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마케팅에 속지 않고 괴작을 기대하며 보러 가서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허탈한 웃음과 함께 욕하는 관객들이 많기는 했습니다;;;;
마케팅 관련해선 뭐 어느정도 이해합니다. 한국이란 곳에서 괴작으로 광고하기란 쉽지 않았겠죠.
암튼 영화는 시작부터 텔레토비 패러디에 김고은이 부르는 개잡년 송 까지 귀에 착착 달라붙었어요.ㅋㅋ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이민기나 김고은을 비롯한 배우들은 똘끼충만하게 연기하는데 정작 감독이 똘끼 충만하려다가 어느정도 선을 지킨 느낌이였는데요.
감독이 호러이기도 코미디이기도 스릴러이기도 하면서 모든게 믹스 된, 장르가 있으면서 없는게 현실이고 사는게 아닐까란 생각으로 이런 걸 의도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더 밀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영화적 리듬감이 황당하려면 좀 더 그랬어야 했고 반대로 잡탕으로 맛을 내려 했다면 좀더 부드럽게 이어졌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서요. 둘 다 가 아니라서 몬스터만의 리듬감을 살렸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근데 그 리듬감이 괴상망측 보단 어설픈 이어붙이기의 느낌이라;;;
영화속 태수처럼 질 좋은 흑산도 홍어를 먹으러 왔는데 칠레산을 먹은 느낌이랄까요.ㅋㅋ 괴작의 냄새는 찐한데 맛은 부족했어요. 물론 홍어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 보다는 싫어하는 분들이 많겠지요;;;;
영화를 보다보니 의외로 씁쓸한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무도 관심은 없고 목숨걸고 피 튀기게 싸우는 건 우리들 뿐이네요. 슬픈 건 그 쪽과는 싸우지도 못해보고 그쪽이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우리들 끼리만 싸우고 끝나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와 복순이 같이 시스템은 전혀 모르는 미친년 이구요.
원인은 여전히 그대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자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그대로네요.
3백만원 받았다고 좋아하면서 나리와 행복해 하는 복순이가 개잡년 송을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슬프기도 합니다. 영화초반 친동생인 은정이와 똑같이 행복해하던 복순이는 결국 동생을 잃었고 이젠 다시 이룬 가족도 잃을 것 같아 보여서요.
복순이는 돈을 받았고 결국 그 땅에서 쫓겨 나겠죠.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우리 각자에게 그들은 어떻게든지 영향을 미치네요.
알면 죽고 몰라도 쫓겨납니다.
가족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붕괴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의 성격 답게 후자가 더 임팩트 있었구요. 피해자도 여자고 다시 만드는 것도 여자고 살아남는 것도 여자고 남자들은 찌질하거나 무섭거나 가해자들만 수두룩;;; 근데 그 괴물을 만든 건 엄마라는;;;
참 어설프게 보이는 장면들도 있지만 배꼽빠지게 웃긴 장면 중 특히 후반부 태수가 연습을 알아차렸을때의 살아남으려는 주옥같은 아들 디스 장면은 죽여주더만요...ㅋㅋㅋ
이게 원래 각본이였는지 아님 캐스팅하는데 난항이 있어서 실제 그 상황을 감독 스스로가 디스한 건지 모르겠으나 전 후자에 걸어봅니다.ㅋㅋㅋ
그리고 어떤 장면들은 굉장히 임팩트가 큰데요. 대부분 본격 멋진 스릴러 분위기...인 척(?) 하는 곳에서 나오더군요.ㅎㅎ
배우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일단 김고은의 날것 가득, 똘끼 가득, 바보 개잡년 연기는 동막골 강혜정과 사랑스러운 미친년 캐릭터로는 투 탑 되시겠습니다.ㅎㅎ 쌍욕할때마저 왤케 이쁜지요. 피칠갑 샤우팅할때는 정말 미친년이였음.
이민기는 예전부터 발음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았는데 캐릭터를 충분히 잘 살렸는지는 살짝 의문스럽지만 후반부 눈까집는 황해 코스프레 하나만으로 엄지를 들어올리게 했습니다. ㅡㅡb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외모도 역할과 잘 어울렸구요.
비중은 적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엄마역의 김부선은 말로 표현 안 되는 존재감을 보여주더군요.
한국영화에서 가장 부족한 건 걸작이나 졸작이 아니라 이런 매니악한 괴작들이죠. 특히나 최근 몇년간은 너무 도식화된 영화들이 많았는데 간만에 만나는 괴작이 너무 반가웠고 신선했습니다.
추천은.......절대 못 합니다;;; 이런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요;;;
뭔가 몰래 혼자 야동보고 좋아하는 느낌
첫댓글 이게 사람마다 취향이 다 있는듯. 전 클레멘타인에 버금가는 망작이라는 마동석의 살인자보고 생각보다 괜찮네?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