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後寄歐陽永叔(몽후기구양영숙)
-꿈을 꾼 뒤 구양수에게 지어 보내다
梅堯臣(매요신)/宋
不趁常參久(부진상참구) 대궐의 조회에 못 나간 지 오래지만
安眠向舊溪(안면향구계) 고향집에서 마음 놓고 편한 잠을 자고 있네
五更千里夢(오경천리몽) 동틀 무렵 꾼 꿈에 도성에서 그대를 보고
殘月一城鷄(잔월일성계) 깨어 보니 초승달 아래 새벽닭이 울고 있네
適往言猶在(적왕언유재) 잠에서 깬 뒤에도 그 목소리 쟁쟁하니
浮生理可齊(부생리가제) 꿈 같은 이내 삶은 득실이 나란하네
山王今已貴(산왕금이귀) 산도와 왕융 같이 지금 구양수는 귀하신 몸이나
肯聽竹禽啼(긍청죽금제) 이내 몸은 대숲에서 새들 노래나 들으리라
▶ 常參(상참): 날마다 조회朝會에 참여하는 관리를 가리킨다.
《신당서新唐書∙백관지百官志》에서
‘文官五品以上及兩省供奉官, 監察御史, 員外郞, 太常博士, 日參, 號常參官
(문관 5품 이상 및 양성의 공봉관, 감찰어사, 원외랑, 태상박사, 일참을 상참관이라고 불렀다).’이라고 했다.
▶ 舊溪(구계): 고향을 가리킨다.
매요신의 고향 선성宣城에는 동, 서 두 개의 시내가 있고,
매요신은 「東溪」란 시를 짓기도 했다.
▶ 五更(오경): 해가 진 뒤부터 동 틀 무렵까지의 시간을
다섯으로 나눈 것 가운데 맨 마지막 시각, 즉 동이 틀 무렵을 가리킨다.
▶ 殘月(잔월): 새벽녘에 나타난 둥글지 않은 달을 가리킨다.
유영柳永은 「雨霖鈴」이란 사詞에서
'楊柳岸, 曉風殘月(무서운 건 버드나무 늘어진 물가에서 새벽바람 맞으며
초승달 바라보는 것이네)'이라고 노래했다.
▶ 往(왕): 꿈 속에 도성으로 가서 구양 수(歐陽 脩)를 만난 것을 가리킨다.
‘適’은 ‘往’과 같다.
▶ 浮生(부생): 매요신이 자조적으로 말한 것으로
자신이 인생의 태반을 허비한 것을 가리킨다.
▶ 山王(산왕): ‘山’은 산도山濤를 가리키고 ‘王’은 왕융王戎을 가리키는데
두 사람 모두 진晉나라 때의 명사이며, 완적阮籍, 혜강嵆康 등과 함께
죽림칠현 竹林七賢으로 불렸다. 여기서 ‘山王’은 구양수歐陽脩를 가리킨다.
* 감상; 이 시를 지은 지화至和 2년(1055)에 매요신은 고향 선성宣城에서
모친의 시묘侍墓를 살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벼슬길로 나아가
태상박사太常博士로 있던 매요신이, 황우皇祐 5년(1052), 세상을 뜬 모친을 운구하여
고향으로 돌아간 지 3년째 되던 시기였다.
모친의 시묘를 끝낸 뒤 도성으로 돌아간 매요신은,
가우嘉佑 원년(1056)에 구양 수와 조개趙槪의 연명 추천으로
국자감직강國子監直講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 시는 구양수에게 추천을 희망하는 뜻을 담아 보낸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출처] 명시 감상 105-夢後寄歐陽永叔(몽후기구양영숙)/매요신(송)|작성자 반산 한상철
이하 원문출처=동아일보 입력 2023-02-10 03:00
완곡한 청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9〉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정에 못 나간 지 이미 오래,
고향집에 머물며 편안하게 잘 잔다오.
새벽꿈에 아득히 수도까지 갔었는데,
깨어 보니 초승달 걸리고 성 가득 닭 울음소리.
되짚어보니 꿈속 우리의 대화 귓전에 쟁쟁한데,
덧없는 인생 꿈만 같군요.
산도(山濤), 왕융(王戎)처럼 이제 존귀해지신 그대,
대숲 새 울음소리 듣지 않으시려오?
不趁常參久, 安眠向舊溪.
五更千里夢,殘月一城鷄.
適往言猶在, 浮生理可齊.
山王今已貴, 肯聽竹禽啼.
―‘꿈에서 깨어 구양수에게 보내다
(몽후기구양영숙·夢後寄歐陽永叔)’
매요신(梅堯臣·1002∼1060)
모친상을 당한 후 관습대로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한 지 근 3년,
지금 시인은 조정의 부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회에 나가지 않아 편안하게 지내는 듯하지만 속마음은 딴판이다.
꿈속에서 수도 개봉(開封)으로 달려가 옛 동료 구양수와 나눈 얘기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하루바삐 조정에 나가고픈 심정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겠다. 꿈에서 깨어 보니 저만치 새벽달이 걸려 있고
성안은 온통 닭 울음소리 요란하다. 지난날 조회에 나갈 채비를
채근했던 정겨운 그 소리가 이젠 씁쓰레하게 들린다.
인생 또한 꿈처럼 허무하고 덧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밀려드는 새벽,
대숲 새 울음이 유난히 시끌시끌하다.
그대여, 여기 이 새 소리를 한번 경청해보지 않겠소.
위진(魏晉) 시대 재상급을 지낸 산도, 왕융처럼
구양수가 지금 존귀한 지위에 있으니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당부다.
조정 복귀를 염원하면서 자신을 천거해 주십사 완곡하게 청원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