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복서로 난민 올림픽 대표팀 기수였던 신디 은감바(25)가 파리올림픽 아흐레째인 지난 4일(현지시간) 노스 파리스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75kg급 8강전을 승리하며 최소 동메달을 확보, 난민 대표팀 선수로 사상 처음 메달을 목에 건다고 AP 통신이 다음날 전했다.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는 은감바는 열광적인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다비나 미셸(프랑스)과 격렬한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대회 첫 판에서 전 세계 챔피언 탐마라 티볼트(캐나다)를 격파했던 그녀는 미셸도 시종 거칠게 밀어붙였다. 개최국 관중은 미셸을 응원하며 은감바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은감바는 “걸어서 링에 들어갈 때도 난 야유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면서 관중들은 그녀가 어떤 여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믿지 않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9일 밤 준결승에서 아테이나 빌론(파나마)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은감바가 미셸에게 지더라도 동메달을 목에 건다. 빌론 역시 최소 동메달을 확보, 조국에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을 선사한다.
은감바는 취재진에게 “난민이 사상 처음 메달을 땄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면서 "전 세계 난민들에게 열심히 일을 계속하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난민 대표팀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였다. 이번 파리 대회에는 37명의 선수가 참여, 가장 많은 선수단이었는데 은감바가 기수로 맨 앞에서 이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조국을 떠나온 선수들과 난민들이 각국 협회로부터 도움을 얻지 못해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는 것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은감바가 영국에 도착한 것은 열한 살 때였다. 조국 카메룬에 있으면 동성애자란 이유로 수감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탈출을 감행, 2021년 난민 자격을 취득했다. 그녀는 복싱이 혼돈으로부터 탈출하는 방편이었으며, 자신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 꽤 잘 사는 집안의 아이였던 그녀는 영국에 와 내성적인 아이로 바뀌었고 영어를 배우고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복싱과 올림픽 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족도 생겼고 팀도 매일 내 옆에 있다. 난민팀은 두 팔을 벌려 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