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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파괴 자명” 3대에 걸쳐 터전 지키려 사투
“무의미한 댐 건설로 우리 마을이 티끌 만큼도 손상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36년간 싸워왔다,”
일본 나가사키 현
사세보 시에 위치한 코바루 마을. 매년 여름 반딧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전원마을이다. 그런데 1970년 나가사키 현은 이곳에
치수 등을 목적으로 한 이시키 댐 건설을 발표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댐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돼 현재까지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그의 아들, 손자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싸움이다.
일본이 제국주의 강제징용시설인
군함도 탄광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 하자 이에 맞서 현장 답사에 나선 근로정신대시민모임 답사단은 지난 5일 이 마을을 방문해
36년간 댐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이와시타 스미코(53) 씨를 만나 지난한 싸움의 과정을 들었다.
이와시타 씨에 따르면,
1970년 나가사키현은 나가사키 현과 사세보시의 식수 부족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약 4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이시키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카와타나강 범람을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한다고 했는데, 산을 깎는 등 자연을 훼손할 게 자명한 계획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이
건설 반대을 결정했지요. 그러다가 1973년, 현 경찰과 마을 사람들이 충돌하면서 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됐고요.” 지금은 마을에
13세대밖에 살고 있지 않지만 당시는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두 결사항전하면서 댐 건설을 반대운동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와시타 씨가 보여준
당시 자료사진에 그 역사가 담겨 있다. 마을 사람들은 수레 등을 가져와 저지선을 쌓았고, 경찰은 이들을 연행하는 식으로 대처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됐다. 사진 속에선 32년 전 이와시타씨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레를 끌고 가면서 마을을 지키자는 노래와 구호를 외쳤던
모습이네요. 어린이든 노인이든 모두가 한마음으로 댐 건설을 반대했어요.”
당시 나가사키현이 발표한 댐 저수량 규모는 약 4만
톤. 광주댐 저수량 1740만 톤·주암댐 저수량 4억5700만 톤과 비교하면 이시키 댐은 저수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댐을
건설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확신했다. 이 때문에 여지껏 자신들이 지키고 살아온 마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털끝 하나도 건드리게 놔둘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마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현 내에 사용할 물이 충분한데도, 무리하게 댐을 만들려고 했다”며 “이처럼 목적없는 댐 건설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 몫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가사키 현이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하지만, 이렇게 완강하게 맞서면서 30년
가까이 공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나가사키현은 공사 방해자를 재판에 넘겨 벌금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주민들도 이에
맞서 지난 3월부터 공사 현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이같은 싸움이 30여년 간 이어지면서 주민 몇몇은 싸움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60~70세대가 살던 코바루 마을은 현재 13세대만 남아 있다. 하지만 남은 주민들은 한 사람이 남더라도 이시키 댐을 막겠노라고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와시타 씨는 “요즘 현이 공사 방해하는 주민들을 CCTV로 찍어 고발하고 있어, 주민들이
가면이나 모자를 써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시위하고 있다”며 “매일 돌아가면서 공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은
벌금 등으로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나가사키 현은 치수용으로 이사키 댐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코바루 사람들은 “물은 충분하며 오히려 댐 건설로 반딧불을 보지 못할 수 있다”면서 30년간 긴 싸움을 펼치고 있다. |
1972년 코바루 마을 사람들이 이사키 댐 건설을 반대하며 시위를 펼쳤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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