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요정은 아침햇살 사이에서 꿈을 꾼다느니,
순수한 요정과도 같은 딸을 공주로 만든다느니...
이씨왕조가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래 민주공화국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공주따윈 없습니다.
그러나,부모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계획을 통해 딸을 공주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으며,
저희는 그것을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에서
그 안타까운 희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시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50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전 국민적인 게임,
▶고3 메이커◀
~in서울의 꿈~
자,이제 당신의 딸이,365일 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당신의 욕망과,월급과,치맛바람에 달려 있습니다.
과연 당신의 딸은,지하철 2호선을 타고 등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KTX를 타고 새벽에 나가 자정에 돌아올까요...
2.딸내미
고3메이커는,대한민국 고3여학생을 표본으로 하여 표준편차과 0.00001의 오차조차 없는
완벽한 체형,복장,행동패턴을 구사해 냈습니다.
이런,동양인 유전상 불가능한 보라머리의 딸 따위는 잊어 주십시오.
학교에서 석식을 먹은 후 12시까지 학원에 있다 돌아와서 쓰러지듯 자는 바람에,
미처 감지 못해 나날이 유성을 더해 가는 머리카락.
쉴 틈이 없어,미묘하게 핏발이 서고 다크서클에 둘러싸인 눈.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잠을 자는 바람에 물만 대충 바르고 나온 얼굴.
고1때 분명 넉넉하게 샀는데,어째선지 모르는 주름이 생긴 입체적인 교복.
늘 앉아서 비비대는 바람에 광택이 나는 치마.
좌식 생활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넉넉히 퍼진 허벅지.
여러분은,이런 귀여운 딸을 1년동안 혹독히 몰아붙여,고3메이커의 유일한 엔딩인
'in서울 학생' 을 만드시면 됩니다.
네?지방대 학생이나,작가,기사,무희같은 엔딩은 없냐구요?
없습니다!!세상에,대한민국에서 고3이 그런 꿈을 꾸다니,택도 없는 말씀을!!
그리고 딸내미 또한,프로그래밍시 대한민국 입시정책에 완벽히 취한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설정으로 만들었으므로,자신의 진로를 위해 꿈을 꾸거나,반항을 하는 일 따윈 없습니다.
오로지 공부만 하면 성공할 줄 아는 착한 딸입니다.
저희 고3메이커는,학부모 여러분의 욕망과 교육당국의 지침에 120%부합되는 게임만을
철저한 고증에 따라 제작합니다.
3.게임 인터페이스
저희 고3메이커는,학부모님들의 관심사와,고3학생들의 의식에 100%부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이 가능하도록 게임 인터페이스를 제작했습니다.
1)일정표
메가스터디 강의,EBS강의,학교수업,TV연예인 쇼프로 시청!
고3에게 필요한 '모든것'을 모았습니다.
독서?박물관 탐방?연극 감상?필요 없습니다!
논술은 학원에서 공식을 외우면 되고,박물관에 있는 유물은 국사 교과서를 보면 되며,
문화관련 문제는 수능에 출제되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삼고 있는 현명한 여러분을 위해,고3 메이커는 필요한 것만 제시합니다.
tip)학교수업은,내신강화비율이 낮아지는 이벤트 발생시 '취침'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2)쇼핑
딸에게 필요한 필수품만을 골랐습니다.
등교를 위한 버스비,쉬는시간의 매점탐방을 위한 과자,졸음을 대비한 비타500...
쓸데없는 취미활동을 피해,베드엔딩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
고3 메이커만의 배려가 가득 담긴 쇼핑란입니다.
3)대화
대화가 극히 한정된,대한민국 고3을 둔 가정의 패턴.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고3메이커에서,소름이 돋을 만큼 현실적인 딸과의 대화를 즐겨보십시오.
정말로 2008년도 입시를 치르는 딸내미를 둔듯한 착각에 빠지실겁니다.
대화패턴은 총 3가지입니다.
인사,다정하게,엄하게.
각각의 패턴에 따라,딸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아침인사는 밝게,지난주에 딸이 치른 중간고사 성적표 얘기로 시작합시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봅시다.
이외에도 "몰라.나 학원 가야 돼."라는 대답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엄하게 꾸중할 시,말대꾸도 않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는 딸내미의 행동을
100%완벽히 재현했습니다.
4.엔딩
모의고사와,중간-기말고사를 거치고 나면,
당신의 딸내미는 11월 15일-운명의 날을 맞게 됩니다.
당신이 딸에게 일말의 "딴짓"이라도 할 시간을 주었다면,당신의 딸내미는
지방대나 전문대로의 진학,혹은 취업의 길을 가게 되어 배드엔딩이 될 것이고,
딸을,철저히, 당신이 만족할만큼 옥죄었다면
딸은 분명 게임중에선 당신에게 불만을표하겠지만,
결국엔 in서울 명문대 진학이란 엔딩을 맞아 당신에게 고마워 할 것입니다.
이것은,프린세스 메이커의 왕자와의 결혼과 맞먹는 최종 해피엔딩인
"명문대생이 되어 학교 도서관에서 고시공부"엔딩입니다.
이 엔딩을 보게 될 경우,딸의 애정이 가득한 엔딩멘트가 재생됩니다.
"엄마,정말 고마워요.
엄마가 날 종합학원에 보내 집을 여관으로 생각하게 하고,
친구들은 경쟁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해 1년 내내 아웃사이더처럼 죽어 지내게 하고,
영화와 책에 대한 얘기는 수능엔 안 나온다며 막는 바람에
아직도 왕의 남자가 최신영화인 줄 알고,
직업은 수능 치고 난 다음에 결정해도 된다는 말에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지만,일단은 명문인 학과에 지원하게 한 덕분에
이렇게 꿈으로만 꾸었던 명문대의 도서관에 있어요.
