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보통 때는 행복하게 살고 있거든요. 밑에 영진님의 글처럼 울 신랑이랑 서로 노력하면서...
울신랑 결혼 전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저한테 참 잘해주는 자상한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사람하나 보고서 부모님을 조르다시피해서 결혼을 했는데, 울신랑만 보고 사는 게 결혼이 아니더라구요. 시댁식구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 시댁식구들 다 좋은 사람들이예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경우에 없는 행동 안 하시고, 정 많고...
근데, 그런 것들이 이상하게 며느리인 저한테는 조금 왜곡되어 나타나더군요.
우리 시아버지, 당신도 딸자식이 있으면서 저보고 친정들락거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넘 섭섭했답니다. 시댁에는 매주가는데 친정에는 신랑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번도 못 가는데...
우리 시어머니, 직장다니면서 살림하면서 게다가 주말이면 시댁에 가서 밥 한끼는 꼭 차리고 오는 며느리랑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주말에 꼭 시댁에 가는 당신 아들보고 자식인데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며칠 전 시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무슨무슨 반찬을 아버지가 드시고 싶어하시는데...저보고 해오라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울 신랑 옆에 있다가 "얘 그거 못해."해서 넘어갔지만, 휴가라 집에서 쉬고 있다는 시누이(손아래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답니다.)는 좀 쉬어야 된다면서 '집에 가서 걔 반찬 좀 해주고 와야 하는데...'하시는데 속이 확 뒤집히더라구요...
저, 울 엄마랑 울 아빠가 돈 많이 들이고, 정성 진짜 많이 들여서 키웠답니다. 학교 갔다가 늦는 날이면 버스 정류장에 나오시는 건 기본이고, 꼭 더운밥 먹이시고, 당시 유행하는 취미활동은 다 시키시고 아들 둘이랑 차별 안하시고, 하겠다는 건 다 해주면서 그렇게 키웠다구요.
근데 결혼해서 시댁에 가니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넌 이제 우리 식구'라는 허울 좋은 말로 절 힘들게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식구들 생일상은 나랑 함께 다 차리시면서 제 생일 때는 '내가 며느리 생일상 차리기는 그렇고 밖에 나가서 사줄테니 저녁 먹으러 와라.' 하시더군요. 시어머니 힘드셔서 그런 건 이해하지만 넘 웃기더군요.
울엄마는 시댁의 경조사 다 챙기시고 두분께서 시아버지 문병도 오시고 그러는데 울 시어머니 제 동생 대학 갔을 때 그 흔한 축하인사 한 번 안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시댁 조카 하나가 대학 갔다고 용돈 좀 안 주냐고 하시데요.
아뭏든 넘 우울해서 어제는 밤새 울었답니다. 울 신랑 예전에는 그러면 와서 달래주더니 어제는 본 척도 안 하더군요. 마치 '또 시작이군...' 하는 식으로...
이러면서 살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울신랑 얼굴보면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러다가 또 돌아서면 힘들고 그러네요. 그냥 신랑이랑 어디 숨어서 둘이만 살았으면 좋겠는데...
결혼이 주는 달콤함도 좋지만 이런 아픔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좋아했어도 결혼 안 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울엄마도 할머니 시집살이 많이하셔서 난 사랑받고 잘 살길 기대하시기 때문에 엄마한테도 이런 얘기 다 하기 싫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에 하소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