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신앙은 불편함을 받아들일 때야말로, 조금씩 더 아름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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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17/연중 제15주간 월요일/제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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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10장 34절―11장 1절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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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도 불편한
우연히 다시 찾은 그곳에서, 뜻밖의 명소를 발견했습니다. 신자들과 목사님이 마음을 모으고,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어, 건축가 승효상이 빚어낸 예배당이었습니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작은 교회는, 절제하고 비워내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저는 점과 선과 면, 벽돌의 질감과 절제된 빛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직업병이었을까요. 보기에 아름다운 공간에서 겪을 수 있을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채광창에만 의지하기에는 조금 어두웠고, 예쁜 나무의자는 오래 앉아 있기에 불편했습니다. 한겨울과 한여름에는 어떨까 싶었고요. 나오는 길에 목사님을 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차를 한 잔 권하시더군요. 말씀을 청하고 귀담아 듣는 가운데, 어설프게 느낀 불편함을 말씀드렸더니 정말 주저 없이 답하시더군요. “신부님, 몸이 편하기 위해 교회에 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신앙생활이 무사태평할 때는, 어딘지 모르게 십자가와 자기 성찰, 이웃 사랑과 희생이 옅어져 있더군요. 신앙생활이 평안할 수만은 없겠지요. 신앙과 함께 얻어 누린 위로와 사랑도 큽니다만, 절제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참 많으니까요. 마음이 이지러지는 어느 날에는, 오늘 말씀을 안고 불편한 예배당을 찾아 안일함을 놓아두고 와야겠습니다.
전형천 미카엘 신부(대구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7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