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신앙인은 평범한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하느님 나라를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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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16/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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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13장 1-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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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눈길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신비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알려주셨지요. 말씀 너머에 예수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언젠가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셨겠지요.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씨앗도 보셨을 것이고, 그 씨앗이 어떤 운명을 맞는지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겠지요. 예수님은 일상의 사건을 들여다보시며 감추어진 하늘 나라를 찾아내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의 비유들은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숨겨진 무엇을 알아보는 시선을 가진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바라볼 수 있을까요. 문득 제 친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는 작고 가난한 교구의 신부입니다. 언젠가 그가 신자가 마흔 명 즈음 되는 작은 농촌 성당에서 소임하고 있을 때, 한동안 그와 함께 머물며 그의 삶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흔히들 신부가 미사 드리고 기도만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사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예초기를 들고 풀을 깎기도 하고, 시설을 직접 수리하기도 해야 했지요. 그는 배추 농사를 짓기도 했는데, 김장철에 맞춰 절인 배추를 팔아 성당 살림을 꾸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제단에는 사제가 아니라 농부 하나가 서 있더군요. 그렇게 그는 제대 건너편의 교우들을 점점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까만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고, 거친 손으로 쓴 강론으로 교우들을 위로하며, 교우들과 하나가 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땅을 일구며 들여다본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땅을 일구는 농민들의 마음이었겠지요. 그가 신자들과 함께 일구어낸 것은 하느님 나라일 것이고요. 그렇다면 제가 본 것은 정말 제 친구였을까요. 혹시 예수님은 아니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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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천 미카엘 신부(대구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7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