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포구
최분임
사라진 수인선 협궤열차 덜컹거림엔
낡은 달빛 긴 꼬리가
허기의 문장처럼 도착한다
우리가 나눠가진 밤을 켜면
몸속을 떠도는 낱말들
부레처럼 부푼 너는 멈춰지지 않고
도시의 파문에 떠밀리는 월곶포구
내일을 고민하듯
검게 흐른다는 말로 깊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빠져나가지 못한 비린내
귀소본능의 귀耳가 기적 소리
돌아오지 않는 페이지로 길게 찢어지는 동안
새로운 독해를 선언하며 돌아서던 네가
문 닫은 횟집 수족관
흐린 눈빛을 끔벅거리며 갇혀 있다
갯벌에 발목이 빠진 저녁놀을
녹슨 경향으로 읽는 파도 소리
긴 철로 같은 외로움을 몰아쳐도
그리움 근처에 도착한 포구의 저녁은
범람하는 가로등
여전히 갈 곳 잃은 내 눈동자로 연명한다
봄날의 조문
- 2014년
화구 앞 관棺이 머뭇거리자
조문들도 함께 머뭇거렸다
돌아보지 말아라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기척에 누군가 빗장을 질렀다
이 악문 적 없는 주검이
떼쓰지 않고 불속으로 미끄러졌다
네가 몰랐던 네가
네 손을 놓지 못한 담배연기와
네 손을 놓친 교복들 사이 햇살로 쏟아졌다
네 웃음에 가까운 낮달을
검은 굴뚝 연기가 지웠다
억눌러 봉인한 그날 아침이 비틀,
발목까지 내려와 들키고 있었다
소각 완료, 마지막 인사처럼
연체된 상실에 불이 들어왔다
한줌 뼛가루가 건너편 강가
조팝꽃처럼 화르르 흩날렸다
널 덜어내 허기진 봄이
붉은 육개장 위로 둥둥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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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월곶포구 / 최분임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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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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