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지배하는 연예계에 살면서 정우성은 그 태생적 아름다움 때문에 얻은 것도 많았고
잃은 것도 많았다. 김성수 감독의 <비트>부터 곽경택 감독의 신작 <똥개>까지,
본능과 정의와 꿈을 좇으며 살아온 이 자수성가형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친구 중에 별명이'똥개'인 남자가 있어요. 그는 순수하면서도 거칠죠. 그와 당신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친구와 내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내가 연기한 '똥개'는 법보다 상식이 앞서는 사람입니다. 혹시 그 친구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인가요?
네, 그는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합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죠. 당신도 그렇나요?
성향은 그렇죠. 대체로 법보다 상식이 앞서는 삶을 살았어요. 누군가 내 친구나 동생을 때린다면 처절하게 응징해야 하는 게 본능입니다. 하지만 제도와 법은 제3의 가해자를 만든다는 게 딜레마입니다. 내 생각에 판검사가 아닌 이상 법이 정해놓은 선악의 테두리대로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물론 아시다시피 정우성이 '똥개'처럼 자유롭게 살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면 난 지금 감방에 있을 테고, 배우로서 당신을 만날 수도 없지요.
준법 정신이 투철합니까?
인간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신만큼은 투철합니다. 때때로 내가 싸가지 없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만약 상대가 날 무시하면 똑같이 공격하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똥개'의 기질을 갖고 있죠.
이번엔 스타일 면에서도 확실히 망가졌지요?
<비트> 의 민이나 <태양은 없다>의 도철이, <무사>의 여솔도 시대만 달랐을 뿐 그 누구도 부유하거나 패셔너블하지 않았습니다. 정우성이 갖고 있는 핸디캡, 외모적인 특징 때문에 다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는 있었겠지요.
외모적인 핸디캡이라… '잘생겼다'는 게 불만입니까?
외모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것이 싫을 뿐이죠. 난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를 좋아합니다. 그는 정말 멋있고 연기력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그의 연기력은 덜 존중 받죠. 장동건 씨도 나와 같은 생각입니다. 외모 때문에 역할이 규제되는 건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무엇은 할 수 있고, 또 무엇은 할 수 없었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원하는 역할들을 해왔고, 관객들도 그게 정우성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느낌, 그것에 전면적으로 위반할 생각은 없어요.
오전에 기분이 괜찮은가요?
오늘은 안 좋군요. 여자 친구와 다퉜거든요.
주로 무슨 일로 다투나요?
서로가 어떤 옷을 입었으면 하는데 그게 각자의 취향과 충돌할 때, 친구들 앞에서 내가 그녀가 원치 않는 말을 했을 때. 연인들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싸우죠. 내가 먼저 풀려고 하는데, 오늘은 화가 많이 났는지 전화를 끊더군요.
오후쯤엔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당신이 오리지널 필름으로 소장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요?
나는 소유욕이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남기는 게 진짜지 필름을 가지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내 영화라면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보고 싶어요. 다만 집에서 DVD를 플레이 시키면 아무리 졸린 영화라도 끝까지 봅니다. 영화를 볼 때는 감독의 눈으로 콘티를 다시 짜보곤 하죠.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는 감정을 비주얼로 극대화시키는 특수 효과를 배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멋진 배우, 그리고 나태한 배우가 있나요?
멋진 배우는 양조위와 브래드 피트,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 특히 모니카 벨루치는 정말 '골저스'하죠. 나태한 배우라… 배우란 직업은 참 이상해서 일상에서 '잰 왜 저렇게밖에 행동을 못할까?' 싶은 사람도 슛만 들어가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인간이 됩니다. 결국 나태한 배우란 존재하지 않죠.
이번 인물은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쓰죠. <친구>의 장동건처럼 사투리가 당신을 더 드라마틱한 배우로 만드는 데 일조합니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아무개 이 씨발눔아' 같은 말도 서울 말보다 경상도 악센트의 고저장단을 맞추면 폭발력이 커집니다.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처럼요. 사운드에 맞춰 표정과 액션은 더 격렬해지고 의미 전달은 정확해집니다.
영화적으로 특히 어떤 인물을 좋아하나요?
곽경택 감독은 삶에 젖어 있는 다소 비루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연기한 인물도 반항아, 낙오자, 노예처럼 '마이너리티' 성향이 많지요. 하지만 제작만 가능하다면 시크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프리티우먼>의 리차드 기어 같은. 나는 나를 정해두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보여지는 나는 언제나 내게도 제3자입니다. 중학교 때 거울을 보고, 보여지는 나에 대해 이질감을 갖기 시작한 이후로 주욱 그래왔어요.
