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술꾼 동생과 보고 들어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
1. ?영화 초반 애니메이션.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같으면 했을만치 밀도 있었다.
2, 마지막 암막과 함께 울려퍼지는 총성.
3. 그 분이 발톱 자르다 아파하는 부분(꼭 일제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문할 때 가장? 통각이 활성화되는 부분은
정해져 있다. 간지럽기도 하고 쾌감도 가장 큰 신체 부위들).
4. 우리네 한민족(?) 정서를 잘 보여주는 영화 전체의 서툰 표현들(서구의 세련된(하지만 강남좌파풍의) 영화 작법에 비하자면
조금 옹색한, 하지만 제작 여건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어쩔 수 없이 화려한 휴가를 떠올리게 하는 ...):
5. 어지간한 영화는 글로 대표되는 원작을 따라잡지 못한다.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의 부족. 그게 시각의 한계이다.
자꾸 설명하려 드는 모습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면서 세련된 서구의 영화 장치를 빌리지 않으면서 나열하는 어리석음.
그 나열의 어리석음을 보면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진정 원한 건 사과였다는 풍경이 떠오른다.
더불어 소설가 김정한의 소설 한 대목. 일제 패망 후 먹고 살자고 일본으로 떠나간 우리네 노동자들을 가리켜 애정이 담긴
시선을 담보하고 욕하는 던지는 어느 일본인 농장주 아들(?)의 말. 조선인은 뼈 없는 오징어 같다는, 복수할 줄 모른다는 말.
대망은 복부 내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미줄 같은 구조물이다. 어지간한 상처로는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속 등뒤에서 총을 맞은 여자의 관통상에서는 흘러나온다. 사실일까? 사실에 무척! 가깝다.
사실인 경우도 있고 조금 다른 관통상도 있었으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머리에 총을 맞은 여성의 모습. 역시 사실에 가깝다.
아마 전남대 후문 쪽 평화시장 근처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저격수 총에 맞아 죽은 임부의 모습을 윤색하여 그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는 전남대에 다니던 내가 아홉 살 우는 조카애를 불러 여직원에게 공주님 소릴 듣게 해가며 큼직한 인형을
사주었던 그 자리에서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자리이다. 조카는 그 영화를 보면서도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겠지만.
(이 풍경은 영화 자막이 잠깐 올라다가 권정혁을 대신한 다른 경찰이 등장하는 장면과 겹친다. 인생유전)
내장이 흘러내리는 복부 관통상, 그걸 이해하려면 콜트사의 M16에 대해 알아보면 된다.
보는 내내 나는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개 나보다는 어린 사람들.
당사자인가 아닌가, 육체적, 심리적 체험, 거리의 차이인 것이다. 나 역시 당사자는 아니고 겨우 국민학교 5학년 시절인데다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살았으니까.
많이 담아내려 했지만 조금은 서툰 영화였다. 어차피 누가 해도 쉬운 영화는 아니었다. 자본의 한계도, 시대상황의 한계도 있고.
깡패들 모습은 우습지만 어쩌면 그게 서툰 인간의 본 모습일지도. 너무 많은 걸 담으려 해서 조금 어색한 영화.
그래도 부디 많이들 보시라.
첫댓글 웹툰으로는 재밌게 봤는데 영화로도 재밌을까 궁금하네요.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던데 시간 날 때 한번 보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