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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영화 개봉했다는 사실을 카페에서 누가 한줄 메모해 두어서 알게 되었다.
일본 드라마 시리즈 10화를 4여년 전에 다 보았고
시작 음악이 기타 선율에 굵직한 남자 목소리의 음률로 무척 애잔하게 계속 맴 돌던 터
극장판도 무조건 보리라..
검색해 보니 다음 주 수요일까지만 한다.
상영 시간대도 심야시간..
심야식당이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밥집이어서인지
심지어 밤 12시에 상영하는 영화관도 있다.
초저녁 잠이 많아진 나는 마음 먹은 김에 오늘 보고 왔다.
롯데시네마 부산본점 8시..
사전 영화평을 보니 식욕을 자극하기에 미리 밥 먹고 가시라..
드라마 3편을 내리 모아 본 느낌으로 그냥 처음 보는 분은 기대보다 못할 수도 있겠다. 등등...
그래도 나는 시작하는 처음 부분에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고자 무조건 본다.
롯데백화점 서면점은 오랜만에 둘러 보는 관계로
새로 생긴 매장과 다양한 음식 거리로 인해 생소하고 복잡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일본 음식이 나오는 영화 보기 전에 백화점 지하 1층에 [라멘이찌방]에서 라멘을 먹는다.
이찌방 미소라멘 해산룰로...(6,500원)
맛있고 시원했다. 우동과 라면의 중간 사이 맛, 시원한 국물로 한끼 든든한 별식이 되었고,
이제 편안히 [심야식당]을 감상하기만 하면 되시겠다.
오호~~ 시작 음악.. 낮은 기타 선율에 낮고 굵으면서 잔잔한 남자 목소리.. 애수에 젖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보다 음악 톤이 반톤 정도 더 올라가 있는 듯하다.
음악에서 담담함과 가벼움을 나타내고 뒤로는 어떤 얘기들을 풀어갈 지...
아니면 그때는 무척 심란한 때에 드라마를 봐서 그 음악이 더 낮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는 한톤 어두운 화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화는 조금 담담하고 화면이 밝다.
너무 심각하게 얘기를 풀어 놓지 않으면서도 다 보고 나면 각자의 가슴에 느낌을 하나씩 안겨 주는 듯한 영화.
주인장(마스터)이 만들어 내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 세 음식을 중심으로
그 외 갖가지 손님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다 나오는 밥집 [심야식당]
여전히 인상 깊은 문어 모양의 소시지 볶음.
(한국 어느 드라마에서 이것을 흉내 내어 잘 생긴 등장 인물이 소시지에 칼집내어
문어 모양으로 볶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피식 웃으며 본 적이 있다)
주인장의 도톰하고 달달한 계란말이.
(이것이 일본식 계란말이라 한다면 한국식 계란말이라 함은 단언 [설짱]님 부인표 계란말이이다^^,
어느 산행 입구에서 감탄하며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집에서 저렇게 만들면 되었구나 생각될 정도로 요리법은 간단하다. 그러나 맛은 어떨지는 모르겠다. ㅎㅎ
[메시야]=[밥집]라는 걸개를 매일 밤 12시에 문앞에 걸면서부터 심야식당 영업은 시작되고 손님이 몰려 든다.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를 둘러 싼 ㄷ자 모양의 좁은 식탁에 빙 둘러 않으면 꽉 차면 9명이 앉을 수 있겠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고는 그날의 피로를 푸는 장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어릴 때 엄마가,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음식을 떠 올리며 잠시 위안과 행복감을 느끼고 간다.
[심야식당]은 음식을 매개로 나눠 먹으면서 자기 얘기를 푸념하고 또 들어 주고...
일종의 집단상담소인 듯하다.
[나폴리탄]을 먹는 다마코는 갑부의 세컨드로서
갑부가 갑자기 사망했음에도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어릴 때 어렵게 살았을 때 백화점에서 먹어본 최고의 음식으로 [나폴리탄=이탈리안]을 기억한다.
숙주나물, 양파를 볶아 삶은 스파게티를 넣고 토마토케첩? 을 넣어 볶는데 식탁에 낼 때는
철판 그릇 밑에 계란을 풀어 익힌 뒤 그 위에 볶은 스파게티를 얹어 낸다. 모양은 그럴싸 하다.