<태양은 없다>에선 당신의 창의력을 보았고, <무사>에서는 당신의 근성을 보았습니다. 일단 보았다니 감사합니다. 나는 그런 걸 인정 받기 어려웠습니다. 외모라는 변수가 개입해서 추구하는 인물이 다 비슷해 보일 수 있고, '그게 그거 아냐?'라고 비난하죠. 분명 정우성이 좋아하는 논리와 가치관이 다르게 녹아 있는 인물들이었고 그래서 걸음걸이, 눈빛, 말투 등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태양은 없다>를 할 때 김성수 감독이 얼굴에 복점을 그려넣자고 한 걸 거부했지요?
점에다 털까지 박자고 했지요. 외모적인 변형은 미술입니다. 아트 디렉팅이죠. 외모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정우성에게 다른 감정을 유추해내려고 하는 것은 자칫 코미디가 될 수 있어요. 캐릭터는 정우성이 만드는 것이지 한 개의 '복점'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곽 감독도 이번에 '어쩌냐, 떨어진 추리닝을 입혀 놔도 멋있으니'하고 희화화의 맛이 떨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셨죠. 작가주의 감독들은 제 외모가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염을 기르고 더벅머리를 하고 그 최소한의 도구로 나는 충분히 '똥개'의 게으른 자유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에 당신이 '김치를 버무리는' 영화 컷이 나왔어요. 다들 재밌어 하시더라구요. 저는 김치를 잘 버무립니다. 어릴 적에 해봤거든요. 김치속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속을 버무리는 건 성실성만으로 가능합니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좋아하나요?
나쁘지 않아요. 현장에서 김성수 감독은 '우팔아', 곽경택 감독은 '우돌아'라고 부르시죠.
돌쇠 기질이 있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배우는 누구를 위해 연기한다고 생각하나요?
나 자신을 위해서지요. 영화를 위해서? 감독을 위해서? 관객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나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만도 버거워요. 배우를 떠나 인간 정우성에 대한 신념을 지켜가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내가 소속한 집단에 최선을 다하지만, 감정이든 집단이든 어떤 것에 집착도 없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나'라는 신념입니다.
세상을 보는 데 정우성만의 편견이 있나요?
편견은 없고 불만은 많습니다. 국어 사전에 '양보' '존중' '배려' 이런 말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니까요. 난 데뷔 전부터 연예인이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돈과 인기의 혜택은 감사하지만 거드름은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배우는 천직입니까?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죽을 때까지 한다면 천직일 겁니다. 어쩌면 세상에 천직이란 없습니다.
당신에겐 마이너적인 힘과 선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선지 악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잘 못합니다. 내겐 사람에 대한 악한 마음이 없습니다. 미친 남자, 정신병자라면 할 수 있겠죠.
장동건이 <해안선>에서 미쳐가는 역으로 출연한 것이 당신에게 힌트를 주나요?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것을 말하나요? 나도 <모텔 선인장>에 노개런티로 출연했어요. 할리우드 배우들의 저예산 진출을 두고 한국 배우들의 태만함을 지적하지만, 그거야말로 편파적인 태도입니다. 외눈박이 시선이죠.
그런 식의 결정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정재, 장동건, 나… 데뷔 10년 차인 우리 같은 배우들은 위험한 제작 조건에 출연해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시간이 주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실패와 모험이 두렵지 않아요.
남자, 여자 모두 당신을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하하. 아마도 남자 여자 모두 내게서 좋은 친구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 같군요.
언제 당신이 자랑스러웠나요?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이 가장 잘한 일입니다. 나는 상업 학교에서 주판을 배웠는데, 그건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할 일이 아니었죠. 제도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 하면서 세상 경험을 쌓는 게 내겐 더 발전적이었어요. 어머님이 우셨지만, 말리진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도권에 들어가 공부할 생각은 없어요. 정우성이라는 인간을 보면서 받을 수 있는 모든 느낌은 바로 그때 형성됐습니다. <비트>를 좋아하는 건 기성과 제도에 소외 받아야 했던 그때의 외로움과 냄새를 내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공허하지만, 잡을 수 없지만, 무언가 잡아야 했던… 그순간만 발전시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 나는 매번 폭력 학생들에게 당하는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저항하지 않니? 굴복하지 않을 수 있잖니? 넌 꿈이 뭐니?' 그때 친구가 말했죠. '난 꿈이 없어.'난 그게 기성 세대의 잔인한 폭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느낌이 내 삶과 연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려 깊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여자란 어떤 여자죠?
쉬는 날 카페에 가만히 앉아 멍하게 있으면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여자죠.
어떤 옷을 좋아하나요?
화이트 셔츠… 장식도 없고 두드러지지 않는.
살면서 애틋한 추억이 있나요?
