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숨을 쉰다
강물이 숨을 쉰다
물고기떼도 죽었다
다시 흑탕물이다
시간앞에
다시 강물이 흐른다
몇몇 물고기들이
새끼를 낳았다
부모곁을 졸졸 따라 다니며
놀고 있다
물도 맑아졌다
이제야 바른 강물이 되어 숨을 쉰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강물도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비가 많이 오면 거칠게 몸을 뒤척이고, 햇살이 비추면 반짝이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강물은 말이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흘러간다.
어느 날 강물이 흑탕물로 변했다. 물고기떼도 죽었다. 맑고 투명하던 물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생명들이 사라지고, 강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은 어쩌면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가 있다. 마음이 흑탕물처럼 흐려지고, 무엇이 옳은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소중했던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흙탕물이 가라앉고, 물이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한다. 죽은 줄만 알았던 강에도 어느 순간 작은 생명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몇몇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새끼를 낳았다. 작은 물고기들은 부모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물속을 헤엄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강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은 맑아지고, 강은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간다.
생명은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
강물이 한 번 흑탕물이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흑탕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그 상처가 삶의 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에게도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번 마음이 흐려진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실패 앞에서 주저앉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것이다.
마른 땅에 피어난 풀 한 포기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적셔 주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다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간다.
강물도 그렇게 다시 숨을 쉰다.
물고기들이 부모 곁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며 강은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과거의 아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 죽어간 물고기들의 흔적도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은 그 모든 시간을 품은 채 다시 흐른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픔이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품은 채 다시 흐르는 것.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가는 것.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흑탕물이었던 시간도 지나갔고, 죽음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물고기들이 태어났다. 물은 다시 맑아졌고, 강은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았다.
이제야 바른 강물이 되어 숨을 쉰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흐려진 날이 와도 시간은 흐르고, 생명은 다시 시작된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도 새로운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물이 흐르는 한 희망은 끝나지 않는다.
강물이 숨을 쉬듯, 우리도 다시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