이걸 나눠 먹다가 사랑하게 된 나사 공장 영업사원 가난한 순진 청년,
같이 살 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에 갑부의 유산을 상속 받게 되어 남자를 차 버린다.
그러면 밥집 사람들은 모두 돈밖에 모르는 여자라며 환대하지 않지만..
알고 보니 동경에서 경영난으로 문 닫게 된 스트립쇼 가게에 돈 빌려 줘서 도와 주는 여자이다.
밥집을 나서며 여자는 주인장에게
"마스터는 처음부터 저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셨죠?"라고 물어 봄으로 해서
남자를 차 버린 이유가 가난한 남자였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자신과는 너무 다른 순수 청년이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마밥]을 주문한 아가씨 미치루. 마밥은 고향의 맛이다.
시골에서 고아로 할머니와 살다가 올라 온 허기진 아가씨, 음식을 이것저것 시켜 먹고 사라져 버린 '먹튀녀'이다.
뒤에 그 음식값만큼이라도 일하게 해 달라며 잠시 심야식당에 기거하게 되는데...
참 날씬도 하다. 몸매도 예쁘다.
중2 때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어머니 상을 당한 친구에게 가난해서 계란말이 밖에 만들 수 없었지만 그걸 들고 가니
친구가 끝까지 다 먹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이걸 만들어 주렴, 고마워"한다.
그 때 미치루는 처음부터 부모가 없었던 자신과 같이 있다가 엄마를 잃어 버린 친구 중에 누가 더 슬플까 생각했단다.
그 다음 날 계란말이를 들고 다시 가니 먼 친적집에 바로 맡겨져서 다시는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표정이 참 애잔하다.
소중한 것이 갑자기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는 그 아쉬움.. 그 이상의 표정. 애정이 아쉬운...
미치루는 심야식당에 잠깐 머무는 사이에도 이웃 음식 배달하는 여자에게도 "힘내"하며 앞치마 선물을 준다. 떠나게 됐다고..
물론 모든 걸 다 잃었던 미치루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조용히 도와 준 것은 주인장이지만....
일본 영화는 이런 세밀한 부분, 사소한 부분을 보여 주면서도 말로는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여운이 남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 그래서 좋은 듯하다.
[카레라이스]를 주문한 남자, 쓰나미로 부인을 잃은 후쿠시마 사람 겐조,
자원봉사자 아케미가 심야식당에서 요리법을 배워 해 준 카레라이스를 잘 먹은 남자이다.
겐조가 아케미에게 사랑 고백을 한 뒤 대답이 없자 동경까지 쫒아 온 남자. 여자에게 너무 매달린다.
팔찌를 만들어 각자 손목에 차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팔찌가 저절로 끊어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팔찌 끊어서 내미는 아케미에게 나를 재회한 소원이 이루어졌냐고 농담을 하다가...
술 취해 호텔에 찾아 와 "내가 뭐든지 다 들어 줄 것만 같았죠?"라고 묻다가 쓰러져 잠든 아케미를 보면서
겐조는 중얼 거린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다음 날 끊어진 팔찌가 나란히 테이블 위에 놓이고..
- 이것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생각의 전환)인 것 같다. 겐조와 아케미 모두에게..
끊어질 때를 기다리지 않고 팔찌를 끊은 것은 더 이상 운명(인생) 앞에서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을 살지 않겠다는,
내 스스로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로 살짝이 받아 들여 본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겐조에게 아케미는 다시 카레라이스 만들러 가도 되냐고 밝게 웃는다.
사실 아케미는 자원봉사로 후쿠시마에 가기 직전 직장상사와 불륜관계였는데 버림받은 뒤
그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 후쿠시마 사람을 이용한 거라고 이기적이라고 자괴하고 있었다.
부인을 잃은 상실감을 아케미에게 고백함으로써 채우려하는 겐조와 닮은 꼴인 셈이다.
겐조는 유골 대신 흙으로 채운 뒤 식당에 버려진 유골함을 보면서 그 버린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유골을 찾을 수 없을 때 자신도 부인의 유골 대신 흙으로 채웠다면서
아무 것도 없는 것 보다는 거짓으로 채워진 것이라도 훨씬 더 나으니까...
