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봄방학이다. 새 학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인 만큼 집에만 있기는 아쉽다. 봄방학을 아이들과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안성빙어축제가 제격. 온 가족이 함께 빙어도 잡고,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게다가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도 매력적이다. 호수의 요정, 빙어를 만나러 간다.
빙어낚시는 쉬워서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호수의 요정, 빙어를 만나는 방법
여전히 등등한 동장군의 기세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입춘이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분명 봄인데, 안성빙어축제가 열리는 광혜원저수지는 아직 한겨울이다.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라도 와 있는 듯 은빛으로 반짝이는 저수지의 모습이 장관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광혜원저수지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빙어낚시. 당연한 말이지만 빙어를 잡기 위해서는 약간의 장비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명 ‘채비’라 부르는 한 벌의 낚시도구. 빙어낚시용 채비는 낚싯대와 낚싯줄, 낚시찌, 낚싯바늘, 그리고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낚싯줄 끝에 매어 다는 낚싯봉(봉돌)으로 구성되는데, 낚싯줄에 네댓 개의 작은 낚싯바늘이 달린 게 특징이다. 다음은 빙어를 유인할 미끼.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송어나 산천어와 달리 빙어낚시에는 살아 있는 미끼를 사용한다. 주인공은 어른 새끼손톱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살아 꿈틀대는 작은 구더기. 사람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빙어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다. 낚싯바늘에 한 땀 한 땀 구더기를 정성껏 끼우는 건 물론 아빠들의 몫이다.
[왼쪽/오른쪽]빙어낚시에는 한 벌의 낚시도구(채비)와 의자 등 장비가 필요하다. / 미끼를 문 빙어
이 외에도 빙어를 담아둘 플라스틱 통, 그리고 하루 종일 서서 낚시할 생각이 아니라면 의자도 챙기는 게 좋다. 두툼한 발포매트는 얼음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는 데 유용하다. 빙어낚시용 채비(4000~5000원)와 미끼(3000원)는 입장료(5000원)와는 별도로 개별 구입해야 한다. 낚시용 의자는 5000원에 빌릴 수 있고 반납 시 3000원을 환급해 준다. 입장료와 장비 구입, 대여 비용은 모두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빙어를 잡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빙어낚시를 오래, 그리고 재미있게 즐기려면 무엇보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 한다. 추위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모자, 마스크, 목도리, 귀마개, 장갑, 방한화, 무릎담요, 핫팩 등 방한과 보온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최대한 챙기고 볼 일이다. 단 아무리 추워도 얼음 위에서 버너 같은 화기를 몰래 사용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절대 금물이다.
전기온돌이 설치된 가족쉼터에서는 취사도 가능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낚시터 한쪽에 마련한 가족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기온돌이 설치된 가족쉼터에서는 취사도 가능해 베이스캠프로 삼아 빙어낚시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가족쉼터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요금은 5인 기준 5만 원이다.
1급수 자생 빙어의 짜릿한 손맛
모든 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빙어낚시에 나설 차례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낚싯봉이 달린 낚싯줄을 풀어 수심을 체크한다. 광혜원저수지의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20m를 넘기도 하니 낚싯줄이 한참 내려가도 당황하지 말 것. 수심을 파악했으면 낚싯줄 상단에 찌를 연결하고 찌머리가 수면 위로 살짝 올라오도록 높이를 조절한다. 미끼는 조금 귀찮더라도 모든 낚싯바늘에 꼼꼼히 끼우는 게 좋다. 빙어는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두세 마리가 동시에 올라오기도 한다. 물론 미끼 없는 낚싯바늘을 무는 빙어는 흔치 않다.
찌는 수면 위로 살짝 올라올 정도로 조절한다.
다음은 자리. 낚시터에는 의당 명당이라 부르는 곳이 있게 마련. 그러면 광혜원저수지의 빙어낚시 명당은 어디일까? 정답은 ‘없다’, 혹은 ‘전부’다. 안성빙어축제에서는 광혜원저수지에서 나고 자란 자생 빙어만으로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를 위해 타 지역에서 빙어를 공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빙어를 가져오지 않으니 방류할 이유가 없고, 방류하지 않으니 인위적인 포인트도 생길 리 없다. 그러니 안성빙어축제장에서는 자리 욕심 낼 필요가 없다. 다만 30분 정도 낚시를 해보고 입질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상책이다.
1급수에서 나고 자란 빙어는 잡은 즉시 회로 먹어도 좋을 만큼 깨끗하다.
한국농어촌공사 광혜원저수지 내수면 어업계에서는 20여 년 동안 소양강에서 채란한 빙어 수정란을 가져와 꾸준히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1급수 맑은 물에서 자란 빙어는 잡은 즉시 초장에 찍어 회로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맛도 일품이다.
광혜원저수지의 빙어는 소양강에서 채란판을 통해 확보한 자생 빙어다.
빙어의 습성을 알아두는 것도 빙어낚시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어류가 그렇듯 빙어도 일출과 일몰 전후로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한다. 조금 부지런히 찾아가서 느긋하게 낚시를 즐기는 게 빙어낚시의 최고 덕목인 셈. 중간중간 미끼를 가는 수고와 낚싯줄을 올렸다 내리는 고패질도 수시로 해야 한다. 식성 까다로운 빙어는 움직이지 않는 미끼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먹이활동이 뜸한 오후 시간에는 찌를 조금 높여 수면 근처까지 올라온 빙어를 공략하는 것도 나름의 팁이다.
얼음 위에 낚시구멍을 뚫는 행사진행 요원들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한 체험공간
얼음 위에서 손맛 제대로 못 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안성빙어축제에서는 주말에 3회(11:30 13:30, 15:00), 평일에 1회(유동적)씩 빙어뜰채 체험을 무료로 진행한다. 팀당 2~3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10~20마리는 거뜬히 잡아낸다.
무료로 진행되는 빙어뜰채 체험에 참가한 가족들
이렇게 잡은 빙어는 튀김으로 먹어야 제맛. 매표소 옆 매점에서는 잡은 빙어를 5000원에 노릇하게 튀겨준다. 어른 3~4명이 먹어도 넉넉한 빙어튀김 한 접시는 1만 원이다. 뜰채 체험과 튀김용으로 사용하는 빙어 모두 광혜원저수지에서 잡은 것들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왼쪽/오른쪽]노릇하게 튀긴 빙어튀김 / 빙어튀김 등 먹거리가 마련된 매점
얼음낚시터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얼음놀이터도 조성돼 있다. 튜브를 비롯해 1~3인용 썰매와 눈썰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금 더 활동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리는 전동 바이크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로싸’라고 부르는 전동 바이크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바퀴가 3개 달려 아이들도 쉽게 탈 수 있다. 로싸 전동 바이크 체험은 20분에 1만 원이다.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리는 전동 바이크
[왼쪽/오른쪽]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 얼음분수로 만든 눈꽃 포토존
온 가족이 함께 멋스러운 얼음분수 앞에서 인증 샷 한 장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올해로 6회를 맞은 안성빙어축제는 광혜원저수지에서 오는 2월 25일까지 계속되며, 빙어 낚시터 운영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여행정보
- 기간 : 2017.12.23~2018.2.18
- 주소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두메호수로 90
- 이용시간 : 08:30~17:00
- 입장료 : 5000원(6세 미만 무료)
- 문의 : 031-674-4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