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사기꾼 트로핌 리센코(다윈의 자연선택론 거부)를 피해 Dmitry Konstantinovich Belyayev (Дми́трий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Беля́ев)란 간 큰 유전학자가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여우의 모피를 늘리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실험의 목표는 '왜 늑대가 개가 되었는가...?' 라는 거였습니다. 그렇지만 시베리아 한복판이라도 리센코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었더랬죠...
실험은 이런 진화를 실험하기에 드럽게 오래갈줄 알았습니다. 근데, 6세대 만에 아주 '온순한' 여우가 나왔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심지어 이런 '엘리트 여우'(사람을 정말 따르는...) 여우중 하나는 위협을 감지하자 바로 쫓아버리기도 했죠. 사람이 오면 매우 반기고 등등... 심지어 너무 온순했던 나머지, 실험을 도운 사람이 이 여우를 땅에 묻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네, 지금 우리가 개에게 하는 행동처럼 말이죠...
물론 대조군도 있습니다. 대조군의 경우 사람들이 매우 싫어했죠. 본성이 그대로 들어나는 여우(5cm 정도의 장갑)을 끼고 다뤄야 한다는건 누구도 반갑지 않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튼,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 연방이 들어서고 디폴트 위기에 다다르고 이 실험이 중단될 위기에 왔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드미트리 볠라예프 아래서 실험을 총괄하던 Lyudmila Trut(Трут, Людмила Николаевна 류드밀라 트루트. 사진속 인물. 안고 있는 여우가 엘리트 여우중 하나입니다.)가 보낸 편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 지원금으로 기사회생했죠.
지금도 계속 이 실험은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2010년 즈음에는 이런 '엘리트 여우'들을 분양하기 시작했고요. 이젠 유전학말고도 여러 동물학적 실험들도 같이 말이죠.
첫댓글 유튜브에 여우 키우는 사람들이 좀 생긴것 같은데 그 분양 중 하나려나요
네 그렇습니다. '실험용 엘리트 여우' 일부를 분양하기 시작했죠. 한번 디폴트 상황까지 가서 심지어 엘리트 여우까지 도축하는 광경까지 왔었죠. 그래서 저렇게 분양을 시작했구요. 그러나 아직은 개보단 약간 부족한게 많습니다. 맨날 고기를 줘야 한다는 것도 있고(개는 인간과 같이 진화하면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방법을 유전자적으로 꺾어버렸죠) 말이죠...
그리고, 일반 쌩 여우(Silver Fox 등등)는 사람을 따르지 않아요;;; 저 5cm 장갑을 끼고 있어야 되죠. 그래서 저렇게 사람을 따르는 여우를 Domestic Silver Fox 라고 부릅니다.
저렇게 인간친화적인 여우 외모가 개에 가깝게 변했다고 하던데 인간친화와 관련된 유전자가 외모에 관련된 유전자랑 근린관계인건가봐요.
후성 유전학도 섞여있는 문제기도 하고, 앞으로도 전개될 실험인지라... 그리고 인간도 개와의 '자가가축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개와 인간이 같이 놀땐 아기랑 놀때처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거죠.
뭐랄까, 인류 역사 중 언젠가 여우를 길들이려던 시도가 있었고 그게 실패해서 야생화되었는데, 인류 친화적 유전자가 아직도 남아 있는 개체가 있다.. 같은 상상도 들더군요. 아주 옛날 사람들에게 여우는 좀 작은 늑대 같이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니..ㅎㅎ;
저 이야기를 다룬 책(은여우 길들이기)에서는 여우는 둘째까고(여우는 독립성이 강하니...), 늑대에 대해서는 배고픈 늑대무리가 '이 새퀴들 따라다니면 밥주네? 올ㅋ' 하면서 상호진화(사람은 늑대를 챙기고, 늑대는 사람을 챙기고...)했다고 적어놨더라고요. 여우 아니 야생 동물을 이렇게 '과학적'으로 길들인건 처음입니다. 쿨럭... (당시 소련 주 수출품 하나가 여우모피였고, 볠라예프는 유전학자니까 이쁜 여우털을 마구 내놔서 리센코를 엿먹이고 실험을 할 수 있었죠. 형도 유전학자였는데, 형은 NKVD에 끌려가서 후략...)
그리고 실험 목적중 하나는 '왜 다른 동물은 안 길들어졌을까?' 도 있죠. 엘리트 여우,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면 개처럼 헥헥 거리는 여우를 교배 하면 그 DNA만 뭉치게 되고, 그리고 그 DNA의 스위치가 딱 켜지게 되는... 그래서 저기도 적어놨지만, 실험을 도운 사람이 '이 여우가 다 죽어갈때 우리집에 데려가도 될까요?' 라고 물어봤고, 이 여우를 땅에 묻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네, 지금 우리가 개에게 하는 행동처럼 말이죠... 그리고 또한 엘리트 여우가 생기니 '이런 가축화된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관계'도 연구중의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여우 DNA에서 바뀌기도 했고 말이죠. 분양 받는건, 역시 이 핏줄이 없어지길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죠. 디폴트가 닥치자 대조군을 넘어 엘리트 여우들까지 도축해야 했으니 말이죠... 덕택에 정신과 병동에 가는 사람도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