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새 교사 3명 극단선택… 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
[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
용인 60대 고교교사 숨진 채 발견
교사 오늘 파업참여 규모 집계 안돼
학부모들 “수업 하는 건지 혼란”
국회 앞 도로 메운 교사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 교사를 추모하고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7차 교사 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 추산 10만 명(주최 측 추산 20만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해당 초등 교사의 49재인 4일에는 교사들이 교권 회복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 예고됐다. 교육을지키는사람들 제공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교사들이 대규모로 연가, 병가 등 우회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시 초등 교사 2명이 세상을 떠난 데 이어 3일 오전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경기 용인시 한 고교 6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교사들의 추모 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3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사단체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한 4일 전국 초등학교 32곳이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전체 초교 6286곳의 0.5%에 그친다. 하지만 이날 개인적으로 연가·병가를 쓰겠다는 교사들의 규모는 집계되지 않아 교육 당국은 ‘수업 공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의 연가·병가로 인한 ‘수업 공백’에 대비해 학부모들로부터 교외 체험 학습 신청을 받았다. 서울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맞벌이 부부라 일단 4일 연차를 내고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고 한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엇박자 대응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 곁에 함께해 달라”며 교사들의 집단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모제를 통해 교육공동체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시교육청 차원의 추모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회복 4법 입법을 포함한 교권 회복 종합 대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교사들 ‘우회 파업’ 규모 집계조차 안돼… 학교선 휴교 오락가락
대부분 학교, 교육부 강경 방침에… 32곳 빼고 ‘재량휴업’ 지정 취소
교사들 ‘연가-병가’ 내고 참여 입장
학부모 “가정통신문 수차례 바뀌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할지 난감”
추모 메시지 ‘빼곡’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추모객들이 3일 오전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박형기 기자
충남 홍성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둔 김모 씨(40)는 “3학년 아들한테서 담임 교사가 (4일)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일을 하는 부모들이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선 이날 교사들이 얼마나 출근하는지, 등교한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교육부가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려던 대부분의 학교가 재량휴업일 지정을 취소했다. 전국 초등학교 32곳 만이 재량휴업을 결정한 가운데 상당수 교사들이 연가·병가·조퇴 등 ‘우회 파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학교는 이에 따라 학년·학급 통합 및 단축 수업을 안내하고 있다. 주말 동안 교외 체험 학습 신청을 받은 곳도 있다.
● ‘공교육 멈춤의 날’
서울 잠실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학교 입장이 수차례 바뀌면서 아이를 학교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당초 가정통신문을 통해 4일 임시 휴업일 지정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수업권 등을 이유로 휴업을 하는 교사에 대한 징계를 경고하자 학교는 2차 가정통신문을 통해 “임시 휴업은 없다”고 정정했다. 최근 3차 가정통신문을 보내 “4일 단축 수업 가능성이 있다”며 교외 체험 학습과 긴급 돌봄 신청을 받았다.
당초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 참석 예상 인원은 1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과 전북 초등 교사의 잇단 극단적 선택으로 교사들의 결집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의 극단 선택이 있을 때마다 학교는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지만, 최근 숨진 교사들 모두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현장 교원 토론회에 참여한 교사들도 “여전히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힘든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징계 방침에 반발했다. 조재범 경기 보라초 교사는 “그동안(교권이 추락하는 동안) 교육부는 뭘 하고 있었느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 “척박한 교육 현실을 일구는 ‘소’를 괴롭히니 성난 황소가 되려고 한다. 교육부가 해줘야 할 일은 빨간 망토(징계)를 휘두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교육부-교육청 엇박자 계속
교사들은 우회 파업 외에 하교 이후 추모 집회에서도 교권 회복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3일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 등은 “서울 서초구 초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한다”며 “4일 오후 4시 30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 서초구 초교 강당에서 추모제를 강행한다고 재차 공지했다. 이 밖에 대구 대전 광주 충북 충남 등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린다. 전국 교대생들도 이날 오후 7시부터 대학별로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집회를 하루 앞둔 3일까지도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처받은 교권을 신속히 회복해 선생님들께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4일 서울 서초구 초교 교사의 추모제에 참석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추모제가 끝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 현장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교사들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대응이 혼선을 빚으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초등생 학부모 B 씨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학부모들이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학교 현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훈진 기자, 신나리 기자, 용인=이경진 기자,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