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터질 듯한 배를 부여잡고 향한 곳은 영화관.
시간대를 골라 골라 [똥개]를 봤다.
살찐다고 아이스크림을 안사주는 엄마를 원망하면서.
영화 [똥개]는 캐스팅에 돈을 쏟을 망정 영화자체에 돈을 쏟지는
않았다.
밀양(본관이 밀양이다) 촌구석도 오랜만에 보니 많이 변했다는 감개무량
함과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의 첫장면은 주인공 똥개(정우성) 엄마의 장례식이다.
흥겨운 폴카음악이 나오면서 이어지는 장례행렬에는 누구하나 웃는 사람
없는데도 마치 서커스의 퍼레이드같은 흥겨움이 인다.
똥개는 나레이션을 하면서 아버지와 똥개, 두 식구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나름대로 자기 존재성에 대한 괴로움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아버지는 밀양 경찰서 형사계장이었는데, 아들 똥개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한 집안의 든든한 살림꾼으로 똥개를 키워낸다.
그래도 아버지 월급봉투에 손대는 싹아지없는 똥개의 손버릇도 넘어가고
엉뚱하고 툴툴거리는 똥개의 말대답도 꼬박꼬박 받아주는
꽤 괜찮은 아버지다.
똥개의 인생 전환점이 된 렇은 똥개가 고등학교 2학년때
동생처럼 키우던 개 "똥개"를 정말 인상도 더럽고 성격도 못지않게
지저분한 축구부 선배가 된장을 바르는 바람에 일어난 일련의
폭력사건이었다.
아버지 덕분에 소년원은 피할 수 있었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똥개는 고등학교를 자연스레 중퇴하고 살림꾼이 된다.
정우성의 천연덕스러움이 잘 묻어나는 장면들이 있지만,
그것도 대사를 치면 여지없이 깨어져버린다.(네임님은 아시리라-_-)
주먹세고 남는게 힘인 똥개는 밀양 청소년 봉사 클럽 '엠제이케이'
에 가입하라는 아그들의 말에 그 대장과 다이다이를 붙어 이기고,
그들과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데려온 고아소녀 정애(엄지원)과 함께 살게되고
나름대로 둘만의 사랑(?)을 싹틔워간다.
밀양 광산권을 쥐기위해 재수없는 수염회장 오덕만이 조폭아그들을
불러서 사기를 치고 땅문서를 빼앗는 사건이 터지고
똥개 친구 대덕이의 아버지가 연루된다.
오덕만이네 조폭아그들 우두머리가 성격 지저분하고 4가지(사**)가
결여된 그 축구부 선배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몇몇 관객들은 "저런 재수 똥~!"을 외치고
지민이는 "또 흑백논리 선악의 대립구도 멋진 히어로 탄생인가..."하며
탄식을 읊었으니.(나중에 히어로가 아님은 깨달았지만^^)
나머지는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빌면서
지민이가 중점적으로 느꼈던 것을 꼬집어보자.
1. 정우성 망가졌다 그런데..그런데...!
정우성. 비트에서 멋지고 깔쌈한 모습의 그가 콧물을 흘리고
다 낡은 츄리닝을 입고 방바닥을 구른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발성을 하지 못하는 그의 사투리 연기는
답답함과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연기로 인해 조연들의 연기가 빛나보였던 것은 다행이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그의 연기적 매력은 부족한 것
같다.
배우 정우성의 피나는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 되어야할 것이며,
그 발판으로 삼는 영화로서 '똥개'는 꽤 괜찮다.
다만, 영화 '똥개'로서는 치명타일지도 모르겠다.-_-
2.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또야?"
곽경택 감독은 또 지방색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조폭 코드에,
애매모호하다가 확연해지는 선악의 대립구도까지.
그리고 간간히 터져나오는 코믹스러운 대사.
그런데 정작 영화는 양념이 덜 된 듯 밋밋하고 싱겁게 나와버렸다.
주인공 똥개의 매력을 백분 이끌어내지도 못했을 뿐더러
화끈할려다가 말고 웃길려다가 마는 싱거움까지 대동한다.
흥행은 계속될지 몰라도 다음작품에서도 이러면 관객들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친구"의 감독이었다...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3. 조연들 연기 빛나데...!
이 영화를 보면서 즐거웠던 점은 다양한 캐릭터의 조연들.
그들의 연기는 통통 튀고, 살아있었다.
아쉬운 점은 그 캐릭터성을 이끌어 내기에 영화는 너무도 그들에게
야박했다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단순히 "이런 캐릭터가 조연이었단다."로 존재감이 희박해지는 조연들.
정말 똥개친구 누구누구로 소개하더니 그들의 연기를 펼칠 장면은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는 빛이 났고, 똥개보다 더 강한 인상을 박아주었다.
정애 친구 순자나, 당랑권의 일인자 엠제이케이클럽의 전 회장, 대덕이,
전 씨름부였던 친구, 4가지가 결여된 축구부 선배...
관심가지고 지켜보면 그들의 연기가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걸?
4. 여주인공 엄지원...아직 영화 주인공에는 미흡한가?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말과 사투리를 오가는 대사치기. 과연 자신의 인물몰입에 충실했는지 궁금하다.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애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그걸 살려주기엔 배우 엄지원의 연기는 물이 덜 오른 듯 하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주인공의 매력은 영화를 장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 영화 전체를 이끌기에는 배우 엄지원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뜨인다. 따라서 영화에 몰입하던 관객도
남녀 두 주인공이 대사를 치면 몰입이 깨진다.-_-;;
그리고 배우 김갑수의 연기는 좋았다.
든든하게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받쳐주는 노련미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더욱 장화홍련을 못 본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이번에 동시에 전혀 다른 '아버지'를 연기해 냈다.)
첫댓글 ㅋㅋㅋ
아무리 정우성이 망가져도 정우성은 정우성일뿐...옥동자를 꾸민다고 정우성이 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절대 안 볼거야...(이 감상평과는 별 상관없는.. 그래서 민망한...)
어, 지민님 말 들어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내가 너무 생각없이 봤군.
파도님은 이상한 데에 집착하시는 걸~(왜일까나) 똥개는 생각없이 보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미녀삼총사와는 다른 의미로^^(크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