그래봤자 행복해지지는 않는데 말이지...라고 중얼거린다.
우리 모두는 어떤 상실감으로 인해서
그것을 대치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서 빈 자리보다는 뭔가를 계속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봤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데..
양팔 저을의 한 쪽이 비워지면 그 기울임을 못 견뎌
거짓으로라도 그 비워진 쪽을 채우려 애쓰는 듯 하다.
횡설수설 적었지만 결론은
모두가 외로운 사람끼리 모여 나눠 먹는 음식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고통만큼 모두가 고통을 안고 있으나 식당에서 얘기를 풀어 놓음으로 해서
자신의 삶도 관조적이 되어 덤덤하게 살아 낼 수 있게 되는 것!
좋은 영화다.
[심야식당]을 보고 나니 한쪽 얼굴에 깊게 패인 칼자국의 마스터가 그윽하게 나에게 다이죠부(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부산맛집기행의 번개 모임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이러한 치유의 효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일본 사람은 상대가 원할 때 도움을 주며 방해되지 않게 간섭이 되지 않는 선에서 조언을 한다.(물론 드라마, 영화라서 그렇겠지만)
서로 공유하되 각자의 영역도 침범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삶이 되길..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로 만든 것이 3탄이나 된단다.
SBS에서도 27일 토요일 밤 24시부터 김승우 주연의 [심야식당]을 펼친다 하니 기대를 해 봄직하다.
그전에 [심야식당] 극장판과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은 생각!
* 6/30일까지 월~목요일은 롯데카드로 결재하면 2인에 1만원으로 영화 볼 수 있다.
첫댓글 자다깨서...와우~~~~~~~^^
꼭 봐야겠네요~~~~~~♡
충분히 감상하시길~
각자의 느낌대로...
영화관 안에서 사진이나 음악 녹음을 금지하더군요. 저작권에 걸렸다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댓글에...
베짱님은 영화 보고 또 어떤 느낌을 가지실지..
처음 보면 심야식당은 뭐지? 뭐였지? 느낌을 받았기에
줄거리를 세세하게 적었음
이로인해 재미가 덜할지도 모르겠네요..
와, 언니~~ 멋진 감상문이네요^^
전 몇년전 만화책으로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한줄에서 심야식당 영화가 언급된거보고 보러가야지했는데 담주 수욜까지만 상영하는군요. 서둘러야겠어요~
ㅎㅎ 만화책은 접할 기회가 닿지 않네요
상영 시간대도 들쑥날쑥.
잘 검색해서
시간내어 일부러 보러 가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영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가지?
일본드라마는 저도 일어 공부하기 위해
한글자막있는 걸로 봤어요
마스터가 "아요~"하는 추임새가 참 좋았어요
영화에서는 못 들은 것 같아요
대사가 거의 없었으니까 ㅎㅎ
드라마에서의 번화한 동경의 신주쿠 이세탄백화점 거리와 대비되는 뒷골목의 고단한 삶에서 오는 쓸쓸함. 센치함. 고독한 정서를 말하시는지..
영화에서는 그 정서를 조금 가볍게 해학적으로 그려 그 고단함을 익살 뒤로 숨겨 버린 듯.
그것을 알아 차리는 사람에게는 더 위로가 되는 영화겠죠?
창창한님 해설때문에
영화안봐도될듯함요~~
ㅎㅎ 미묘한 화면에서의 감성을 느끼시라고 줄거리를 다 적었습니다.
또 한번 더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만화 심야식당을 재밌게 봐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에요~~그래서 후기 읽다가 멈췄어요
이정도면 스포일러 아닌가?ㅎㅎ
잘 했어요~
긴 글을 아주 조아라 합니다.
두 번 읽었습니다.
완전 한 작가 하셨도 될 듯싶네여...
심야식당...
제가 한 볼께여...
안잘지...벌써..걱정부터...ㅋ
히히히 두 번^^ 감사합니다
아무도 안 본다는 생각으로 글 씁니다
안 그러면 한 줄도 못 써요
그래서 이런 과찬이 기운을 더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