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울산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해 "12월 중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울산시가 원 장관을 초청한 이유는 국토부와 관련된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울산지역 그린벨트 해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울산시가 요청하는 만큼 해제 폭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주무 부서 원희룡 장관은 "12월 중 대통령께서 직접 솥뚜껑을 열 것"이라고 했다. 즉답을 피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울산시민들은 보랏빛 꿈속에 잠겨있다.
울산시는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방정부에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완전히 이양하거나 지자체가 요청할 경우, 조건 없이 해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 3년간 전국 그린벨트 해제면적 약 47㎢ 중 수도권에서 약 39㎢가 해제됐다. 비수도권은 8㎢에 불과하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는 해마다 주거지역과 산업단지가 확충된 반면 비수도권은 관련법에 꽁꽁 묶여 있었다. 이러면서도 역대 정부들은 걸핏하면 지역 균형발전 운운했다. 울산은 그 폐해가 더 심하다. 전체 면적의 약 25%가 개발제한구역인데 그중 37%만 풀렸다. 전체 그린벨트의 약 6% 정도가 해제된 것에 불과하다. 울산 GB는 울산시가 경상남도에 속해 있을 당시 책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전 중앙정부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울산 그린벨트 해제 요청을 번번이 묵살해 왔다.
울산시가 요청한 대로 그린벨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선 8기 울산시정 상당 부분에 제동이 걸린다. 시정 추진계획 상당수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2025년 말까지 완공될 울산 현대차 전기차 공장 신설에 맞춰 가까운 동구 지역 일원의 그린벨트를 풀고 이에다 전기차 부품 협력업체를 유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계획한 대로 그린벨트가 풀리지 않으면 전기차 생산에마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토부는 난개발, 환경보존 논리를 앞세워 계속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당장 올해 하반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울산시가 내년부터 이에 수반되는 지역 현안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의 반응을 보면 "또 저 말을 믿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장성 발언으로 물에 물 탄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요청한 대로 풀리지 않으면 현안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국토부의 호언장담에 따라 울산시가 시민들 앞에 펼쳐 놓은 보랏빛 청사진이 한둘이 아니다. 이게 자칫 잘못되면 민선 8기 울산시정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시민 신뢰도 크게 손상될 수 있다.