 번째는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부터 올랐던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4월까지는 괜찮다가 5월 이후 다른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나오면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안철수 원장 지지자조차 확실한 정치적 표명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 올림픽이 시작하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더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시점의 책 출간은 그동안 떨어지기 시작한 안철수 원장에 관한 관심을 일거에 주목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과연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는 대한민국 정치,사회에 대한 안철수 원장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생각을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경제민주화 부분은 민주통합당 쪽 정책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재벌개혁에 관한 대목에서는 ' 경제적인 불공정의 문제 때문에 많은 국민이 힘들어 하고 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재벌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텄다'면서 재벌체제가 교육,청년문화,일자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그늘을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사개혁 방안을 보면 잡 셰어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 50%까지 인상하는 문재인 고문의 정책과 유사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철수의 생각 대부분은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과 차이를 보이면서, 복지정책을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이 책을 통해, 현재 대선 후보로 나온 다른 인물들이 말하는 공약과 유사한 정치,사회,문화,교육 전반에 걸친 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과 생각을 모두 망라했다고 보입니다.
' 안철수의 생각을 디스하는 박근혜 캠프'
안철수의 생각이 발간되자, 정치권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쪽이 바로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캠프쪽인데, 어제 안철수의 생각이 나오자마자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공동서대위원장은 '책 한 권 달랑 들고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무례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 '안철수의 생각'이 발간된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안 원장의 책을 살펴보는 시민들 출처:뉴시스
그런데 앞서 저는 이 책이 대선공약집과 같은 성격이 있다고 규정했는데, 그렇다면 안철수 원장의 대선공약집을 시민들은 돈을 주고 사는 꼴이 됩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 대선 후보의 선거공약집을 돈 주고 샀던 일이 있었나요?
박근혜 의원은 안철수 원장의 출마소식을 묻는 기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응답했습니다.수첩을 들고 자신만의 생각을 절대 말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그 생각이 옳고 그른가 국민에게 묻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원장을 향한 정치권은 정치경험이 없다는 비판을 자주 합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오히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며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러한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 아모레 퍼시픽을 방문한 박근혜 의원에게 기자들이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묻자 아무말이 없었다. 출처:뉴시스
지금 정치권은 안철수 원장의 정치경험을 비판하지만, 반대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지저분한 정치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 안철수 원장을 디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4대강, 친재벌 등 정부,여당의 정책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라는 안 원장의 말처럼 그가 국민이 바라고 있는 정권교체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안철수 원장의 고도의 대선 출마 전략'
이번 '안철수의 생각'이 대선 출마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책 내용 중에 "일단은 이 책(<안철수의 생각>)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겠다,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라는 대목입니다.
앞서 '안철수의 생각'이 대선공약집과 같은 의미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이미 대선 공약을 책을 통해서 밝혔고, 이 대선 공약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대선 출마를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보다 정책과 공약을 먼저 내보이고 그에 따라 대선 출마를 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대선 출마 →대선 공약 제시>라는 여타의 대선 후보들과는 전혀 다른 대선 출마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문재인 후보 출처:SBS
안철수 원장은 책을 내기 전 18일 SBS '힐링캠프' 녹화를 마쳤습니다. 본 방송은 23일에 방송될 예정인데, 알다시피 '힐링캠프'에 나온 박근혜,문재인 후보들은 방송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의 '힐링캠프' 출연은 출판과 동시에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해줄 것으로 봅니다.
그것은 이미 방송을 통해 안철수 원장은 자신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봤었기 때문입니다.
▲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안철수 원장, 출처:MBC
2009년 안철수 원장의 MBC 무릎팍 도사 출연은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면서, 그의 삶과 철학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이 어떻게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었고, 이런 그의 모습은 지금의 안철수 원장이 대선 후보로 우뚝 설 수 있는 지지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를 보면 치밀하면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최대한 부각하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주 교묘하거나 치졸해보이지 않습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이것은 정치적이기보다 효과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 문재인 의원이 페북에 올린 안철수 원장 책 출판 축하의 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는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저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적극 지지합니다. 그것은 안철수 원장이나 문재인 후보 두 사람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끝까지 욕심을 채울 사람들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일하게 해외언론으로는 가장 빠르게 안철수 원장의 책을 평가하면서 앞으로 민주통합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야권단일화의 과정이 안철수 원장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사이에 있을 것으로 저는 봅니다.
박근혜 의원은 '안 원장이 뭐를 '생각'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다'고 했으니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면 될 것이고, 국민들은 안철수 원장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양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