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음은 겨울
이제야
우리가 사는 이곳은
여름과 겨울만 반복되었다
산책하는 사람들은 매일
여름에 맞는 곳에 모였다
소나기 사이로 강아지가 걸었다
걸음이 참 얌전한 강아지네
뛰지 않는 것을 여름 덕분이라고 할까
산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겨울을 위한 곳에 모였다
폭설 사이로 강아지가 뛰었다
왈츠를 추는 강아지가 있네
춤을 추는 것을 겨울 습관이라고 할까
여름과 겨울이 반복되는 동안
우리는 매일 산책을 했다
이런 강아지는 처음 봐, 누가 말했다
살아본 적 없는 날이 있는 걸까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곳은
보는 만큼만 믿으니까
슬픈 사람이 열심히 울고
소나기를 얼굴로 맞았다고 했다
울어본 적 없는 게 되었다
여름을 살고 나면 겨울이 필요하다
눈이 쌓인 길을 마음껏 걷고
그 위에 흰 눈을 다시 포개었다
이제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산책을 했다
망고 케이크
이번 겨울에도 망고 케이크를 샀다
무엇을 잊지 않고 싶은 걸까
사랑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 한 줌이라고 말하면
모든 시간이 기억될 거라고 믿었다
나는 무엇을 기념할 수 있다고 믿은 걸까
망고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미 망고 맛을 알고 있으면서 기다린 듯이
손바닥에 그린 한 줌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망고는 언제까지 망고일 수 있을까
사람을 아낄 수가 없어서 사람의 계절을 사랑하면
잊지 않아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오랜만이야, 망고 케이크에 초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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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여름 다음은 겨울 / 이제야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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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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