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나의 두 번째 청춘이 머문 곳
나이 예순을 넘기고도 여행은 여전히 내게 ‘처음’ 같은 설렘을 준다.
이번에 찾은 곳은 크로아티아. 이름만으로도 푸른 아드리아 해의 바람이 가슴을 스치듯 느껴지는 그곳. 지중해 햇살과 돌담 골목, 그리고 잊지 못할 작은 순간들이 나의 시간에 덧칠되었다.
두브로브니크 – 돌담길을 걷는 행복
두브로브니크 성벽 위를 걷던 그 아침.
바닷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져도 좋았다. 오래된 돌담 너머로 펼쳐진 붉은 지붕들, 그리고 그 위로 반짝이던 햇살. 마치 시간도 여기선 걸음을 늦춘 듯,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처럼 스며들었다.
“내가 왜 이 나이에 여길 왔을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곧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봄도 여름도 지났지만, 나는 지금 가장 따뜻한 가을을 걷고 있었다.
스플리트 – 바다와 음악이 흐르는 도시
스플리트에서는 거리의 악사들이 나를 멈춰 세웠다.
낯선 노래였지만 마음이 먼저 알아차렸다. 오래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벽에 앉아, 맥주 한 캔에 바다 내음까지 곁들여지는 호사. 마치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슬쩍 다시 들춰본 기분이었다.
플리트비체 – 자연이 들려준 잔잔한 위로
걷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플리트비체의 폭포 소리는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마치 내가 살아온 세월의 굽이굽이마다 이 물줄기가 흘러간 것처럼.
자연은 나를 판단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자그레브 – 오래된 것과의 대화
여행의 마지막 밤은 자그레브의 노천 카페에서 보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지나온 도시들을 돌아봤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나는 훨씬 잘 걷고, 더 깊이 느끼며, 더 많이 웃고 있었다.
이 나이에 여행이 사치일까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크로아티아는 나를 다시 살아있게 만들었다.”
지금 당신이 60대라면, 혹은 그 즈음이라면…
꼭 이 나라를, 이 따뜻한 여행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 붉은 지붕 아래 그려질지도 모르니까.
첫댓글 대체로 60대 전후로 여행을 떠나시네요.
잘 준비하시고 다녀오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