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8](월)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09#
https://youtu.be/Nt7T21tphyE
✦시부1 정유조천록
西京道中(서경도중) 서경 가는 길에
牢落栽松院(뇌락재송원) 창망하다 재송의 동산이라면
凄涼南浦橋(처량남포교) 처량하다 남포의 다리로구려
江山如宿昔(강산여숙석) 강산이야 옛날과 다름없지만
臺館半焚燒(대관반분소) 대관들은 절반이 불타버렸네.
謾自悲興廢(만자비흥폐) 부질없이 흥망을 슬퍼만 할 뿐
憑誰破寂寥(빙수파적료) 누구를 기대어 적막을 깨뜨릴 건고.
東風知客意(동풍지객의) 동풍이 나그네의 뜻을 아는지
吹送木蘭橈(취송목란요) 목란의 조각배에 불어 오누나
신호열 선생님은 이렇게 풀이를 하셨읍니다.
이제 하나나 뜯어 보면 牢落(뇌락)을 ‘창망하다’고 새겼는데 ‘적막하고 쓸쓸하다’로, 栽松院(재송원)을 ‘재송의 동산이라면’으로 풀었는데 그냥 ‘재송원’이라는 지명인 땅이름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적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재송원’으로요. 그 다음은 凄涼 南浦橋(처량 남포교)입니다. ‘처량하기 그지없는 남포교’지요. 그 다음에 오는 江山 如宿昔(강산 여숙석)은 ‘강산은 그 옛날과 다름없는데’로 새깁니다. 그 다음이 臺館 半焚燒(대관 반분소)인데 臺館(대관)은 그냥 대와 관으로 정자와 관헌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정자와 관헌이 반이나 불타버린, 처참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 다음이 謾自 悲興廢(만자 비흥폐)로 謾自(만자)는 ‘덧없다, 부질없다’로 보고, 이어지는 悲 興廢(비 흥폐)는 흥망에서 슬픔을 느끼는 것으로요. 그 다음의 憑誰 破寂寥(빙수 파적료)는 憑誰(빙수)는 破 寂寥(파 적료)해도 ‘누구테 물어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적적하고 고요해도 어찌하여 그런지를 누구한테 물어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東風 知客意(동풍 지객의)는 ‘그런 나그네의 뜻을 아는지 동풍인 바람만 불어온다’로 새기면 좋을 듯싶습니다. 吹送 木蘭橈(취송 목란요)에서 吹送(취송)은 ‘물에 닿아 생긴 물무늬’인데 작은 배를 뜻하는 목란배의 노에 닿아 생긴 물무늬로 새겨야 할 듯싶습니다.
이제 전체를 묶어 하나로 새겨 보겠읍니다.
牢落 栽松院(뇌락 재송원) 적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재송원이여
凄涼 南浦橋(처량 남포교) 처량하기 그지없는 남포교여
江山 如宿昔(강산 여숙석) 강산은 그 옛날과 다름없는데
臺館 半焚燒(대관 반분소) 어찌하여 정자와 관원은 절반이나 불타버렸는지
謾自 悲興廢(만자 비흥폐) 흥망의 슬픔은 부질없어
憑誰 破寂寥(빙수 파적료) 적적하고 고요해도 물어볼 수 없네
東風 知客意(동풍 지객의) 이런 나그네의 뜻을 아는지 동풍만 불어와
吹送 木蘭橈(취송 목란요) 작은 목란배 노에는 물무늬만 일렁이네
전란이 끝날 쯤인 1597년, 명(明)의 서경으로 가는 길가에 본 우리나라의 처참한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것입니다. 난리통에 관청을 비롯하여 정자든, 다리든 남아있는 게 없을 정도였나 봅니다.
오늘도 고마움으로 허균의 ‘서경 길’에 따라 나섭니다. 정말, 고마워요.
첫댓글 '허균 얼 톺아보기'로 성소부부고 살피기 아홉번째입니다.
시부로 보면 그 두번째 시로 '서경 가는 길에'입니다.
명(明)의 서경으로 가는 길에 재송원에서 느꼈던 느낌을 담은 한시입니다.
그 풀이를 한 것으로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