학교 갈 때 광화문 지나가는 버스가 스틸처럼 스쳐가는군요. 시청과 명동의 역사와 광장의 냄새, 어딘가로 향해가는 버스 안의 휘발유 섞인 땀냄새… 계절의 냄새… 가끔 순간적으로 그런 냄새가 몰려와 가슴이 미어집니다. 추억은 냄새입니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좋아하겠군요. 정말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까?
그런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소수에게만 예찬 받는 자족적인 아티스트는 싫습니다. 대중 속에 존재하고 싶습니다.
어떤 아티스트를 존경합니까?
심수봉을 존경합니다.
조용필은요? 심수봉을 더 존경해요. '백만송이 장미'를 사랑합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인생의 어떤 영감을 얻었나요?
그냥 즐겼을 뿐입니다. 민이나 도철이나 철민이나… 그들이 폭력과 불의에 굴복하진 않았지만 그애들은 중학교 때의 그 친구처럼 꿈이 없는 청춘들입니다. <비트>의 오프닝 내레이션을 기억하나요? 내가 제안한 거죠. '나에겐 꿈이 없다'로 시작하죠. 하지만 그 모든 건 어쩌면 역설입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잡고 싶고 이루고 싶은 건 청춘의 거부할 수 없는 욕동입니다.
관객도 그걸 느낄까요?
때로 관객들은 흐름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극장에 가면 심각한 순간에도 '제 다리 너무 짧다, 바지가 왜 저래? 귀 뒤에 점 있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듣거든요. 관객이 무얼 느끼건 자유입니다.
배우가 아니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사업을 하고 싶어요. 디자인과 관련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큰돈을 투자해서 큰돈을 버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난 자수성가 스타일이니까요. 아, 그리고 나는 건달도 되고 싶습니다.
건달로 살아도 자수성가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도꾸다이'로 다니면 큰돈 들겠습니까? 불의를 보면 도와주고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고. 오토바이 타고 사막을 다니다 아무 술집에 들어가 바텐더로 일하고.
결혼하기 힘들겠군요. 해야죠. 촬영장에 앉아 있으면 지금 이 현장을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습니다.
마흔이 되면 어떨까요?
난 삼십대가 좋습니다. 그 이후엔 어떤 지향점도 없습니다. 교통 사고로 내일 죽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영화 제작하다 한두 개쯤은 말아 먹고 프로덕션 하나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요.
배우로 사는 게 행복한가요?
행복합니다. 촬영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촬영이 끝나면 불행한가요?
정신적인 방황을 겪습니다. 사람들이 학교로 직장으로 떠나고 난 오전, 문을 열어놓고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외롭고 한가롭고 까닭 없이 슬퍼집니다. 하지만 인간 정우성에게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친구와 같습니다. 그래서 또 그 시간이 행복합니다.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철학책을 읽나요?
철학책이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만 봐도 머리가 아픕니다.
IQ가 높은 편인가요?
IQ는 모르지만 EQ는 높은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좋습니까?
날 우스갯거리로만 만들지 않는다면요. 내 내면을 보고 싶어할 때 나는 질문을 곱씹으며 언제나 좋은 답변을 생각합니다.
첫댓글 말씀도 어쩜 저리 논리적이며 지적이게 하시는지!! 캬아~
정말 학교그만두구싶다구 그만두구 멋찌다.. 학벌사회인 요즘.. 전 용기가 없었을꺼같은데..정말 멋찌네여~^---^
역시@!!!!!!!!!!!!!!멋져요.ㅜ.ㅜ.ㅜㅜㅜ.ㅜ.ㅜㅜ.
저 무지무지 잘생긴남자 ..-_- 행동보다 말이 엄청 앞서고 ..정말 무식이 튀던데.. 이글은 ..기자가 쓱싹 포장을 잘한거 같은데요 ?연기도 매우 별로 특히 무사라는 영화에선 -_- ..
최고다.. 늙으면서 더 멋져지다니.. 진정한 남자의 로망은 이사람!!!!! 글은 잘모르겠..에디터들이 잘 다듬었을수도 있고.. 하지만 일에대해 열정은 많이 있는거 같아 보기 좋음.
그런데 연기는 좀 별로이지 않나요?? 열정은 많은 것 같으나..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 것 같아요.. 그치만.. 이렇게 오래도록 열렬한 지지를 받는것도 힘들죠.. 멋지구료!!
이 남자보면 사생활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헛먹지고있진 않구나라는 생각이~ 갈수록 멋져지는게...
너무 멋잇엉 / 진짜 이상형이다
만년이상형
고등학교 중퇴인데 머리는 멍청한거 같지는 않다
연기가별로인게아닙니다.얼굴떄메..묻치는거죠...영화한번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