하지만 엄마,
막상 공부만 하면 모두가 천재로 추켜세웠던 고3생활이 끝나고 나니
뭘 해야 할지,하나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것도,적성에 맞는 것도 없고,교과서를 외우는 것 외엔 잘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아니,있긴 한 것 같은데,전혀 모르겠어요.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 때문인지,이력서를 써서 여기저기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넣었는데도
셔류전형 통과 연락조차 오질 않네요.
그렇지만 엄마,걱정하지 마세요.
전 명문대 학생이잖아요.
저도 남들처럼,학과 따윈 신경쓰지 않고 고시공부에 전념하기로 했어요.
물론 학교엔 고시에서 몇번이고 낙방해 나이가 아버지뻘인 선배도 있지만,
전 괜찮을거에요.
학문만을 위해 태어난 천재 친구들도 잔뜩 있지만,
저도 일단 샤울대의 학생이잖아요?자격은 같을거에요.....아마.
어쨌든 엄마,정말 고마워요.
내일쯤에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기러 집에 들를게요.고시원은 이미 세달치를 끊어 놨어요.
엄마의 자랑스러운,명문대 학생 딸내미가."
5.한마디
자신이,어렸을 적 "열심히,최선을 다해"살지 않았던 것은 깨닫지 못한 채,
그것을 그저 공부를 덜 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자식들에게 "공부만 잘 하면 돼."라는
완전히 뒤틀린 인생관을 강요하는 부모님도 잘못이고,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공주를 만들기 위해선 댄스교실-예절교실만 보내면 되듯,
딸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학교-학원만 보내면 되는 듯 한 시스템을 고수하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교육당국도 잘못이지만,
자신이 프린세스 메이커 속에서,
맞춰진 스케줄에 따라 몸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생각하고 판단하고 즐기고 고통스러워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우리의 잘못 또한 큽니다.
이걸 보면서,뭔가 입맛이 씁쓸한 미소를 지은 분이 계시다면,
내 '스케줄'창이 나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패턴만으로 꽉 차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고3메이커의 엔딩은,사실 명문대생도 뭣도 아닌
단순한 "사람A"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첫댓글 우와 너무 이쁘고 전혀 키우고 싶지 않네요
씁쓸하네여...
제대로비꼰다....하지만 고3때 기억이 무럭무럭..그때 참..사진들보면 개폐인인데 또 나름즐거웠음 ㅋㅋㅋㅋㅋㅋ
진짜 씁쓸하다........;
난 고2~3 수능직전이 인생의 황금기였는데 ㅋㅋㅋㅋㅋ 전혀 키우고 싶지 않군요~
웃긴데 씁쓸하다
거참... 씁쓸하다. 고삼이 뭐 벼슬도 아니고... 실제 주변에 저런 친구들은 없었는데, 과장이 너무 심하네요.
뭐 정도는 아닌데 좀 그렇긔....
밑에 있는 글이 너무 와닿네요..........지금이라도 용기를 내고싶다구..........
나 지금 고3인ㄷ 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러진않아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웃긴다
씁쓸.............
이거 만든 사람 명문대에 컴플렉스 있는사람같아
난 안저랬는데...저러지않고도 인서울하는애들 많은데..요새 저런가요? 요즘은 고딩들이 점점이뻐지던데
슬프네요 ㅠㅠㅠ 근데 난 엄마랑 대화많이 했는데 집에 와서 야식먹으면서 엄마 오늘 걔가 말이야 아 진짜 짱나 죽는줄알았어 하면서 ㅋㅋ 엄마한테만 할수있는 얘기 입무거운 엄마에게는 할수있는 친구흉 ㅋㅋ 오히려 대학가니깐 엄마랑 대화도 자주 못하고 ㅠ
222 따로살아서 더더욱그렇다규
In 서울...이 말도 정말 지방을 소외시키는 말...
이 자료 좀 슬프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그런지는 몰라도 고3때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는데ㅋㅋ막 애들이랑 학교에서 석식먹고 반애들이랑 다같이 나이트댄스연습하고(수능치고 갈꺼라고 ㅋ) 교실에서 줄넘기하고 ㅋ 집에와서 엄마랑 얘기많이 하고 ㅋㅋㅋ
어머 완전 제지금 상황이네요 고3인데 저도 이래요 맨날 쉬는시간마다 줄넘기하고 수능치고 클럽간다고 쎅시뷁틀어놓고 춤추는데 ㅋㅋㅋ 근데 정말 고3이 최고로재밌는거같아요 그만큼 힘들지만 서로위해주고 정말 잊지못할거같아요!!!
진짜씁쓸..
인서울이라 울부짖으면서 야자하고 온 나는 정말 씁쓸ㅠㅠ 1학년때랑 2학년때랑 하도 야자도 안하고 띵가띵가 해서 그런지 난 요즘 야자 꽤 재미있고 공부할맛 나는데... 요거 보니 씁쓸ㅠㅠ
그냥 대한민국 교육이 병--신이지요 뭐.. 누굴 탓하겠소
말하고싶은게 뭐냐. 고3 혼자 보냈냐. 고3은 대우나 받고 엄살이나 떨면서 온갖스트레스를 사회와 정부의 교육정책 그리고 부모님 탓으로 돌리고 욕이나 할수있지. 사회나와봐. 엄살부리지도 못하고 못하면 다 내탓이다. 핑계될수있는거에 감사해. 고3 우는 소리 지겹긔.
22. 대학 오고 또 사회 나가봐라.
자신도 성적때문에,가장 고민했던 문제때문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음을 회상하면서 고3이라는,수험생이라는 그들의 현실감을 좀 너그럽게 알아줬으면 하네요...씁쓸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