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와 ‘야훼’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출3:4)께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시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는 말은 ‘나는 나다’(I am that I am)라는 말로 요한복음에 예수님의 7가지 선언
‘나는 ...이다’를 말씀하실 때의 표현과 같다.
‘나는 나다’의 히브리 표현은 ‘에흐예 아쉐르 에흐에’이다.
이 ‘에흐예’란 말에서 ‘여호와’란 말이 유래했다.
그런데 ‘야훼’, 또는 ‘야웨’라고도 부른다.
어떤 표현이 맞을까?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두렵고 경망된다고 생각하여 성경을 읽다가 여호와란 단어가 나오면 발음하지 않고 그냥 다음 단어로 넘어가던가 아니면 그냥 ‘주님’(아도나이)이라고 하든가,
아니면 ‘그 이름’이라고 간접 표현을 하여 읽었다.
그러다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 이름이 나올 때 ‘나의 주’란 뜻의 ‘아도나이’로 불렀다.
개역개정판에는 ‘여호와’를 표준새번역은 ‘주 하나님’, 공동번역은 ‘야훼’로 번역하고 있으며 ‘야훼’를 ‘야웨’로 발음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발음하지 않고 그냥 지내왔기 때문에 오늘날 어떤 발음이 더 정확하느냐 하는 것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여호와’는 영어의 ‘YHWH’와 상응한다.
6-10세기에 히브리 성경 재간행을 추진하던 맛소라 학자들이 자음만 있던 성경본문에 모음부호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아도나이에서 사용하던 모음 (a,o,a)을 YHWH에 붙이고 발음을 가급적 비슷하게 하도록 YahWeh로 표기했다.
히브리어 ‘에흐예’를 음역하여 EhYeh로 표기된 것을 독일어 Jehova, Jehovah로 표기하고, 다시 영어로 Jehovah로 표기의 변화가 일어났다.
따라서 ‘여호와’나 ‘야훼’ 모두 원발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고 편의상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야웨와 야훼,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은 개역성경에서 "여호와", 공동번역에서는 "야훼"로, 전문 신학서적에서는 "야웨"로 번역한다.
이 중 무엇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호와'가 아니라 '야웨'가 맞다.
히브리어에는 본래 모음을 나타내는 알파벳이 없다.
그저 자음만 나열하고, 전통적으로 읽어오던 대로 읽었었던 것뿐이다.
가령 "ㅌㅅㅌㄹ" 이라고 쓰고 읽을 땐 '티스토리'라고 읽는 식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일컫는 거룩한 네 글자(Tetra grammaton) YHWH에도 분명 읽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감히 일컫지 못했다. 대신 YHWH를 만날 때마다 '주님'을 뜻하는 '아도나이'로 바꿔서 읽었다. 문제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발생했다. 남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고 연속으로 페르시아와 알렉산더 제국 등의 지배를 받으면서 히브리어 구사자는 줄어들었다. 그 결과 하나님의 이름을 발음하는 방법도 잊혀지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아도나이"의 모음에 거룩한 네 글자를 결합하여 읽기 시작했으니 이렇게 생겨난 단어가 바로 '여호와'이다.
근대에 들어 옛 발음을 복원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되어 YHWH의 발음이 '야웨'였음에 잠정 합의를 보았다. 여기서 잠정 합의인 것이 중요한데, '야웨'가 정답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여호와’보단 원 발음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할렐루야', '이사야', '엘리야' 등에서 1음절의 발음이 '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음절의 모음은 초기 기독교 문서에 나타난 'Ιαβε' 등을 근거로 "에"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히브리어 W를 읽는 전통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바브(v)'로, 둘째는 '와우(w)'이다. 이 중 고대 발음에 가까운 것이 ‘와우’이므로 하나님의 이름을 복음하는 데는 후자가 쓰였다.
즉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네 글자는 ‘야웨’라는 발음과 가깝다.
그렇다면 일부 한글 성경에 있는 ‘야훼’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한 가지 일화가 있다.
공동번역성서 구약 성경은 문익환 목사가 주로 번역했다. 번역을 끝낸 문목사는 기쁜 마음에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자신이 새로 번역한 성경을 읽어 드렸다. 그런데 ‘야웨 하나님’을 들은 문 목사의 모친은 "왜 하나님께서 자꾸 '야외'로 나가시냐?"라고 물어보셨다. 이에 아차 싶은 문익환 목사님은 '야웨'를 '야훼'로 고쳤고 이것이 한글 성경의 전통이 되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본래 발음은 '훼'가 아닌 '웨'가 맞기 때문에 전문서적에는 '야웨'라고 적고 있다.
결론은 "여호와" > "야훼" > "야웨"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유대인들처럼 "주"라고 번역하는 전통도 만만치 않다. 먼저 칠십인역과 루터비벨, 킹 제임스 성경을 비롯한 각종 영어 성경이 있으며 새번역 성경도 이런 전통을 반영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주', '주님'이라고 표기했다. 로마 교황청에서도 2008년 "거룩한 네 글자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이름을 전례에서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말고 '주님'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정확한 이름은 '야웨'라는 것을 알되 이를 자주 사용하기 보다 '주님'이라는 말로 바꾸어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